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코치와 이영우 코치가 1군으로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분위기 쇄신차 1-2군 투수코치와 타격코치의 역할을 바꾸나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한용덕 코치는 투코가 아니라 수석코치로 왔고 김용달 타코가 영입됐네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행보입니다. 저도 나름 구단 소식 좀 잘 주워듣는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일개 팬이 건너 듣는 소식통이라는 건 고급정보와는 거리가 머네요. '정민철 코치가 2군 가나보네요' 하는 글을 쓸까 했었는데, 괜히 설레발(?) 떨다가 망신 당할 뻔 했습니다.
우선 김용달 타격코치 얘기를 먼저 해보면, 포텐셜 있는 신인보다는 정체된 중견급 타자들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일가견이 있는 분입니다. 현대시절 전준호-박종호-박경완-심정수의 업그레이드를 김용달 코치의 공으로 보는 시각이 많죠. 신인 타자들을 많이 키워내진 않았어도 궁합 맞는 6~7년차 이상 타자들을 폭발시킨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상훈을 현대왕조 시절 박종호로 만들어주신다면 참 즐겁겠구나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런데, 의아한 부분이 있습니다. 김용달과 이영우를 같이 둔다는 겁니다. 왼손타자는 이영우, 오른손타자는 김용달이 맡는 것도 아닐테고, 연차 차이가 확연한 두 코치가 같은 레벨에서 선수들을 가르친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여기서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됩니다.
타코가 2명이라는 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수석코치 자리에 변화가 생겼다는 게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한대화 감독이 데려온 이종두코치가 2군도 아니고 잔류군으로 내려갔습니다. 거의 나가라는 얘기로 들리는데, 외부에서 감독과 함께 온 수코를 내리는 건 감독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빙그레 출신 프랜차이즈 한용덕을 수석코치로 앉혔죠.
올해 한화는 예년에 비해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감독에게 인내심을 발휘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돈을 썼으니 성적을 내라. 어? 성적이 나빠? 이렇게 돈 썼는데, 감독 뭐하는거야?" 단번에 이런 분위기가 되죠. 투자라는게 사실 결과가 장기적으로 나오지만 구단에서는 바로 아웃풋을 원합니다. 김태균 박찬호가 하루가 멀다하고 인터넷에 기사를 주루룩 올려주는데 데 팀이 최하위다. 감독의 입지가 당연히 좁을 수 밖에요. 이번에 그와 함께 온 코치 4명 중 3명이 1군을 떠났습니다. 한 감독으로서는 뒷목이 서늘할 겁니다.
여기서 제가 걱정하는 건 감독이 더 조급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한 감독 입장에서는 부임 첫 팀에서 꼴찌로 커리어를 마감하면 앞으로 몇년 간 프로야구 감독을 하기 힘듭니다. 감독까지 했던 사람이 어디 가서 코치 하기도 어렵고요. 소위 '밥줄'에 문제가 생기는건데, 이렇게 압박을 받으면 성적을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둘 위험이 있습니다. 괜히 투수를 돌려 쓰거나, 군대 안 간 유망주를 군필자와 또 바꾼다거나 하는 무리수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대개 팀을 더 힘들게 하고 결과도 나쁠 확률이 높습니다. 한 감독은 마음이 많이 급하겠지만, 부디 평정심을 찾고 정석대로 팀을 운영하기 바랍니다.
올해 감독 계약이 끝나죠. 새 감독이 올 확률이 현재로선 높습니다. 대개의 경우 수석코치가 승진하거나, 고참급 코치에게 중책을 맡기거나, 아니면 재야 인사를 모셔오거나 셋 중 하나죠. 그러면 이글스는 무슨 선택을 할까요?
여기서 흥미로운 건 김용달 코치의 '연차'입니다. 한대화 감독보다 4년 선배고, 심지어 94한대화가 LG 4번타자로 활약할 때 김용달은 이미 트윈스 코치였습니다. 한대화가 타석에 들어갈 때 그를 불러서 '대화야 여기서는 이렇게 쳐' 하고 원포인트 레슨을 하던 사람이란 말입니다. 외부적으로는 한 감독이 영입을 요청했다고 알려졌는데, 자기가 선수시절 코치였던 분을 내가 감독인 팀에 코치로 부른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나이나 학번을 덜 중요시 여기는 미국이라면 모르겠다만 우리 정서에는 조금 안 맞죠. 만일 아주 어려서부터 인연을 오래 이어 온 은사라면 "선생님, 제자 한번 도와주십쇼" 하고 통 크게 요청했을 수도 있지만, 이미 서로 머리 다 큰 상태에서 만난 관계인데 감독과 타코로 동거한다는 건 좀 불편해 보입니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소설이고 추측입니다만) 혹시 차기 감독 김용달을 염두에 두고 영입한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이영우를 올려 경험을 쌓게 하는 건 내년 타코를 이영우로 생각한다는 얘기일 수 있고요. 다만 헷갈리는 건, 김용달 코치가 한화와 별다른 인연이 없고 감독으로는 어차피 초보라는 거죠. '뜬금없이' 김용달을 차기 감독으로 내정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얘깁니다.
그러면 '수석코치' 한용덕을 차기 감독감으로 보고 있는가...생각해 보면 이것도 고개가 좀 갸웃거려집니다. 한용덕이 25년 동안 선수와 코치로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프랜차이즈 스타고, 한때 구단 내 주류 파벌(?)이었던 천안북일고 출신입니다만 사실 코치로서는 조금 '찬밥'신세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왔거든요. 소위 '이글스 레전드' 중에서 코치 경력이 제일 오래됐고 언젠가 한번 쯤 감독을 거치면 좋을 분이긴 합니다만 현재 구단 내에서의 '입지'가 그러한지는 제가 잘 모르겠어서 말이죠. 결론은 뭐냐면, 내년 감독이 누가 될지 정말로 예상하기 어렵다. 쯤 되겠습니다. 그리고 코치와 선수들도 이런 생각을 하겠죠.
우리같은 팬들이 깊이 알 수는 없지만, 감독과 코치 사이에는 분명 '라인'과 '파벌'이 있고 '세력다툼'이 있습니다. 실제 이글스에서도 선수출신 모 코치가 감독이나 다른 코치와 불화를 겪는 일이 벌어집니다.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왕따'같은 게 일어나기도 하고요. 우리는 그들에게 스포츠맨쉽 같은 것만 바라지만 코치들도 서로 자리싸움하고 경쟁하면서 남을 밟고 올라가고 그럽니다. 사람이 모인 곳이니 뭐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다니는 회사에도 늘 그런 일들이 있잖아요. 저는 이번 코치 인사도 그렇게 봅니다. 전력상 드러난 강점과 약점만 보고 인사를 했다면, 자리가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작전코치 김민재였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감독과 함께 영입된 고참급 코치들 위주로 일어났죠.
문제는, 이렇게 시즌 중 인사로 팀에 변화가 생기고 감독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내년 감독'에 대한 추측이 난무해지면 코치들이 선수를 가르치는데 집중할 수 없게 됩니다. 코치들은 사실 파리목숨. 1년 단위 재계약의 비정규직과 같거든요. 이런 인사가 팬들 바램처럼 '분위기 쇄신' '집중과 단결' '화합과 시너지효과'같은 걸로,이어지면 참 좋습니다. 코치들이 자기 본분, 그러니까 선수들을 가르치는데 충실해서 그 실력을 인정받아 내년에도 유니폼을 입으면 참 정정당당하고 합리적이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은 그렇게 동화 같지가 않습니다. 연줄이 있고 끈이 있고 자기 세력이 득세해야 스스로도 자리를 보존하는 경우가 참 많거든요.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요. 모쪼록, 이번 인사가 선수단에 긍정적인 바람을 더 많이 가져오길 바랍니다. 아울러, 한대화 감독은 뒷목이 좀 서늘할 터인데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케케묵은 속담을 한번 더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p.s_조경택 코치도 자질론에 시달리는 스태프 중 한명인데 우연찮게 정범모가 1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날 바로 올라오네요. 이왕 오셨으니 잘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후쿠하라 코치가 잘했는데 왜 2군 가냐고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사실 수비코치는 시즌보다 겨울 훈련때 더 할 일이 많지요. 2군에서 어린 내야수들을 잘 가르쳐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한대화 감독도 사실 대전고 출신 빼고는 한화랑 별 인연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죠...
김인식 감독도 외부 영입이었구요...
한 감독은 내년에 재계약 못하면 아마도 좀 쉬다가 기아로 가지 않을까요?^^
선 감독이 불러주겠죠 뭐~
정민철 코치는 잔류인가요?
김인식 감독은 워낙 베테랑이어서 '성적업'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한대화 감독은 초보였지만 '리빌딩'에 대한 기대를 좀 했을텐데 결국 실패했죠. 이런 상황에서는 팬들이야 장기적인 구조조정을 원하겠지만 구단은 빨리 성적 올릴 베테랑 감독을 원할 확률이 높다고 보거든요. 그러면 감독경력 없는 노장 코치가 적당하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혹시... 김성근 감독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동안 성적으로 김민재 코치 내려가길 바랬구요.
갠적으로 (정민철 코치님에 대한 판단은 유보구요) 팬이고 멘탈 강화를 위해 송진우 코치도 올렸으면 했는데요. 그건 한감독이나 구단이나 안바랐나 봅니다. 물론 워낙 은퇴를 늦게해서 코치 경험이 짧아서 글러 수도 있지만.
그리고 미리 예정되어 있었을것 같긴 하지만, 하필 대 역전승 후 분위기 반전될 때 발표가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물론 1승 후 또 이전 분위기로 갈 수도 있지만, 오래만에 집중된 타격을 보인 직후 발표라 코치들이나 선수들이 더 어수선할 거 같네요.
북일고 악바리 이정훈이불러~~~ 고교야구화시켜서 빡세게 훈련해야 한화는 변함 선수층이 얇아서 좀나아졌다하면 나태해짐....
아직도 70년대 세상을 사시는듯 야구가 정신력과 근성만으로 어쩔 수 있는 그런 단순한 스포츠라 생각하시나 보군요.
단순하게 얘기했다.라고 치부해버리시는 것도 좀 아닌듯싶네요.. 선수들 마인드가 강해보인다고 생각되진 않거든요.. 가장 필요한건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정신력과 근성의 화이팅이니까요..
김용달 코치를 감독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한용덕 코치가 감독에 제일 가깝겠죠 어쩌면 한화가 라인이 있는데 김용달 코치는 전혀 라인도 아니고 신인 감독 써서 리빌딩하다 교체하는데 하다못해 2군 감독이라도 하면 모를까 ..
조코치와 범모 활약은 아무 상관 없을것같네요 어차피 프로젝트는 짧게는 몇일 길게는 몇주전에 진행되었을테니까요
발표도 미리 날짜 정해둔것 같아요 아니면 대역전승후에 이런 발표를 할이유는 없죠
그런 의미에서 용달코치 영입이 언론처럼 한감독의 진심일 경우 수코치 이동은 프런트와 한감독의 상호조약내지는
조율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하나 잃고 하나 얻는 그런입장이겠죠. 나머지는 그에 따른 불편함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후속 조치쯤 되지 않을까요? 서로 잡음막이용 방패
한용덕 수코는 한감독이 계속 이런 상태로 팀을 이끌시에... 오래 기다려주지 않겠다는 압박이겠죠..
한두달안에... 어느정도 치고 올라가지 않으면... 올스타 기점으로 감독 대행을 염두해 두지 않았나..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