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벗고 수영하다 쫓겨난 여성 신고가 발단
"여성만 가슴 가리는 것은 차별" 판단독일 수도 베를린 당국이 공공 수영장에서의 여성 '상의 탈의(토플리스·topless)'를 허용하기로 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를린시는 9일 "시 관할 공공 수영장에서의 수영복 탈의와 관련해 남녀 모두에게 동일한 규정을 적용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시의 결정은 지난해 12월 수영장에서 상의를 벗고 수영하다가 쫓겨난 여성 로테 미스(33)의 신고로 촉발됐다. 당시 미스는 "가슴을 가리지 않은 채 수영했다는 이유로 제지를 당했으나 수영장에 있던 다른 남성들에게는 같은 규칙이 적용되지 않았다"며 베를린시 산하 '평등 대우를 위한 사무소'에 신고했다.
이 사무소는 2020년 베를린시가 별도로 제정한 차별금지법을 실행하는 기관이다.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민원을 감독하는 '옴부즈맨 센터'가 사태 파악에 착수하는데, 옴부즈맨센터도 미스의 주장에 동의했다. 센터 측은 "수영장에 성별에 따른 규칙이 따로 있지 않다"며 "시중에서 판매되는 수영복은 일상생활에서 입는 옷과 구분하려고 만든 용어지, 상체를 가리라는 뜻으로 보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즉 여성에게만 가슴을 가리라는 것은 차별이라고 본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출처=픽사베이]
베를린의 공공 수영장들은 '성별 규칙'이 없는 대신 표준 수영복을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만을 명시하고 있다. 수영용 반바지, 비키니, 수영복, 부르키니가 허용되는 복장으로 언급돼 있지만 누가, 무엇을 입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규정하지 않았다.
WP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나체와 신체 이미지에 대해 연구한 런던 대학 골드스미스의 사회심리학 교수 케온 웨스트의 예전 인터뷰 내용을 인용했다. 웨스트 교수는 "독일인들은 나체에 대해 일반적으로 상당히 관대하다"며 "심한 노출일지라도 '자유로운 신체 문화'로 보아 성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외곽의 몇몇 도시들은 이미 모든 이에게 상의 탈의 수영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중부의 괴팅겐시에서는 성별 구분 없이 공공 수영장에 상의를 탈의하고 입장하는 것을 허용하는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는 한 수영장에서 상의를 탈의하고 수영장에 입장한 이가 이용을 금지당한 후 이루어졌다.
'자유로운 신체 문화를 장려하는 독일 협회'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130개 이상의 '자연주의' 클럽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성적인 의도를 배제한 사회적 나체를 실천하는 생활 방식을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