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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희생자 제4차 추모범국민대회‘가 14일 저녁 열려 참석한 시민, 학생, 노동자들이 서울 명동역 부근에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구속 등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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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선 보안상 이유로 개인 웹메일 시스템 봉쇄
거짓말 하고 있거나 규정 어긴셈…경찰 답변 피해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이성호 행정관이 경찰에 내려보낸 ‘연쇄살인사건 홍보지침’은 “업무용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의 전자우편을 받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은 “사무실에서 ‘다음’의 개인 이메일 계정을 통해 이메일을 받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보안상의 이유로 공무원들의 웹메일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 부처 사무실 안에서는 개인적인 전자우편을 주고받지 못하도록 컴퓨터 시스템 자체를 아예 ‘원천봉쇄’한 곳이 대부분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가정보원 주도로 국가기관에서는 다음·네이버 등 보안 관리가 힘든 웹메일을 쓰지 못하도록 부처 협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행안부 훈령을 고쳐 지자체 공무원들의 웹메일 사용도 금했다. 경찰 해명이 사실이라면, 다른 부처와 달리 경찰만 보안 규정을 어기고 사무실 안에서 함부로 개인 메일을 주고받아 왔다는 이야기다. 보안을 매우 중시하는 경찰이 이런 규정을 어긴다는 게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박병국 경찰청 홍보담당관은 개인 메일로 받은 이유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청와대와 경찰이 정부 공용 전산망 대신 이메일을 통해 문서를 주고받았다면 문서수발 사실과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경찰은 이를 통해 “청와대와의 문서수발 내역을 공개하라”는 김유정 민주당 의원의 자료 요구를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청와대가 메일 송수신의 정확한 경위와 방식에 대한 조사 결과를 함구하고 있어 진상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지침 보낸 날 3일 맞나?
경찰 “3일 받았다”…일각에선 “작성날은 더 일러”
3일은 사건 끝나가는 검찰송치일…청와대는 침묵
청와대가 ‘연쇄살인사건 홍보지침’을 내려보낸 시점을 두고도 의혹이 불거진다. 경찰은 지침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청와대가 시인한 뒤인 13일에야 “3일에 받았다”고 밝혔다. 3일은 군포 사건이 경찰의 손을 떠나 검찰로 송치된 시점이다. 청와대는 지금까지도 명확한 지침 작성·하달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의 해명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지침의 실제 역할은 최소화된다. 경찰은 “3일에는 사건이 이미 검찰로 송치돼 지침대로 움직이고 말고 할 게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군포 사건 용의자 강아무개씨는 1월25일 검거됐고, 1월30일 연쇄살인사건으로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한 경찰 관계자는 “홍보담당관실에서 지침을 받은 시점은 3일이지만, 지침이 작성된 시점은 더 이르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쪽에서는 지침 하달 시점을 1월31일~2월1일께로 추정한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경찰의 해명대로 지침 하달 시점이 3일이라면, 청와대는 이미 사건에서 손을 턴 경찰에게 지침까지 만들어 내려보내는 뒷북을 친 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기사 추이도 이를 방증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12일 내놓은 군포 연쇄살인사건 공중파 방송보도 분석 자료를 보면, 방송3사는 1월30일(38건)부터 3일(25건)까지 무려 5일 동안 저녁 ‘메인 뉴스’에서 20건 넘는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이에 견줘 유영철 사건 때는 사건 발생 3일째부터 보도 건수가 10건 이하로 줄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경찰이 홍보 지침의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달 시점을 ‘3일’로 맞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김석기 청장후보 청문회팀에도 보냈나?
이석현 의원 의혹 제기…청와대·경찰 공식부인
받긴 받은듯…서울청관계자 “경찰청이 보내”
청와대 홍보지침이 경찰청은 물론 서울경찰청 인사청문팀까지 보내졌는지도 풀어야 할 의문이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청와대 홍보지침이 경찰청 홍보담당관뿐만 아니라 서울경찰청 인사청문팀에도 보내졌다”며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와 경찰은 이런 사실을 공식 부인하고 있다.
인사청문팀 총책임자였던 경찰청 관계자는 15일 “인사청문팀은 청와대의 홍보지침을 받지 않았다”며 “당시 인사청문팀에서 일했던 직원들을 전부 불러 물어봤는데, 아무도 받은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우리 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데 근거 없는 소리”라며 “인사청문팀은 출입금지 구역으로 웬만해선 잘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서울청이 받은 적은 없다”며 “본청(경찰청)이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에 (홍보지침을) 보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지침을 받은 사람이 서울경찰청 인력은 아니지만, 본청 차원에서는 전달됐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팀은 김석기 전 서울청장이 경찰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달 19일 경찰청 직원 17~18명으로 구성됐다가 지난 12일 해체됐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