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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이야기가 나와서 역사에 남은 악녀를 소개합니다.
어쩌면 피로 점철되는게 당연한 중국의 궁중사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가 있으니, 이름부터가 뭔가 포스를 풍기고 전혀 여자이름 같지 않은 가남풍(賈南風)이에요.
중국사에서 악녀로서 빠질수가 없는 인물이죠.
잘 알려진 측천무후는 모질어도 여걸이라는 평을 들을만한데, 이 여자는 그냥 킬링필드에요.
중국궁중사에서도 서진은 유송과 더불어서 종친끼리 피비린내 나는 역사로 유명한데(유송이 한 수 위지만...) 그 스타트를 끊은게 가남풍이에요.
중국 사이트에서 돌아다니는 미화된 이미지의 가남풍.
일본에서 캐릭터화한 역시나 미화된 이미지의 가남풍. 왠지 채찍질 당하고 싶음.
가남풍은 삼국지에서도 모략질로 유명한 가충(게임 삼국지에서의 능력과 특기가 증명함.)의 장녀인데, 전해지는 얘기로는 '키가 작달막하고, 피부가 검고 거칠며, 성정이 사납고 모질다'라고 해요.
한마디로 성격이 지랄맞고 엄청난 추녀라는 말이죠. 거기에 호색하기까지 하고...
얼마나 성질이 지랄 같았으면 그 어미까지 가남풍을 두려워했다고 해요.
가남풍의 이런 성격과 외모는 워낙 유명해서 사마염의 귀에까지 들어갔어요.
이 분이 서진을 창업한 무제 사마염. 처음에는 그런데로 정치를 잘했지만, 차츰 향락에 빠져 서진이 망하는데 일조를 함.
이에 사마염이 아들인 사마충(중국사에서 유명한 백치황제. 존호는 은혜롭게도 '혜제')의 결혼상대자를 구할때 고민을 하게돼요.
그야말로 특등공신 가충을 생각하면 가남풍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는게 옳지만, 소문이 워낙 안 좋으니 고민할 수밖에 없었죠.
이를 본 모략질하는데 둘 째 가라면 서러워할 가충이 가만 있을리 없었고요.
사마염의 신뢰를 받는 부인과 측근들에게 약을 듬뿍 치죠.
당연히 가남풍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는게 옳다는 말이 주위에서 들리고, 결국 며느리로 맞이하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엽색행각(양이 끄는 마차를 타고 양이 발걸음을 멈춘 곳, 그 거처의 궁녀와 붕가함)으로 유명한 사마염이 알고보면 엄청난 공처가였다고 해요.
그러고보면 사마씨 가문이 좀 그런 기질이 있죠.
사마의부터 엄청난 공처가였으니...
역시 세상을 지배하는 건 남자지만 그런 남자를 지배하는게 여자죠.
마차를 끄는 양을 유혹하기 위해서 궁녀들의 경쟁이 치열했다고 함. 양이 소금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자 장안에 돌던 소금이 동이났다고 함.
아무튼 가남풍은 꿈에 부풀었어요.
그야말로 몇년 시집살이하면 백치라지만 사실상 계승서열 1위인 남편이 보위에 오를거고, 그럼 백치남편을 치마폭에 가두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으니 그럴수 밖에 없었죠.
그러나 문제는, 사마충이 모자라다는 것을 잘 알던 사마염도 사마충이 황제질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는 거에요.
그래서 사마염은 사마충에게 문제를 내리고 시험을 보게해요.
가남충에게는 불행하게도 백치인 사마충이 문제를 제대로 풀 수있는 능력이 없었어요.
이에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가남충이 꾀를 냅니다.
바로 고금의 진리인 약을 치는 것이죠.
시험을 감독해야하는 관리에게 약을 치고 대신 쓰게해서 사마염에게 올리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답안을 받은 사마염은 매우 기뻐하며 사마충을 황태자로 임명하죠.
백치인줄 알았는데 말이 어눌할뿐 알고보니 똑똑하다고....
모든게 돈의 힘이라는 걸 까맣게 모르고...
이 분이 '은혜로은 황제'라는 존호를 받은 백치황제 혜제 사마충. 굶어죽는 백성들을 보고 '곡식이 없으면 고기를 먹지'라는 망언을 남기고, 연못에서 우는 개구리를 보고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저 개구리가 공적으로 우는 것이냐, 사적으로 우는 것이냐'는 아스트랄한 정신세계를 보여줌.
여기까지는 귀여운 짓이에요. 이제 본격적으로 킬링필드에 들어갑니다.
당시에는 황제나 황태자는 황실의 안녕과 번성을 위해서 많은 여자를 두는게 당연했고 이를 법으로 명시했어요.
당연하게도 백치이지만 사마충도 많은 여자와 배를 맞추게 되고 그 결과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가남풍은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이 꼴을 두고보지 못했어요.
수많은 사마풍의 후궁들을 배를 가르고 때려죽이죠.
궁중의 다른이들이 보는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이 때는 조신했어요.
사마염이 죽고 사마충이 보위에 오르자 당연히 가남충의 권세가 오를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가남풍에겐 양지라는 방해물이 있었어요.
게다가 양지에게 태자비 시절에 모욕을 당한 적도 있어서 감정이 좋지 않았죠.
양지는 사마충의 이모지만 사마염의 두번째 정실부인으로 어머니뻘이기도 해요.
이 양지의 가문의 권세가 가남충 가문의 권세와 부딪치게 됩니다.
이에 가남풍은 시동생인 사마위와 혜제의 종조부인 사마량을 끌어들여서 양지 가문을 때려잡아요.
이 때 죽은 사람이 수천이라해요.
이게 역사에 남은 '팔왕의 난'이라는 피비린내 나는 사건의 시작입니다.
가남풍은 양지를 폐서인으로 만들어 유폐를 시키고 양지의 어머니도 사형에 처해요.
이 소식을 들은 양지가 유폐장소에서 뛰쳐나와 가남충 앞에서 무릎을 꿇고 엎드리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바치면서 '죄첩(죄 많은 여인이라 낮추어 이르는 말)에게 성은을 내리셔서 모친의 생명만이라도 지켜주시면 감읍하여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애원해요.
도리를 따지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할 말이 아니죠.
그것도 고대 사회에서....ㄷㄷㄷ
하지만 가남풍은 깔깔거리며 비웃어요.
그리고 시어머니 뻘인 양지마저 유폐 시키고 곡기를 강제로 끊어서 굼겨죽입니다.
거기에 저승에가서 선황인 사마염에게 말할까봐 관에다가 온갖 부적을 붙여서 쉽게 저승에 가지 못하고 떠돌게 하죠.
가남풍의 피바람은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드디어 권력을 잡았지만 사마량과 사마위 같은 중앙정부에서 영향력이 큰 종친들이 눈에 낀 가시였어요.
이에 사마위를 꼬셔서 사마량과 그 일가를 모조리 때려잡은 후, 조서를 위조해서 사마량을 역모죄로 몰고, 종친을 무고했다면서 사마위도 때려잡아요.
물론 몰살이죠.
가남풍에겐 그야말로 일석이조 였어요.
이제 완전히 권력을 독점하게되자 호색녀로서의 본능이 나옵니다.
백치황제는 혼자 DDR하게 만들고는 황궁의 의관, 무관들과 놀아나기 시작해요.
자기는 그렇게 놀아나면서 남편이 다른 여자랑 손 잡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어요.
물론 혜제의 암묵적인 동의도 있었을 것이에요.
가남풍과 동침하게되면 이 후로 2~3일 동안 비실 거렸다니 밤이 두려웠을듯...
아무튼 가남풍은 이에 그치지않고, 저잣거리에서 미소년들을 납치해서 즐겨요.
그리고 마음에 들면 보물을 주고, 마음에 안들면 목졸라 죽여서 상자나 자루에 넣어 강에다가 유기해요.
그 소년에게는 목숨을 건 붕가죠.
이렇게 죽은 미소년이 워낙 많아서 중국의 평균적인 외모가 떨어졌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어요.
그렇게 우수한 유전자들이 수도없이 죽었으니 일리가 있죠.
이런 행각이 민가에도 퍼져서 야릇한 야사도 생겨요.
내용은, 비렁뱅이질을 하던 한 소년이 있었는데 엄청난 미소년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날, 이 비렁뱅이 소년이 삐까번쩍한 옷을 입고 휘황찬란한 보물을 가지고 나타났고, 당연히 관가에서는 도둑질을 한 걸로 보고 체포해서 추궁을 해요.
그러자 소년이 '황후마마가 주셨어요'라고 하고, 얼마나 가남풍의 엽색행각이 퍼졌으면 아무말도 안하고 풀어줬다고 합니다.
앞으로 태자인 사마휼(혜제의 아들)을 타락 시키고 폐서인으로 만든후 측간에서 몽둥이로 때려죽인 것과 있지도 않은 아들을 만들어 태자로 세우는 것, 본격적인 팔왕의 난과 진정한 헬게이트이자 아이러니 하게도 문화적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룩한 오호십육국시대의 도래는 더이상 귀찮아서 못쓰겠네요.
너무 길기도 하고...
솔직히 너무 복잡하고 아직도 이해가 잘 안가는 시대라서....
여기까지 피비린내나는 중국궁중사에서도 탑3에 들만한 악녀인 가남풍의 이야기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