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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은 5일 민주화기념사업회에서 한국사학과 커넥션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지훈 /에큐메니안 | |
지난달 15일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듯 사학 비리와 부패는 ‘상식’처럼 굳어져 버렸다. 문제가 뻔히 드러났음에도 비리 척결은 왜 좀처럼 되지 않는 것일까.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개정사학법은 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나.
이런 물음에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5일 “사학 비리와 부패로 이득을 보는 이들이 많고 그 주체들은 사회적으로 강한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학비리 주체들이 사회 기득권 세력 형성
홍 교수는 아울러 “자녀를 사학에 보내지 않을 수 없는 학벌사회 구조의 현실 속에서 학벌사회 구조를 개혁하는 ‘어려운 길’을 택하기보다 눈감고 인내하는 ‘쉬운 길’을 택하는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도 한 몫 한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화기념사업회에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공동주최로 열린 ‘한국사학과 사학법 커넥션’ 공개 토론회에 나선 홍 교수는 “사학재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진정한 교육 발전과 국가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이 중대한 문제 해결을 누가, 왜, 어떻게 막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사학재단의 △보수교단 △보수언론 △보수학계 △보수정당과의 커넥션(연결) 구조로 인해 사학부패는 끊임없이 발생하며, 개정사학법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학재단 (비리)문제는 너무나 분명해 사학재단만으로 결코 자신을 지킬 수 없다”며 “오래 전부터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한국사학진흥재단 등 이익집단을 결성해 맹렬한 로비를 펼쳐왔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이어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사학재단은 이사직을 매개로 보수언론이나 보수정당과 깊은 커넥션을 형성했다”며 “그 결과 사학재단은 수구보수세력 전체 네트워크에서 핵심적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학재단의 이런 노력으로 이들은 ‘소도’와 같은 영역이 돼 버렸다는 게 홍 교수 주장이다. 소도란 삼한시대 때 사제가 다스리던 ‘치외법권 지대’다.
기독교 보수교단과 수구언론, 사학재단 커넥션 형성
홍 교수는 사학재단 커넥션 핵심 주체로 ‘기독교 보수교단’을 꼽았다. 2005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1974개 사학 중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사학은 482개다. 이 중 기독교 349개, 천주교 82개, 불교 24개, 원불교 18개, 기타 9개로 기독교 비율이 압도적이다.
그는 “지난 2006년 교육부에서 비리 등으로 정원감축과 예산이 삭감된 19개 대학 중 11개가 기독교 사학이었다”며 “이런 현실임에도 한기총과 통합 등 보수 기독교는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고 폐기하려는 수구보수세력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홍 교수는 또, 사학재단 커넥션 주체로 보수언론을 꼽았다. 보수언론의 대표격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대표적인 사학재단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보수언론이라고 사학재단 임원으로 활동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사학재단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가로막고 나설 수 있다”며 “실제로 이들은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어 보수언론과 사학재단 관계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방우영 전 회장은 연세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방상훈 사장은 숭문중·고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동아일보> 김학준 사장과 김재호 부사장은 고려대 이사를 맡고 있으며, 권오기 전 사장은 국민대·울산대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고 홍 교수는 밝혔다.
그는 보수학계에 대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홍 교수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실현을 위해 사학비리 근절에 앞장 서야 함에도 이들은 사학재단 운영 주체이기에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등의 개념을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한다”며 “학문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학계와 한나라당도 커넥션 범주에 속해
홍 교수는 한나라당도 사학재단 커넥션 주요 범주로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 주요 정치인들이 사학재단 주요 인사이기에 사학비리를 옹호하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표가 29살에 영남대 이사장이 돼 지금도 영남대를 찾기 위해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또, “나경원 대변인은 홍신학원 이사며, 그의 아버지는 6개 법인 17개 학교 이사 또는 감사를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학법 커넥션은 수구보수세력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결국 막대한 경제적 가치 창출과 ‘숭고한 교육자’라는 외피를 얻기 위한 속내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사학 정상화는 교육 과제이자 민생 과제”라며 “우량 사학재단들이 사학 정상화를 이끌 수 있도록 교육계와 시민사회가 앞장 서 개정사학법 이행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 교수는 설훈 전 의원의 말을 빌리며 개방형 이사 불가를 주장하는 보수교계가 경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편함은 우리가 감내해야 한다. 세상일은 내가 아무리 투명하게 한다고 해도 나 혼자서 투명하게 하지는 못한다. 나를 지켜보고 감시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더 완벽한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물론 나를 감시하거나 지켜보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불편하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그게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이다”
다음은 주요언론사 전·현직 대표가 소속된 사립학교 현황
방우영 조선일보 전 회장, 연세대 재단 이사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숭문중·고 이사장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 숭문중·고 이사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한림대 이사 고학용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 성덕여상·여중 이사 권문한 조선일보 방일영문화재단 사무국장, 경기여상 이사 강우정 조선일보 전 기자, 한국성서대 이사 김병관 동아일보 전 회장, 고려대 이사장 및 서울중앙고 이사장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 고려대 이사 김재호 동아일보 부사장, 고려대 이사 권오기 동아일보 전 사장, 국민대 이사 및 울산대 이사 윤세영 SBS 회장, 추계예대 전 이사 조승제 스포츠 투데이 전 사장, 한세대 이사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 경희대 이사 윤형섭 서울신문 전 사장, 연세대 이사 현소환 연합뉴스 전 사장, 국민대 이사 곽정환 세계일보 전 사장, 선문대 이사 이채락 경향신문 전 사장, 한북대 이사 서동구 KBS 전 사장, 한성대 이사 권오현 부산일보 전 사장 경성대 이사 송정제 부산일보 전 사장, 동서대 이사장 김남곤 전북일보 전무이사, 우석대 이사장 김상훈 부산일보 사장, 대구 대원고 이사장 신우식 서울신문 전 사장, 광주 광덕중·고 이사 |
박지훈 기자 ⓒ참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