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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자로 법상을 세 번 치고 들어 보이신 후)
지장재일 법회에 참석하신 시회 사부대중께서는 아시겠습니까?
직하에서 계합이 돼서 바로 알아차려 깨달아서 뛰어나면, 가고 옴에 걸림이 없는 한가로운 도인이더라.
이제 이미 이 소식을 알았거니
어찌 다시 하늘을 통하는 것을 물을 것인가?
금일 대중은 도리어 이 소식을 아시겠습니까?
만약 알지 못했다고 할진대 산승이 또 이르리라.
三界有無一切法(삼계유무일체법)
不能與佛為譬喻(불능여불위비유)
老胡從來名不得處(노호종래명부득처)
今日山僧不惜眉毛(금일산승불석미모)
試為諸人舉看(시위재인거간)
(良久) 喝!
삼계 가운데 있고 없는 일체의 법이
부처님과 더불어서 비유가 되지 못한다.
노호(달마)도 종래로 이름과 모양을 얻지 못하거니
금일에 산승이 눈썹을 아끼지 않고
모든 사람을 위해서 시험해서 드러내 보리라.
(잠시 묵묵한 후) 악!
數尺冰聲繞卓地(수척빙성요탁지)
一條虬勢欲騰空(일조규세욕등공)
수 척 높이의 얼음소리가 땅에서 솟아나고
한 조의 뿔 없는 새끼용이 하늘에 세력으로 날고자 함이로다.
금일 대중이여!
涅般心易曉 差別智難明(열반심이효 차별지난명)
열반심(涅般心)은 밝히기 쉬우나
차별지(差別智)는 밝히기 어렵다.
공부를 하면서, '본래 이 법이지 다른 게 없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일생을 그냥 지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차별지의 활용자재를 하지 못합니다. 뭐든지 물으면 주먹을 번쩍 들고, "바로 이것이지." 또 누가 뭘 물으면, "다만 차 한 잔 마시는 이것 뿐이지 달리 뭐가 있습니까?" 이렇게만 하는 사람이 수두룩하게 많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금강경에서 말하는 법상(法相)에 머물러 취해서 일생을 벙어리로 살 사람이니, 차별경계는 호리도 알 수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차별지냐?
燈籠呑露柱(등롱탄누주)
등롱이 노주를 삼킴이니라.
이 말을 여러분이 바로 알아듣는다면, 여러분이 바로 일대사를 마친 한도인(閑道人)이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지장재일이니, 지장경에 의지해서 몇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승대집지장십륜경 서품>
"또 이 대사가 그의 머무는 불국토에 따라 만약 세간을 널리 비추는 선정에 든다면 역시 이 선정의 힘으로 말미암아 그 불토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모든 어두움을 벗어나 시방세계의 모든 불국토을 두루 볼 수 있게 하며,
또 이 대사가 그의 머무는 불국토에 따라 만약 모든 부처님의 등불을 밝히는 선정에 든다면 역시 이 선정의 힘으로 말미암아 그 불토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다 삿된 길을 버리고 바른 길을 찾아 삼보에 귀의할 수 있게 하며"
‘선정’이 정말 필요한 것입니다. 제대로 선정이 이루어진다면 수미산처럼 막혀있는 모든 마음 가운데 일체 번뇌망상과 죄업이 봄날에 얼음 녹듯이 녹아서 없어집니다.
어두운 밤에 등불을 밝히면 환히 밝아지듯이 선정이 아주 필요한 것입니다.
조선조 중엽에 해남 대흥사 진불암에는 70여명 대중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조실 스님께서 법어를 하고 계시는데, 최창호라는 종이장수가 종이를 팔러왔으나 스님들이 모두 법문을 듣고 있어 아무한테도 말을 걸 수 없었는데, 그냥 돌아갈 수도 없어서 법당 안에 들어가서 법문을 듣고 발심을 하였습니다.
'나도 출가하여 스님이 될 수 있으면 오죽 좋을까?'
최씨는 법회가 끝나자 용기를 내어 조실스님을 찾아 갔습니다.
“스님, 저는 떠돌아다니며 종이를 파는 최창호라 하옵니다. 오늘 이곳에 들렸다가 스님의 법문을 듣고 불현듯 저도 입산수도를 하고픈 생각이 들어 스님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조실스님이 최씨를 바라만 볼 뿐 아무 말이 없자,
‘그러면 그렇지. 창호지 장수 주제에 종이나 팔면서 살 것이지, 스님은 무슨 스님? 불쑥 찾아든 내가 잘못이지.’
가슴을 조이며 조실스님의 답을 기다리던 최씨는 마음을 고쳐 먹고 일어서려고 하는데,
“게 앉거라! 간밤 꿈에 부처님께서 큰 발우 하나를 내게 주셨는데, 자네가 올려고 그랬구나.
지금은 비록 창호지 장사지만, 자네는 전생부터 불연(佛緣)이 지중하니, 열심히 공부해서 큰 도를 이루도록 해라.”
그러나 입산한 지 반년이 지나도 천수경도 외우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우둔함을 탓하면서 그만 하산하기로 결심하고 조실스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스님. 저는 아무래도 절집과 인연이 없나 봅니다. 반년이 지나도록 염불 한 줄 외우지를 못하니 다시 마을로 내려가 종이장사나 하겠습니다.”
최행자의 이야기를 다 들은 조실스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너무 심려치 말고 공부를 계속 하거라. 옛날 부처님 당시에는 너 같은 수행자가 있었는데 열심히 공부하여 깨달음을 얻었느니라.”
조실스님은 옛날 부처님 당시에 ‘주리판타카’가 우둔한 바보였으나 부지런히 수행한 끝에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최행자를 위로했습니다.
그래서 최행자는 일념으로 지극하게 "나모라 다나다라…" 하고 천수경 외우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조실 스님이 막 잠자리에 들려는데 밖에서 환한 불빛이 비쳐서 이상스럽게 생각하고 문을 열어 보니, 최행자 방에서 방광이 일고 있었습니다.
최행자는 곤하게 잠들어 있는데, 그가 읽던 천수경에서 경이로운 빛이 발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날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글 한 줄 못 외우던 최행자가 천수경 뿐 아니라 무슨 경이든 한 번만 보면 줄줄 외워 나갔습니다.
이 스님이 후일 해남 대흥사의 13대 대강사인 범해 각안(梵海 覺岸, 1820 ∼ 1886)입니다.
여러분도 지극한 일념이 돼야 됩니다. 그냥 형식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기도를 하든, 염불을 하든, 독경을 하든, 참선을 하든, 일념이 돼야 됩니다. 일념 삼매가 되면 여러분의 막혀 있는 무명업식(無明業識)이 싹 무너집니다.
"또 이 대사가 그의 머무는 불국토에 따라 만약 금강 광명의 선정에 든다면, 역시 이 선정의 힘으로 말미암아 그 불토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크고 작은 산, 계곡, 시내, 언덕, 자갈, 초목을 다 볼 수 있게 하는 동시에 그 불토 안의 일체 삿된 벌레와 독한 짐승과 나쁜 질병과 산란한 먼지와 더러운 냄새까지 소멸하고"
그래서 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대에 왔지만, 왜 코로나를 겁 내느냐고 자꾸 그럽니다.
더구나 절에 다니는 불자들이 왜 코로나를 왜 겁을 내느냐는 거예요.
선방에 다른 데서 공부하러 오면, "잘 왔소! 거기 있었더라면 코로나 때문에 큰일 날텐데, 여기 오면 코로나에서 벗어납니다.
잘 왔소! 공부합시다!" 이렇게 해야지, 선방에 있는 보살, 거사가, "왜 여기 왔느냐? 코로나 옮기니 가라.", "저기 떨어져서 하라."
이래서야 되겠어요? 이게 무슨 공부인이야? 그건 공부인이 아니야. 여기 지장경에 분명히 그래 놨잖아요.
일체 모든 좋지 못한 질병이 세계에 있더라도 거기에 내가 절대 침노를 받지 않습니다.
이 모든 질병은 중생의 업보로, 업이 두터운 중생이 그 업으로 질병을 만들고 당하고 그렇지, 마음이 깨끗해지면 그런 질병은 우리한테 침노를 못해요.
그래서, 학림사의 맑은 물을 누가 싫어하겠어요? 학림사 물은 최고 좋은 물입니다.
마찬가지로 일념 선정에서 마음의 때가 닦여서 마음이 맑아지면, 여러분이 일체 걸림이 없고, 일체 모든 질병도 침노하지 못하는 거예요.
불자가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더라도, "왜 코로나에 겁을 내시오?" 하고 당당해야지, 움추려서 겁을 내고 하면 그게 무슨 불자고 무슨 참선하는 사람이야? 왜 그런 약한 참선을 해요? 그런 데서 벗어날려고 참선을 하는 건데.
"많이 오십시오! 여기 오면 코로나가 범접을 못합니다. 잘 왔습니다."
이래야 되지, 병 옮는다고 저리 가라 하는 이런 생각 가지고 무슨 공부를 해요? 그건 못쓰는 거예요. 그런 사람은 공부인이 아니예요. 삿된 사람이지.
"내지 그 불토의 땅을 손바닥처럼 판판하게 만들어서 갖가지 좋은 상서가 자연히 솟아나 청정 수승한 뭇 모습을 다 장엄하게 할 수 있으며,
또 이 대사가 그의 머무는 불국토에 따라 만약 모든 것을 굴복시키는 지혜의 선정에 든다면, 역시 이 선정의 힘으로 말미암아 그 불토의 일체 마왕과 마왕의 권속들로 하여금 다 놀래고 겁내어 삼보에 귀의하게 할 수 있으며,
또 이 대사가 그의 머무는 불국토에 따라 만약 전광(電光)선정에 든다면, 역시 이 선정의 힘으로 말미암아 그 불토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다 후세의 공포를 벗어나 법의 안락을 얻게 할 수 있으며,
또 이 대사가 그의 머무는 불국토에 따라 만약 미묘한 맛을 구족하는 선정에 든다면, 역시 이 선정의 힘으로 말미암아 그 불토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다 음성의 맛을 충족하게 할 수 있으며,
또 이 대사가 그의 머무는 불국토에 따라 만약 수승한 정기(精氣)를 구족하는 선정에 든다면, 역시 이 선정의 힘으로 말미암아 그 불국토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다 세력을 증상하여 모든 질병과 고통을 벗어나게 할 수 있으며,
또 이 대사가 그의 머무는 불국토에 따라 만약 모든 물자를 구비하는 선정에 든다면 역시 이 선정의 힘으로 말미암아 그 불토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각자가 필요한 대로 의복, 침구, 상좌와 보배장식 따위를 다 모자람 없이 얻어 매우 사랑스러운 수승 단엄한 몸매를 갖추게 할 수 있으며"
우리가 현실에 살아가는데,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궁핍하면 생활고에 허덕거리고 고생이 많습니다.
경제가 풍족하게 잘 이루어져야 가정 사회 국가가 그야말로 강성대국이 되는 것입니다.
깊은 선정에 들어가면 그렇게 가정과 사회가 풍족하게, 의복, 침구, 상좌, 보배장식 등 일체 모든 것을 모자람없이 갖춰서 살게 되고, 몸매가 단정하여 위엄을 잘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일념 선정이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념 선정이 잘 안 되니까 그게 문제인데, 그게 잘 안 될 때, '내가 일념 선정이 잘 안 되고 번뇌망상이 많구나!’ 하고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알게 되고 분심(憤心)을 내게 되는 겁니다.
'아! 내가 열심히 해야 되겠구나!' 하고 실천에 옮기는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그게 신심(信心)입니다.
"또 이 대사가 그의 머무는 불국토에 따라 만약 투쟁없는 지혜의 선정에 든다면 역시 이 선정의 힘으로 말미암아 그 불토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다 몸과 마음이 용감하고도 건전하여 모든 원수와 미움과 얽매임을 벗어나 유순하고 화락함으로써 마침내 보시, 지계, 인욕, 정진을 갖추어 지혜를 성취하게 할 수 있으며"
보시하는 마음이 쉬운 게 아닙니다. 우리 학림사도 땅 한평 사기를 하고 있지만 그게 쉬운 게 아닙니다.
금강경을 설한 곳이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 기원정사)’인데, ‘기수’는 기타 태자의 숲을 뜻하고, ‘급고독원’은 급고독 장자가 보시한 동산이라는 뜻입니다.
부유한 상인이었던 급고독 장자는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머물만한 땅을 보시하고 싶었는데, 마침 기타 태자가 아름다운 숲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타 태자는 그곳을 팔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급고독 장자가 끈질기게 간청하자 태자가 “만약 기수 땅 전체를 금으로 깐다면 팔겠소!”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급고독 장자는 곧장 집에서 금을 가져와 기수 땅에 깔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태자가 놀라서 달려와 “아까 말은 농담이었소.”라고 했으나 진지한 급고독 장자를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급고독 장자의 지극한 정성이 부처님께 감화되었기 때문임을 안 태자는 자신도 감화되어 그 땅을 부처님께 보시하고, 땅에 깐 급고독 장자의 금으로 가람을 지었습니다.
그것이 금강경에 나오는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면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귀한 것이겠습니까?
여러분의 마음을 닦고 새롭게 자기 인생을 바꾸어서 멋지게 복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기도하고 공부하러 온 거 아니겠어요?
이 법당과 선방이 없으면 어디서 하겠어요?
지금 저기 선방 옆에 길을 내서 거기서 소리를 내고 이러면 선방이 아무것도 안 되게 생겼어요.
기가 막히는 일이라, 다급해가지고 할 수 없어서 땅 한평이라도 사는 걸 하자고 해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모든 일체 중생들의 어려운 일이나, 공부하는 수행이나, 사원을 건립하는 이런 모든 걸 다 잘 되게끔 하자면 중생들의 마음을 바꿔야 됩니다.
이 세상 사람이 다 육바라밀을 갖춘 불자가 된다면 무슨 살아갈 걱정이 있겠는가? 서로가 한 몸, 한 마음이 돼서 이 땅이 청정극락국토가 되는 것이라고 지장보살님이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장재일날 오시는 것도 이런 것을 닦고 이런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 조상 천도도 하고, 조상 영가들도 이 법문을 듣고 한 생각 돌이키게 되어 편안하게 천도가 되고, 영가가 천도가 되면 여러분 가정도 편안하고 천도가 되는 것입니다.
상당의 높은 법문을 따로 찾지 말라.
내가 거듭 말하노니
글귀 가운데서 구하지 말라.
한 생각 돌이켜서 보면 거기에 다 되어 있느니라.
(2022.01.20 대원큰스님 지장재일 법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