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이제 제법 가을 분위기가 난다. 일교차가 심해져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때다. 바이러스성 감기를 비롯해 알레르기성 비염,피부건조증 등 각종 환절기 질환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을지대병원 내과 조용선 교수는 “성묘,벌초 등 야외 나들이 때에는 특히 유행성출혈열,렙토스피라증 등 급성 전염병에 감염될 수 있다”면서 “이 전염병들은 초기증상이 갑작스런 발열과 몸살 등 감기증세와 비슷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을철에 유의해야 할 질환들의 예방법을 알아본다.
◇바이러스성 감기=감기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가 되면 으레 찾아오는 불청객. 증상이 가볍고 대부분 저절로 낫기 때문에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폐렴,결핵 등 합병증을 불러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과격한 운동은 피하고 피로는 그때 그때 풀어주도록 하며 평소 수분과 단백질,비타민 등이 많이 든 음식으로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 주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송윤미 교수는 “특히 어린이나 노인,만성적인 호흡기질환자는 9∼11월에 독감예방주사를 맞아야 겨울철 독감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레르기성 비염=가을은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에게는 고통의 계절. 여름 동안 잠시 잠복했던 코 간지러움증,콧물,재채기 등이 다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주로 양탄자나 담요 밑에 사는 집먼지진드기나 곰팡이,꽃가루,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의 비듬과 털 등에 의해 유발된다.
따라서 집먼지를 제거하고 찬공기나 급격한 온도변화,담배연기,방향제,스프레이 등을 피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 재채기나 콧물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항히스타민제같은 약물요법도 도움이 된다.
◇피부건조증=습도가 낮고 건조해지면 피부의 신진대사가 약화돼 지방분비가 적어지고 수분 증발로 인한 가려움증을 동반한 피부건조증이 나타나기 쉽다.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가습기를 사용하여 습도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
피로회복 차원에서 매일 뜨거운 온탕목욕이나 사우나를 즐기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피부보호막을 손상시켜 가려움증을 악화시키고 노화를 촉진시키는 지름길이기 때문. 목욕횟수는 1주일에 1∼2회 샤워가 적당하고 거친 때밀이 수건으로 박박 문질러대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한림의대 춘천성심병원 피부과 이원주 교수는 “목욕 후에는 기름기 있는 로션이나 오일을 몸에 바르는 것이 좋고 손,발바닥이 갈라지는 증상에는 연고나 영양크림을 발라 주면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급성 전염병=야외 나들이가 잦은 가을철에는 유행성출혈열,렙토스피라증,쯔쯔가무시병 등 급성 전염성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전염병은 대체로 들쥐의 배설물이나 진드기에 의해 감염되므로 논 일을 할 때나 등산,낚시,골프,캠핑 등을 갔을 때 풀밭에 드러눕지 말아야 한다. 또 외출시에는 가급적 긴 소매 옷을 입는 게 안전하고 장갑도 끼는 게 좋다.
유행성출혈열은 주로 들쥐의 폐에 있던 한탄바이러스가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와 전염된다. 잠복기는 평균 2∼3주. 초기 증상은 발열,오한,두통 등 감기증세와 비슷하다. 하지만 병이 경과되면 점차 혈압이 떨어지고 오줌이 나오지 않다가 오줌이 터지면서 회복되기도 한다. 예방백신이 나와 있으나 2년 간격으로 추가 접종해야 한다.
렙토스피라증은 들쥐,족제비 등의 배설물과 이런 배설물에 오염된 풀,흙 등에 섞여 있던 균이 피부의 상처를 통해 침투,감염된다. 따라서 오염된 논밭의 물에 장시간 발을 담그고 있는 농부들에게 집단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갑작스런 발열과 두통,오한,근육통,눈의 충혈 등이 나타난다. 2∼3일 후 흉통,기침,각혈,호흡곤란 등의 증세로 발전하기도 한다. 심하면 황달 또는 소변 감소 증상이 나타나며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
쯔쯔가무시병은 들쥐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 유충에 물린 뒤 감염되는 전염병. 잠복기는 보통 10일. 두통,발열,발진,근육통,눈 충혈 등이 나타나고 1㎝ 크기의 피부반점이 특징이다. 기관지염이나 폐렴,심근염을 합병하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특히 태풍 피해로 인해 쓰러진 벼를 세우다가 집단적으로 발병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