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고
온전히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마음의 주인으로서...
3부 * 생애~~~ (사랑은 마음의 날씨를 살피는 일인지 모른다)
글 / 이 기 주
(44)현실은 선명하고 꿈은 흐리멍덩하고 – 이 기 주
잉글랜드 프로 축구 리그에
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골 장면을 유튜브를 통해
감상할 때가 있다.
시청이 아니라 감상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다른 선수들
은 사냥감을 쫓는 포식자처럼 사납게 그라운드를 뛰어
다니는 데 비해 손흥민 선수만은 축구공으로 하는 우아
한 공연을 펼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골 영상을 볼 때마다 경탄하곤 한다. 어느 정도 재능이
야 타고났을 테지만, 얼마나 많이 운동장에서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기량을 갈고닦았기에 저런 경지
에 이르렀을까!
실은 나도 운동선수를 꿈꾼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에 다
니던 시절 야구를 했었다. 당시엔 메이저리그를 주름잡
는 강속구 투수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렸다,라고 말하면
그건 어린시절을 너무 미화하는 것 같고, 실제 실력은
형편없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야구부 코치의 입에
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기주야, 앞으로도 계속 야구를 하고 싶니? 원래 꿈과 현
실 사이에는 간극이라는 것이 존재하잖아, 그러니까 이
쯤에서...,"
순간 마음속으로는 '네? 이게 무슨 청천벼력 같은 소리입
니까? 제 꿈을 이런 식으로 짓밟아도 되는 겁니까?'라고
생각했으나, 나 말고도 코치와의 면담을 기다리는 아이
들이 많았기 때문에 "우선 어머니와 상의해볼까요"라고
짧게 답한 뒤 돌아서서 눈물을 글썽이며 집으로 향했다.
현실을 냉정히 파악하고 꿈을 포기하는 데 그리 오랜 시
간이 걸리진 않았다. 실력이 보잘것없었기 때문이다.
꿈을 뜻하는 한자 몽夢의 갑골문이 흉미롭다. 침대에 누
워서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래
서 꿈 외에도 '어두운' '흐리멍덩한' 등의 의미를 지닌다.
꿈의 본질이 그렇다. 본래 꿈은 흐리고 어두워서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이다. 현실만큼 선명하지 않다. 그 밝기와
선명함이 크게 차이가 나는 탓에 둘 사이엔 상당한 격차
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꿈을 꾸는 상태를 가리키는 '꿈꾸다'라는 동사는 붙여
쓰지만 '꿈 깨다'라고 적을 땐 '꿈'과 '깨다' 사이를 띄어
서 쓰는 것도, 이와 아주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P130~132
2022.11.29.火曜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