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택 데크에서 주차장으로 갈 때 가는 길이 사납습니다. 디딤돌을 해놨는데 지붕에서 물이 떨어져 흐르면서 패여 나갔습니다. 그러다보니 발을 잘못 디디면 다칠 수 있는 위험한 곳이 됐습니다. 저희 교회도 연세 많으신 분들이 계셔서 아마 놀라신 분들이 계시지 싶었습니다. 전에 어머님 동생 분들이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셔서 저도 손을 봐야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어떤 식이냐가 결정이 안 되고 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저 ‘이번 주도 무사히!’ 하는 마음으로요.
그러다 지난 월요일 밤에 어머니를 모시고 내려왔습니다. 짐이 많아 베란다 쪽에 차를 세웠습니다. 차에서 내리신 어머니가 힘들다며 베란다를 통해 들어가신다고 하셔서 창문을 두드렸는데 안에서 반응이 없었습니다. 저는 집사람이 몸살 약을 먹고 있기에 몸이 안 좋아서 자는 줄 알고(그 때 집사람은 수업준비로 음악을 듣고 있어서 못 듣는 상황이었음) 제가 짐을 내리는 동안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혼자 사택 현관 쪽으로 걸어가시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말로만 ‘잠시만요!’ 하며 짐을 다 내리고 뛰어 갔습니다. 가장 힘든 곳으로 생각한 어두운 곳을 잘 가셨기에 다행이다 했는데 앞에서 말한 곳에 주저앉아 계셨습니다. 저는 화를 내며 ‘조금만 기다리시지!’ 했습니다. 여러모로 서러운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대상포진 후유증 때문에 입원하시고 싶다고 하셔서 입원을 했는데 넘어지셔서 갈비뼈 2곳이 금이 살짝 갔고, 사정상 일찍 퇴원하신 것도 그렇고, 다친 방향으로 넘어지시고 왼손으로 땅을 짚으셨는데 상태가 안 좋으셨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병원에 갔습니다. 그나마 천만 다행으로 고관절은 괜찮고, 왼손도 살짝 금이 가서 반 깁스만 하셨습니다. 이러다보니 어머니도 저도 후회만 가득했습니다. 어머니는 병원에 혼자라도 더 있을 걸, 괜히 입원 했나로, 저는 짐을 나중에 내리고 먼저 모셔다 드릴 걸로. 또 서로를 향한 원망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나 먼저 데려다 주지로, 저는 조금만 기다리시지, 조심하시지로. 제 잘못이 크지만 금요일에 병원을 다녀오면서 이제 후회와 원망은 그만하고 그나마 이 정도인 것을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더 많은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야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