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읽으면서 꼭 읽겠다고 결심한 지 10년이 넘어 드디어 봤다 ^^V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전쟁기이다. 전쟁에 대한 기록이고 전투 묘사가 베이스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에 담고 있는 내용이 꽤나 방대하다.
전술교범인 동시에 지리서이고 박물지이고 인류학보고서이다.
내가 읽고 판단한 카이사르의 기본 전술은 다음과 같다.
1. 정보 수집 - 풍습, 지리, 적의 규모, 지도자, 정치적 상황 등을 문헌, 포로, 인질, 정찰병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수집한다.
2. 기동전 - 결단이 내려진 후엔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빠른 행군을 통해 수적/심리적/지리적 잇점을 취한다. 대개의 경우 전장을 아군이 선택한다.
3. 지리적 우위, 공병 - 지리를 꼼꼼히 살펴 진지와 전투 장소를 결정한다. 지리적 우위에 더해 숙련된 공병은 금상첨화!
4. 사기, 전운 - 갈리아인/게르만인의 풍습에 비해 상비군인 직업군인, 고참병의 존재 등에서 항시 높은 수준의 사기와 숙련도를 유지한다. 카이사르 자신의 존재, 카리스마도 이 항목으로 생각할 수 있을 듯 하다.
전후 처리 및 지배 방식은 다음과 같다.
항복을 한 갈리아 부족은 무장해제를 당하고 인질과 공물을 제공한다. 이에 대응하여 로마는 해당 갈리아 부족에 보호(다른 부족과의 갈등시 중재 및 전투지원)와 권위(로마에 우호적인 부족을 키워 군소 부족을 지배하게한다.)를 부여한다. 친로마 세력을 형성하여(로마의 친구라는 호칭, 지배자로 내세움) 간접적인 지배를 한다. 로마에 가까울 수록 상인등의 교류를 통해 로마 문화를 전파시킨다.
갈리아의 문화 및 성향을 인식하고 반복되는 계략과 반란을 항시 대비하며 인내심을 발휘한다. 같은 부족의 반복되는 반란에도 그 반란을 꺽어놓기만 할 뿐 섬멸전의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는 8년 수십차례 전투에서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이는 로마의 전통적인 방식인 듯 섬멸전을 진행한 경우 원로원의 비난이 있고 자신의 판단에 대한 변론을 하기도 한다. 단 갈리아 및 게르만의 당시 상황에서 정착의 개념이 약했으므로 도시 및 농장에 대한 초토화 전은 종종 보인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의 남만정벌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을 읽을 때 '기록의 가치'를 우선 떠올렸다. 카이사르는 자신의 밥줄!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정보와 전쟁 기술을 세세하게 기록하여 공개하였다. '전운이 없었다' 등의 변명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실패를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노하우를 아까워하는 소시민들, 노무현 대통령이 시도한 대통령 기록에 관한 법률, 조선시대 실록과 기록문화 등을 떠올려 본다.
처음 책을 접할 때 독자로서의 어려움이 한 가지 있는 데, 카이사르는 이 책을 로마의 식자층을 대상으로 썼다는 점이다. 갈리아에 대한 세세한 설명과는 완전 상반되게 로마의 사건과 인물에 대해서는 이름만 나올 뿐 설명이 하나도 없다 ㅋ
마지막으로 카이사르의 문재에 대한 극찬들을 생각해본다.
키케로는 '카이사르의 글은 알몸과 같아서, 인간이 몸에 걸치는 장신구를 벗어던졌을 때 생겨나는 매력으로 충만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우선 이 글 이전 최근에 본 두 글과 비교를 하게 되었다. '오뒷세이아'와 '신곡'. 시기적으로 오뒷세이아 ~800년~ 갈리아 전쟁기 ~1300년~ 신곡 순이다. 2000년의 갭에도 불구하고 신곡은 일리아스/오뒷세이아의 서사시 포맷과 굉장히 유사하다. 글의 음악성과 관용적인 미사여구들이 강조된다. 갈리아 전쟁기는 그런 면에서 정말로 담백하다. 그리고 그 담백한 문체와 설명 위주의 구성 속에 자기의 의도를 교묘히 드러낸다.(혹시 책 보게 되시면 주석 꼭 보세요 ㅋㅋ)
---이거 하나 보고 숙제가 또 생겼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사마천의 사기열전 구매목록으로 메모했다.
첫댓글 그야말로 숙제같은 책이었군요 ^^ 저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책인데요. 저는 로마인 이야기를 몇권째에서 그만뒀는지도 가물가물합니다. 그 책(그 시리즈 완독)이 저에게는 (오래전부터의) 숙제입니다..ㅎㅎ 사마천의 사기열전은 괜찮았던 것 같아요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은 괜찮은 번역본이 있는지나 모르겠네요. 먼바다님, 계속해서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