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이란(2001년)은 불교적 세계관에 투철한 명작이고, 바다, 겨울, 흰 눈 그리고 원형이정의 정(貞)에 대한 영화라고 봅니다.
수(水), 겨울, 정(貞), 백(白)의 역철학적 뜻을 알고서 재미있게 볼수있습니다.
몇 개의 장면을 음미해보시죠.
영화 언어는, 인간의 꿈(夢)의 언어와 괘(軌)가 같다고 할수있습니다
왜냐면 영화감독이란 결국 자기의 모든 지성과 감성을 다하여 꿈꾸는 사람이며
한정된 짧은 시간안에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고,
어느 단 한 장면도 무의미로 헛되이 흐르게 놔둘수없으니 아주 농축된 상징언어를 쓸수밖엔 없는데
꿈(夢)의 언어가 바로 '상징 언어'입니다.
가령, 열차가 위협적으로 거세게 달리는 것은 무모한 열정의 시간이 폭주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긴 철길은 시간(인생)의 흐름을 상징합니다.
파이란에서, 흰 눈이 내린 철길은 영화의 중후반부 주재를 총괄하여 깔아놓은 복선입니다
영화의 중후반부에서, 강재(=>최민식扮)는 [흰 눈이 내린 철길]의 기차를 타고 참회의 단계로 들어갑니다
강재는 바다 어부가 되어야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선 비디오가게에서 음난물이나 취급하다 잡혀가는데 비디오가게라는 것은 [삶의 그림자놀음]을 상징합니
다.
실상 영화라는 것이 그림자놀음입니다.
그리곤 오락실에서 놀지요
강재(=>최민식扮)에게 현상세상에서의 인생이란 오락실과, 어우동(조직의 본거지 나이트클럽)으로 이분됩니다.
어우동은 냉엄한 현실사회, 권력지향적 세속 사회를 상징하면서
은밀히, 권력이란 결국은 웅지(雄志) 즉 숫컷의 '매일 아그레션'을 펼치는 것에 불과함을 암시합니다
강재는 어우동에서 쫓겨나고 그져 오락실에서 놀죠
영화의 주제가 되는 현(玄)한 바다에서 시작하여 바다와 도시의 대비로 나아간다
주역 언어로 하면 태극에서 양의로 분화하는 장면이고
이윽고 여러 캐릭터들과 사건의 펼쳐짐은 8괘의 상탕(相湯)이며
64대성괘 384효의 생화학적 춤이다
용식(=>손병호扮)은 현상세상에서 두목이 되어 성공했고. 강재는 똘마니가 되어 실패자이다.
둘은 고향(군산) 친구인데 함께 인천으로 올라와 자리잡았다.
용식은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에 도움받은 은혜를 잊으려고 하지만 강재는 받은 은혜를 잊지못한다
실상 용식과 강재는 한 인격의 두 측면이다
영화를 보는 내 안에는 이러한 용식과 강재가 동서함을 잘 알고있으니까 이렇게 보는 것이고
(강재와 파이란도 한 인격의 두 측면이다..
=>이런 것은 주역의 괘상을 다방면에서 관찰하여 하나의 괘상으로부터 다수의 괘상이 현출하는 이치와 같다..)
영화를 이런 식으로 보는 것은 조셉켐벨의 신화학 책에서 배운다
아름답고 가슴시린 장면이다. 눈 내린 철길 장면.
강재는 파이란의 부고(訃告)로 인하여 [흰 눈이 내린 철길]을 타고 [참회의 단계]로 들어간다
철길은 인생과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고
흰 눈에서는 (진리에 닿기 전) 참회와 해원(解寃)의 단계를 본다
흰 눈, 혹은 흰 종이 등은 오행의 금색이며 숙살의 기운을 포함한다
숙살(肅殺)은 살벌한 단어이지만
대개 참회는, 숙살의 엄혹함과 관계되지 않을수없다
서방정토란, 숙살의 과정이 전제되지 않을수없다
시간의 열차를 타고 파이란의 편지를 읽지만 차창밖으로는 바다가 울렁거리고 있다. 바다는 일원, 진리의 세계이다
파이란이 보낸 [흰 종이]에 적힌 편지글
이 편지가 강재를 참회의 단계로 이끈다.
화엄경의 관점에서 파이란은 보현보살의 화신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파이란. 바다는 일미평등(一味平等)의 진리세계
육지의 끝은 곧 [이분법 삶]의 끝이다.
이분법적 삶은 허망하다.
어리석음으로 결구結構되어있다
육지의 끝에서 고인이 된 파이란의 [흰 색] 편지를 읽고
현상세계의 주축인 어리석음을 통각痛覺하고 진정한 가치의 지난함과 희소성을 깨달으며 크게 흐느끼며 운다
현상세상으로부터 1쎈티 정도 뜬 달관의 경지에 들어간다
마트에 들어간 파이란. 유한락스 표백제와 하얀 치약,칫솔 등은 이승의 업을 닦는 도구이다. 쪼코파이 VS 칫솔의 몽타주
달콤한 과자들은 이분법적 육망(육체의 욕망)의 세계로 들어오라고 유혹한다
첫 맛은 달콤한 쾌락이나 인위적이고 가공적인 것이라 오래가지않으며 결단코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수없다
매트릭스의 빨간약/파란약의 구도와 비슷한 것인데
하지만 파이란은 이미 세탁소에서 흰 빨래를 세탁하는 계제이다
사소하고 비근한 장면일수록 심오한 철학과 상징의 무게추를 달지 않는다면 영화와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점(占)의 철학도 이와같다
파이란은 세탁소에서 이승(二乘)의 삶 즉, 이분법적 삶에서의 때를 세탁하였다 바다로 가기전에 해야하는 과정이다.
파이란은 [흰]셔츠의 주름을 펴는 다림질을 하면서 객혈(喀血)하였다.
안타깝지만 바다에 닿으려면 육망(肉望)은 희생되어야한다
어린왕자가 방울뱀의 도움을 받은 것과 같다
파이란의 아니마인 강제 역시 육망이 다 희생되었다
파이란이 흘린 피의 색깔과 강재가 준 머플러의 색깔이 같은데 이는 삶의 열정과 희생을 상징한다
오락실 장면. 어부가 되어야할 강재에게 이분법적 현실세계는 그져 오락하는 수준에서 그쳐야 할 곳이다
오락실에서 저마다가 화면(망상)을 마주하고 있는 모습
파이란에서 빠징코 오락실은 에고의 망상을 상징한다
아래는 명장면의 명장면이 아닐까..
강재가 먼저 평화의 냄새를 맡고 환희하며 얼음판 위로 내달렸으며
그 뒤를 경수(=>공형진扮)가 위험하다고 빠져죽는다고 말리면서 따라갔다.
경수는 주저주저하면서 물 위로 올라간 것이다.
평소에 경수는, 강재의 순수한 내면을 잘알고 친하게 따른다
경수(=>공형진扮)와 얼음판 위에서 스케이팅을 흉내내면서 놀고있다. =>경수의 자세를 보면 곧 그가 새처럼 비상(飛上)할 것임을 암시
즉 진리성의 얼음판 위에서 놀다가 가는 것이다.
얼음판 위에서의 놀이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 단계의 중음신의 놀이, 혹은 현상과 진리의 경계에서 놀이를 상징한 것이다
최소한 강제와 경수는 진리성의 얼음판에서 장난칠줄 아는 성숙한 영혼들
경수가 강재를 켐코더로 촬영하고 있다.
사는 모습을 천천히 한 바퀴 돌며 촬영하고 있다.
디셈버 13일 2000년
디셈버는, 강제의 삶이 마지막 단계가 되었음을 뜻하면서 동시에 윤회의 상수12를 상징하고
13일은 12+1 이므로 현상(=12)으로부터 초월,탈출의 뜻이 있다.
2000은 이분법적 삶의 공허함을 암시한다
000 =>공허하고,공허하며,공허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의 결론을 말해주고 있다.
더럽고 어지럽게 널려있는 세간살이는 우리의 남루하고, 잡된 욕망의 부스러기가 쌓인 삶 공간을 뜻한다.
벽에 붙어있는 꽤벗은 여자사진들은 욕망이 지향하는 바를 보여준다
비됴테잎들이 가득 쌓여있는데 이는 인생의 사건,사건들을 말한다.
(실상 인간은 사건과 사건을 건너가면서 늙는다. 시간은 사건과 사건을 건너가면서 흐르는 것이다.)
이 모든게 너무나 비루하고 허무하기만 하다..
모든 비디오가 다 환(幻)이기는 하지만 전부 허망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중에 가치있는 환幻도 있을 것이다.
강재는 마지막으로 가치있는 환幻을 보면서 13의 세계로 갔다
비디오 화면 아래에놓인 상자를 보면 ○○○ 이라고 되어있다 이는 이 모든게 다 공허함을 뜻한다
조금 깨진 ○ 은 무슨뜻인가?
모두다 공허하다에서 조금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