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 - 유병란
틈을 보이지 말라고 엄마가 말했어요 보이지 않는 틈도 언젠가는 큰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고 언니도 말했어요
살다 보니 곳곳에 빈틈이 생겨 갈라지고 떨어져 나가 때로는 발등이 깨질 때가 있어요 틈을 메우면 메울수록 자꾸만 늘어나는 빈틈이 신경 쓰여요
가끔은 빈틈을 거울 앞에 올려놓고 길쭉하게 반사된 틈으로 들어가 전신을 비춰봐요
좁고 어두운 틈 앞에 서서 크레바스처럼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 봤어요 내려다볼 때는 시퍼렇고 날카로운 틈의 깊이가 두렵기도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막다른 곳에서는 더 깊은 물소리가 났어요
틈이라고 다 같은 틈이 아니겠지만 넓어진 틈에서는 가끔 큰꽃으아리 같은 커다란 별이 내려와 두 다리를 쭉 펴고 쉬어가는 걸 봤어요
빈틈에도 쉼터가 있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요?
ㅡ 계간《시에》(2022, 가을호) ************************************************************************************************ 사람살이만큼 빈틐이 많은 게 있을까 싶은데요 많은 이들이 일상을 완벽하게 이어가려고 발버둥치니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6.3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코앞이다보니 후보를 낸 정당과 후보자와 그 주변이 법석입니다 해보나마다 압승일 것이라던 예측에도 빈틈이 보이고, 인기높으신 대통령 후광에 기대었던 후보들 발걸음에도 주춤거림이 나타납니다 모든 경쟁에는 빈틈을 보이지도 말고 빈틈을 보여서도 안되겠지만 사람인데 그럴 수 있나요? 그럴수록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앉을 자리 누울자리까지도 살펴야 되지 않을까요? 경선 탈락했다고 정치 인생 끝난 것도 아니고, 지지율 낮다고 낙선한 것도 아닐 테니 발표되는 여론조사 숫자에 연연하기 말고 자신만의 매력과 가능성을 마지막까지 펼쳐보여야지요 눈을 크게 뜰수록 빈틈이 보일 것이고, 기를 열면 상대측 주장의 빈틈도 들릴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