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6-29
Rainbow
며칠 전 오후 늦게 뒷마당에 무지개가 떴다. 오렌지색을 띠운 황홀한 모습으로 아주 가까이 떠 있어서,
사진도 여러 장 찍고 감상에 젖어 있다가 그 감흥을 주체할 수 없어, 이쪽 저쪽에서 각도를 달리한 사진 몇 장과
William Wordsworth의 시 Rainbow를 동창 카톡방에 올렸었다.
그 시는 대학때 외부강사로 한학기를 가르쳐 주셨던 영문과 교수님이 일본에서 공부하시던 학생시절, 방학에
다니러 오시다 배 안에서 일본 순경에게 검문을 받던중 일본 순경이 무작위로 선생님 책의 한 부분을 짚어 번역를
요구했는데, 그 것이 Rainbow 시중에“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이었다고 하시며, 재미있게 강의해 주셨었다,
그 후 나는 그 시를 열심히 외우며 항상 좋아했었다.
무지개는 언제 보아도 모든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곳 우리 집 부근에서는 잊지 않을 만큼
무지개를 볼 수 있었고, 그때마다 이 시를 떠올려 읊어 보곤 했었다.
이번 무지개 사진과 시를 카톡방에 올린 후 대학도 같이 나온 친구에게서 바로 답신이 왔다.
이 친구는 대학 때 부터 많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고, 오랜 동안 멀리 살고 있었어도, 계속 소식을 나누며
많은 좋아하는 책도 같이 읽었고, 음악도 미술도 비슷한 취향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이런저런 말 끝에 ‘Let’s enjoy the remainder of our life” 라고 했다. “the remainder of our life”…
그리고 the remainder of my life를 살아갈 나는 과연 전과 같은 ‘나’인가? 건강은? 지구력은? 시력은? 기억력은?
그리고 IT분야의 발전이 주는 사회의변화는 과연 우리 세대가 따라 잡을 수 있는 속도인가,
나는 이 IT 발달로 인한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 나이에도 살아 남기위해 아둥바둥 무엇인가를 하려고 노력해야만 할까…
그냥 쉬고만 싶고, 좋아하는 음악이나 들으며 늘어지고 싶다.
‘목아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 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 어찌 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먼데 산을 바라본다, ....먼데 산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