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일, 서울시 버스 노선이 전면 개편된 이후, 아직도 그 평가는 ‘새로운 버스 노선 체계가 상당히 불편하며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데 집중되어 있다. 각계 각층의 반응은 다양하고도 혹독했다.
교통 카드 단말기의 오류로 요금 징수가 제멋대로이다, 버스 전용 차로가 주차장이다, 노선 개편으로 목적지까지 시간이 배로 걸린다, 버스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요금을 인상하기 위한 수단이다 등등, 교통 체계가 안정세에 접어들기까지는 아직도 더 많은 비판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교통 카드로 떠오른 T-money 카드에 대해서도 평가와 불만은 ‘서울 시내를 버스로 오가는 데 불편한 사항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이탈하지 않는다. 전면 개편 직전까지 T-money 카드가 준비되지 않은 상점들이 많았고, 먹통 단말기 때문에 요금 징수에 큰 혼선을 빚었다는 것이다. 충전기가 설치된 가두 판매대와 편의점 등에서 작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도 발생했다. 시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교통 대란을 일으킨 원죄는 그리도 컸다.
가장 진보된, 가장 편리할 수도 있는
T-money 카드는 개편 이후 한 달 동안 90만 장이 발매되고 54만 장이 판매된, 서울시가 야심작으로 내놓았다는 새로운 교통카드다. 집적회로(IC) 칩이 내장된 T-money 카드 한 장으로 시민들은 버스와 지하철을 탈 수 있고 택시 요금과 주차장 요금도 지불할 수 있으며, 마일리지까지 챙길 수 있다.
T-money 카드는 1차로 7월 1일부터 서울 시내 버스와 수도권의 지하철에서 사용됐고, 2차로 연내에 인천 경기도의 버스, 수도권의 택시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주차 요금 등 소액 결제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T-money 카드는 현금, 은행 계좌이체, 적립된 교통 마일리지로 충전되며 현금의 경우, 유·무인 충전소에서 천원 단위로 1회 1천 원~9만 원까지, 최대 50만 원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지하철 역사 내 나이스 현금 지급기를 이용하면 은행 현금 카드와 연계해 은행 계좌이체도 할 수 있다.
T-money 카드 홈페이지에서www.t-money.co.kr 교통 마일리지 서비스 회원으로 등록하고 고급형 T-money 카드를 구입하면 제휴사 포인트가 교통 마일리지로 전환되고 이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급형 T-money 카드로는 마일리지 적용이 안된다. 현재 T-money 카드 제조사인 한국스마트카드주식회사는 OKCashbag, LG정유, KT 등 다양한 제휴사를 모색중이다.
신용카드에 T-money 기능을 넣을 수도 있다. 현재 BC카드, 신한카드, LG카드, 현대카드, 국민은행, 외환은행 등과 제휴가 된 상태이고, LG텔레컴, KTF 등과도 연계해 휴대폰이나 시계, 목걸이 등에 티머니 칩만 부착해 교통 카드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T-money 카드가 대중 교통 수단으로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기는 하지만, 예상대로 잘 구현되어 준다면, 생활 전반의 다양한 서비스로까지 확대되어 가장 편리한 지불 방식이 되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대중 교통 요금을 지불하는데 이보다 더 똑똑할 수 없다는 T-money 카드가 ‘대중 교통 요금 지불’ 이상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문제를 달리 보는 시각이 많다.
유비쿼터스를 실현시킬 총아?
T-money 카드의 첨단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대표된다. 첫째, 내장된 IC칩에 CPU와 메모리를 담아서 연산과 많은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스마트카드 기술, 둘째, 비접촉식 무선 인식 기능으로 기억 용량에 제한이 없고 내장된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 셋째, 반경 수미터까지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GPS 기술이다.
물론 아직은 기초적 단계에 불과하지만, T-money 카드는 이 세 가지 기술이 융합된 것으로, 기술이 업그레이드될 경우, IT 산업 미래의 핵심인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개인의 정보를 무제한 담을 수 있는 용량과 이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 카드를 가진 사람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위치 정보까지, 스마트카드 종합 관리 시스템으로 대량 정보가 집적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실용화하는 첫 단계로 한국스마트카드주식회사는 모든 대중 교통 수단 요금 지불, 공영 주차장, 혼잡 통행료 등 교통 시설 관련 요금 지불, 고궁, 박물관, 놀이공원 등 문화 생활 시설 이용, 자판기,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 유통점 이용 등으로 T-money 카드를 확장할 계획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기존의 교통 카드도 2008년까지 사용할 수 있어 T-money 카드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적다. 그러나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일단 1천만 서울 시민에게 사용이 권장된 카드일 뿐만 아니라, 수도권과의 연계를 고려할 때, 수요는 더 늘어나리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예측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위에 언급된 첨단 기술을 고려한다면 T-money 카드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할 핵심 기술의 맹아이기 때문이다. 그 수혜는 T-money 카드 제조업체와 카드 인식 단말기 제작업체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신용카드업계와 금융업계, 이동통신업체들은 한국스마트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T-money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카드와 휴대폰 단말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T-money 카드의 미래를 선점하는 첫 발을 내딛었다. 또 한국스마트카드주식회사는“앞으로 시민 선호도를 조사해 다양한 티머니 부착 상품을 개발할 예정”(신형식 이사)이라고 밝혔다.
확장성, 그리고 사생활 침해
문제는 T-money 카드의 기능이 강력해지고 활용 범위가 늘어나는‘확장성’에 따라, 온갖 개인 정보가 통합되어 생기는 ‘사생활 침해’이다.
간단한 정보만 입력할 수 있는 마그네틱 카드와 달리 T-money 카드의 반도체칩은 기억 용량이 크고 연산 능력, 암호화 기능, 통신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현재 T-money 카드의 칩은 요금 결제 등 특정 기능만을 수행하지만, 이미 스마트카드 솔루션 전문업체들은 고급형 카드를 개발하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T-money의 기능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용량도 2킬로바이트 메모리 칩에서 64킬로바이트 칩까지 개발되어, 정보 용량은 계속 늘어날 계획이다. 스마트카드 솔루션 전문업체인 NICT 는 지난 7월 말, 한국스마트카드주식회사와 총 50억 원 규모로 마일리지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급형 T-money 교통카드 2백만 매를 공급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위치가 추적되는 사생활 침해 문제는 벌써 현실화되어 있다. 이미 기존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도 요금 정산을 하면서 위치가 추적된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지적을 받아왔듯이, T-money 카드 사용자는 보다 거대한 통합 시스템 안으로 자신의 위치가 노출된다.
요금 정산을 위해 위치 정보와 결제 정보가 수록될 것이며, 서울시는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공인 인증 카드, 의료 카드, 학생 카드, 멤버십 카드 등으로 기능을 확대할 것이라 밝히고 있어, 개인 정보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우려를 낳고 있다.
소비자들의 견제도 시작되었다. 참여연대는 지난 8월 18일, ‘서울시 T-money 카드 운영사가 18세 이하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카드를 발급하면서 회원가입과 개인 정보 제공을 강요하고 있다’며 서울시와 LG CNS, 한국스마트카드주식회사, 이비카드 등에 대해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각각 법률 위반 혐의 조사를 요청했다.
청소년 20%, 어린이 50%의 요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개인 정보를 카드발급업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약관을 제시한 것이다. 명분은 각종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청소년, 어린이들의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셈이다.
녹색소비자연대도 지난 7월 말, 일반 시민들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지적했다. T-money 카드를 이용하면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서 특정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한 사실과 추후 마일리지 기능이 확장될 경우 물품 구매 행위마저 일, 주, 월, 분기, 연간 단위로 집계하여 데이터 베이스에 집적돼 서울시에 제공된다는 주장이다.
전자주민카드의 복사판, 폐해 우려돼
이와 관련하여 T-money 카드가 1997년 도입이 좌절된 전자주민카드와 전자건강카드의 새로운 복사판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997년 당시 전자주민카드 반대 진영에서는, 전자주민카드 한 장에 그 사람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7개 분야, 41개 항목)가 담겨 있고, 보안 체계를 세우더라도 수만 대의 컴퓨터가 중앙 컴퓨터에 접속되어 있어 개인 자료들이 어디에서 유출되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또 전산 처리를 맹신해 잘못된 정보가 통용될 수 있고, 이 카드가 통제 사회의 비밀 열쇠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제기해, 결국 전자주민카드 도입은 좌절되었다. 전자건강카드 역시 개인 정보와 신체 특이 사항을 권력 기관이 임의로 변경, 저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컸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T-money 카드에 신분 증명 기능만 갖추게 된다면, 또 2008년 전후로 서울 시민 대부분이 T-money 카드를 사용하게 된다면, 이는 사실상의 전자주민카드가 될 수 있다.
T-money 카드를 통해 우리는 돈 한푼 없이도 서울 시내를 즐겁게 활보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 편리함 뒤에는, 나의 행위, 동선, 결제정보 등 모든 움직임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카드 한 장에 기록되어 나를 옭아매는 족쇄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동의’했다.
장점은 부각되고 그 이면에 숨겨진 폐해는 사용자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는 첨단 기술들의 맹점.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 기술과 자유의 공존은 곧 실현될 미래이면서도 결코 실현하지 못할 꿈인지도.
사용자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될 수 있겠죠. 사실상 우리의 대부분의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노출되어 왔습니다. 철도예약을 해도 그 정보가 다 남아있고 은행에서 카드로 돈을 찾아도 언제 어디서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찾았는지 기록이 남죠.
문제는 이런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부작용을 두려워해서 사용 자체를 막는 것 보다는 사용해가면서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표준화작업을 꾸준히 하면서 세계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남아에서도 서울교통개편을 보고 배우러 온다고 하더군요. 기술은 사용하면서 발전합니다.
첫댓글 티돈 무섭네요 ;; 그런데 티돈 처음에 발매된 거는 기존카드에서 도색만 바꾼거라고 하던데;;
사용자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될 수 있겠죠. 사실상 우리의 대부분의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노출되어 왔습니다. 철도예약을 해도 그 정보가 다 남아있고 은행에서 카드로 돈을 찾아도 언제 어디서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찾았는지 기록이 남죠.
문제는 이런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부작용을 두려워해서 사용 자체를 막는 것 보다는 사용해가면서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표준화작업을 꾸준히 하면서 세계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남아에서도 서울교통개편을 보고 배우러 온다고 하더군요. 기술은 사용하면서 발전합니다.
티머니 완전 사깁니다. 학생용 돈 마구잡이로 일반으로 빼갑니다. 등록 햇는데도 말이죠 !!
조지 오웰(본명 에릭 블레어)의 소설 '1984년'의 '텔레스크린'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요....?-_-;;
참고로 등록후 3일 후 최초탑승까지 일반으로 나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제가 처음에 그것을 모르고 3일지났다고 2412탔다가 800원 나가고 환승찍고 세곡동에서 4420타려고 하니까 640원이 빠져나가서 1440원을 날린 기억이...)
빅 브라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