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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개봉 & 2016 재개봉 / 100분>
=== 프로덕션 노트 ===
감독 :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 에단 호크 / 줄리 엘피 / 안드레아 에커트
여행과 낯선 곳에서의 사랑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잊지 못할 떨림과 감동을 안겨 주었던 [비포 선라이즈]가 10년 만에 DVD로 출시된다. 제시와 셀린느의 하룻밤의 사랑에 가슴 떨려하던 이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이 DVD는 비엔나의 아름답고 황홀한 풍경과 9년 전 젊은 시절의 제시와 셀린느의 모습을 선명한 화질로 담아내었다. 더불어 영화 전체를 감싸고 흐르는 음악과 영화 내내 쉴새없이 주고받는 두 사람의 대화도 돌비 서라운드 채널로 또렷하게 들려 그 시절의 감동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데 일조 한다. 23살의 제시와 셀린느, 그리고 9년이 지난 32살의 제시와 셀린느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이번 기회는 두 연인의 사랑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행복한 선물이 될 것이다.
소르본느 대학생인 셀린느는 부다페스트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고, 가을 학기 개강에 맞춰 파리로 돌아가는 길이다. 셀린느는 옆자리의 독일인 부부가 시끄럽게 말다툼하는 소리를 피해 뒷자석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거기서 제시라는 미국인 청년과 우연히 얘기를 나누게 된다.
제시는 마드리드에 유학 온 여자 친구를 만나려고 유럽에 왔다가 오히려 실연의 상처만 안고 다음날 떠나는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비엔나로 가고 있는 중이다. 짧은 시간동안 자신들이 갖고 있는 많은 생각들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 어느덧 비엔나 역에 도착한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던 제시는 셀린느에게 같이 내릴 것을 제의하고, 셀린느는 제시와 함께 비엔나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마음먹는데...
=== 작품 해설 ===
세계영화작품사전 : 사랑에 관한 영화 & 멜로드라마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미국 독립영화계 대표 감독 중 한 사람인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배우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와 함께 만든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이후 〈비포 선셋〉(2004)과 〈비포 미드나잇〉(2013)으로 이어진 연작의 첫 영화이기도 하다. 제작비 25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호응을 얻었다. 이후 ‘비포’ 시리즈는 모두 베를린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시놉시스
비엔나에서 파리로 향하는 유럽횡단 기차 안. 할머니댁을 방문하고 파리로 향하는 셀린느는 부부싸움으로 시끄러운 독일 커플을 피하려 자리를 옮기다가 미국인 청년 제시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잠깐의 인사로 시작된 대화는 어느덧 두 남녀의 유년기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 둘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친밀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제시는 셀린느보다 먼저 비엔나에서 내려야 할 처지다. 아쉬움에 제시는 셀린느에게 하루 동안 비엔나를 여행하자는 깜짝 제안을 한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둘은 비엔나의 곳곳을 걸으며 대화를 지속한다. 마치 연인처럼 둘은 오래된 레코드숍, 카페테리아, 프라우터 공원, 다뉴브강의 선상 레스토랑을 지나며 연극배우, 손금을 봐주는 여인, 거리의 시인을 만나고 데이트를 지속한다. 그리고 각자의 유년기, 인생관, 사랑관, 미래에 대한 가치관 등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비록 갑작스레 시작된 짧은 만남이지만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있음을 느낀 제시와 셀린느. 아침이 되고 다시 비엔나역. 마침내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자 둘은 6개월 뒤에 다시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서로를 떠나보낸다.
작품해설
1.영화적 특징
〈비포 선라이즈〉는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남녀의 사랑을 다룬 기존 멜로영화와 확연히 다른 지점을 갖고 있다. 제시와 셀린느의 만남은 매우 일상적인 현실의 바탕 위에서 출발한다. 현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링클레이터 감독이 잘 사용하는 방식은 영화적 시간과 현실의 시간을 조응시키는 것이다.
105분의 러닝타임에 두 남녀가 기차 안에서 만나 다음날 아침 기차역에서 헤어지기까지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풀어놓는다. 플래시백이나 시간의 점프를 사용하지 않은 연출로 관객은 마치 제시와 셀린느의 여행을 실시간으로 마주하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렇게 영화적 시간과 실제 러닝타임을 가능한 일치시켜 현실성을 강화시키는 것은 링클레이터의 연출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이같은 방식은 80분의 러닝타임이 서점에서 셀린느의 아파트까지 가는 시간과 일치하는 2편 〈비포 선셋〉을 통해 한층 더 심화된다.
시간의 운용과 더불어 이 영화에 견고한 현실성을 부여해주는 또 다른 장치는 바로 엄청난 분량의 대사다. 제시와 셀린느는 특별한 사건을 통해서가 아니라 줄곧 비엔나의 곳곳을 걸으며 자신이 통과한 유년기의 기억, 사랑에 대한 생각, 미래에 대한 계획, 삶에 대한 가치관,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사고를 나누고, 이 과정에서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끊임없는 대사의 활용은 데뷔작 〈슬래커〉(1991)부터 줄곧 고수해온 링클레이터의 연출 방식이다. 침대 위에서 나누는 꿈에 관한 철학적 대사의 향연인 애니메이션 〈웨이킹 라이프〉(2001)는 이같은 감독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2. 영화의 배경
영화의 배경이 된 고풍스런 도시 비엔나와 여행 중 두 남녀가 만난 거리의 예술인들도 이 영화를 기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제시와 셀린느가 밤을 보내는 비엔나의 프라우터 공원, 키스를 나누는 대관람차, 도나우 운하 등은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낭만적인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부여받았다.
아마추어 연극인, 시를 써주고 돈을 버는 거리의 시인, 손금을 봐주는 여인 등 제시와 셀린느가 거리에서 만난 예술인들은 제시와 셀린느가 대화를 이어나가는 매개체이자 비엔나의 거리를 보다 풍성하게 해주는 낭만적인 장치로 작용한다.
3. 〈비포〉 시리즈
〈비포 선라이즈〉는 〈비포 선셋〉(2004), 〈비포 미드나잇〉(2013)의 3부작으로 이어졌다. 영화 속 20대의 제시와 셀린느가 나이를 먹으며 각각 20대에서 중년까지 세대를 대표하는 연인 캐릭터로 변모하는 동안 배우인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도 같이 나이를 먹었다는 점은 시리즈와 관객의 친밀도를 더 높여주는 계기로 작용한다. 9년 만에 한편씩 18년 동안 같은 감독, 같은 배우가 참여한 독특한 경력으로 영화가 만들어진 제작 과정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주연배우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함께 작업에 참여해왔는데 이는 링클레이터 감독의 독특한 작업방식이 반영된 결과다. 보통 시나리오 완성 뒤 배우들에게 연기연출을 하는 것과 달리 링클레이터 감독은 배우의 언어화된 대사를 통해 시나리오로 완성한다. 리허설을 통해 배우와 캐릭터의 접점을 찾기 위한 무수한 시도를 감행한다.
예를 들면 링클레이터가 “어떻게 셀린느를 기차에서 내리게 할까?”라고 질문하면 두 배우가 각자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이에 따라 즉흥적으로 대사가 만들어진다. 이같은 작업방식은 속편에서도 이어졌다. 2~3일간 함께 모여 시나리오 작업을 한 적도 있으며, 〈비포 선셋〉 때는 전화, 팩스, 이메일을 총동원해 주고받은 의견을 시나리오에 반영했다고 한다.
4. 감독 소개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케빈 스미스, 토드 솔론즈, 토드 헤인즈 등과 함께 1990년대에 활약한 대표적 ‘선댄스 키드’ 감독이다. 그는 대학 중퇴 뒤 멕시코 걸프만의 해양 유정에서 일하며 틈틈이 문학, 철학을 공부했다. 동시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며 영화 만들기의 꿈을 키웠고, 영화모임을 통해 다양한 감독들의 작품을 접했다. 직접 감독, 각본, 촬영, 편집을 도맡은 저예산영화 〈책으로 경작하는 법을 배우기는 불가능해〉(1988)가 그가 만든 첫 장편영화다.
그는 주로 청춘의 혼돈과 방황을 그리는 데 주력해왔다. 두 번째 영화 〈슬래커〉는 90년대 젊은이들의 초상을 담은 작품으로, 영화적 시간에 대한 고민, 사실감 있는 대사의 활용 등 그의 작품의 뚜렷한 특징은 이미 이때부터 엿보였다. 이후 〈멍하고 혼돈스러운〉(1993)은 졸업을 앞둔 70년대 고등학생들의 반항적 면모를 그린 작품. 〈비포 선라이즈〉 역시 멜로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청춘남녀의 사고방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감독의 관심사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슬래커〉의 재기발랄한 연출 이후 〈멍하고 혼돈스러운〉 〈비포 선라이즈〉 등을 통해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의 작업도 했지만, 감독의 창의성을 완벽하게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주류 영화계에 편입되는 것을 꺼려해왔다. 〈비포〉 시리즈 외에도 〈스쿨 오브 락〉 〈패스트 푸드 네이션〉 〈버니〉 등의 대표작이 있다.
주요 등장인물
제시(에단 호크) : 미국인 청년. 여자친구를 만나러 유럽에 왔다가 상처받고 여행길에 올랐다. 소년 같은 면모와 몽상가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셀린느(줄리 델피) : 파리 소르본 재학생. 부다페스트에 있는 할머니댁을 방문하고 개강에 맞춰 파리로 향하는 기차에서 제시를 만났다. 전쟁을 반대하고 환경을 고민하는 현실비판적인 태도와 성숙한 면모를 지닌 여성이다. 제시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한다.
명장면 명대사
10년, 20년이 지났다고 치자. 넌 결혼을 했고. 그런데 그 결혼 생활이 예전만큼 재미있지는 않은 거지. 그래서 남편을 탓하면서, 옛날에 만난 모든 남자들을 떠올리는 거야. 그때 그 남자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하는 거지. 그 남자들 중 하나가 바로 나야. - 제시
기차에서 셀린느에게 호감을 느낀 제시는 그녀에게 함께 비엔나를 여행할 것을 권유한다. 〈비포〉 시리즈가 계획된 건 아니지만 이후 〈비포 미드나잇〉에서 부부가 된 제시와 셀린느를 보면 〈비포 선라이즈〉의 이 대사가 마치 미래에 대한 예언처럼 다가온다. 〈비포 선라이즈〉의 많은 대사들이 이렇게 후속편인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과 연결지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처음 이 작품을 보는 것과 차례대로 이 세 작품을 감상하고 다시 1편으로 돌아와서 영화를 보면 전혀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그 신은 너나 나,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이에 존재한다고 믿어. 이 세상에 매직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나누려는 시도 안에 존재할 거야. - 셀린느
하루 동안 비엔나 거리를 걷고 난 뒤 뒷골목에서 셀린느가 제시를 바라보며 하는 말. 제시와 셀린느는 기차에서 시작된 우연한 둘의 만남이 자신들의 사랑에 운명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서서히 깨닫는다. 두 사람의 감정의 변화가 대사의 톤에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극의 초반 기차에서 싸우던 중년의 부부를 뒷담화하던 가벼운 대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톤을 달리한다. 유년기를 회상할 때의 감상적 대사, 가치관을 말할 때의 격렬한 논쟁, 사랑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할 때는 적극적인 호감을 표현한다.
각자 헤어진 연인에 대해 언급하는 대사가 구체적이고 신랄하다면, 밤이 되면서 헤어지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둘의 대화는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정의로 가득해진다. 제시가 “마치 꿈속에 와 있는 기분이야”라고 하자 셀린이 “우리가 우리 시간의 주인인 것 같아. 우리의 우주 같다고. 난 네 꿈속에 넌 내 꿈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야”라고 화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감정표현이다.
관련 정보
수상
199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두 연인〉(1973, 로버트 와이즈) :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알려진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연출하고 린제이 와그너와 피터 폰다가 출연한 작품. 파리행 열차 안에서 만난 모델 데어드레와 베트남전 탈영병의 짧은 사랑을 그린 작품. 데어드레는 첫눈에 에반에게 끌리지만 본국으로 송환되는 에반에게 이 사랑은 벅차다. 파리에 잠시 머물게 된 둘이 나눈 격정적 사랑과 기약 없는 이별을 과장되지 않은 담담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이만희 감독의 〈만추〉와 비슷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작품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세계영화작품사전 : 사랑에 관한 영화 & 멜로드라마,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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