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반도체 인프라 내세워 ‘첨단특화단지’ 유치 추진
[첨단 산단이 산업지도 바꾼다]
약 1300개 반도체 기업 생산 활동… 인천공항 가까워 물류 이동 수월
첨단 패키징 산단으로 유리한 조건… 市, 반도체 산업 육성 조례 제정
간담회 개최 등 유치 계획 구체화
인천 중구 영종도에 위치한 패키징 전문기업 스태츠칩팩코리아에서 직원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칩 단위로 자르는 공정을 컴퓨터로 관리하고 있다. 웨이퍼를 자르는 건 반도체 후공정의 첫 단계다. 인천=양회성 기자
인천시는 반도체 후공정인 ‘첨단 패키징 기술’ 인프라를 앞세워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첨단특화단지) 유치에 도전하고 있다. 첨단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인허가 절차 간소화, 연구개발(R&D) 예산 배정, 인프라 구축 지원 등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을 등에 업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기 부사장을 지낸 강사윤 한국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학회장(62·인하대 특임교수)은 “한국 반도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했다”며 “첨단 패키징 기술 분야를 이끄는 인천에 첨단특화단지가 생기면 인공지능(AI), 이차전지, 자동차, 바이오 등 반도체를 사용하는 국내 주요 산업에 연쇄적 파급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패키징은 웨이퍼(반도체 기판) 형태로 생산된 반도체를 실제 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조립하는 과정이다.
● 세계 최고 수준 공항과 반도체 인프라 ‘강점’
인천은 첨단특화단지 유치를 위한 확실한 무기를 갖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첫 번째 무기는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인프라다. 인천시 관계자는 “세계 반도체 패키징 2, 3위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와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인천에 있다”며 “두 기업을 중심으로 인천 전역에 약 1300개에 달하는 반도체 기업이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의 반도체 수출액은 약 167억 달러(약 22조 원)였는데 이는 전체 수출액 중 30.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김재동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본부장은 “첨단 패키징은 반도체 설계, 연결, 테스트 등을 담당하는 기업들과 유기적 협력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 첨단특화단지에 모여 있다면 큰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인 한미반도체를 비롯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산 활동이 남동, 주안, 부평산업단지 등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첨단 패키징 부품 대다수를 일본에서 만드는 실정인데 한국에선 인천이 소부장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의 경우 이동 속도가 중요해 배가 아닌 항공기로 주로 수출되는데 인천국제공항이 지척에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인천공항은 아시아 147개 주요 도시를 하루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허브다.
번거로운 행정 절차 없이 빠르게 첨단특화단지를 조성할 여건도 갖췄다. 특화단지 후보지인 약 362만 ㎡(약 110만 평) 규모의 인천 중구 영종도 3단계 유보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다. 이 때문에 토지주 배상으로 시간을 소요하지 않고 다른 지역보다 빠른 착공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기업 130여 곳이 특화단지가 조성되면 입주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 밤낮으로 뛰는 인천시의 유치 경쟁
인천시는 속도감 있게 특화단지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먼저 영종도에는 반도체 패키징 단지를 조성하고, 송도에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기능을 갖추게 할 계획이다. 남동국가산업단지에는 소부장을 담당하는 ‘반도체 패키징 축’을 만든다.
인천시는 지난해 2월 ‘반도체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공포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할 근거도 마련했다. 지난해 5월에는 대학중점연구소 지원 사업공모에 선정돼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분야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 수행과 인력 양성도 시도 중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하대 연세대 인천대 등이 인천시와 함께 반도체 연구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와 연계해 반도체 인재를 육성 중인 성균관대도 이번 공모에서 인천시와 함께 패키징 연구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밤낮으로 뛰고 있다. 지난해 8월 반도체 기업간담회를 열었고, 지난해 10월 반도체 특화단지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직접 총괄 위원장을 맡았다. 올 1월에는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10개 기관 업무협약을 주도했다. 유 시장은 “공항·경제자유구역 등 기업 경영하기 좋은 최적의 입지와 반도체 산업 성장 잠재력을 내세워 반드시 반도체 특화단지를 유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인천=공승배 기자
“첨단특화단지 지정 땐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허브’ 가능”
[첨단 산단이 산업지도 바꾼다]
이춘흥 인천반도체포럼 회장
인천반도체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이춘흥 스태츠칩팩 글로벌 최고기술경영자(CTO)가 4일 인천 중구 사옥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인천이 첨단특화단지로 지정되면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허브’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공승배 기자
“인천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첨단특화단지)로 지정되면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허브’로 거듭날 수 있다.”
4일 인천 중구 영종도의 스태츠칩팩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이춘흥 인천반도체포럼 회장(65)은 “반도체 패키징 분야 세계 2위인 앰코테크놀로지와 3위 스태츠칩팩을 보유한 인천은 아직 글로벌 패키징 허브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 패키징 전문기업 스태츠칩팩의 글로벌 최고기술경영자(CTO)를 맡고 있다. 패키징은 반도체 후공정 작업 중 하나로 웨이퍼(반도체 기판) 형태로 생산된 반도체를 실제 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조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천시가 패키징 부문 첨단특화단지 공모에 신청했다.
“인천에는 이미 반도체 패키징 분야 글로벌 2, 3위 기업이 있어 투자 대비 효과가 다른 지역에 비해 크다. 인천 남동국가산단에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1000개 이상 모여 있다. 첨단특화단지로 지정되면 더 많은 기업이 자연스럽게 모이면서 공급망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스태츠칩팩은 중국계, 앰코테크놀로지는 미국계 기업이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옛 현대전자, 앰코테크놀로지는 옛 아남그룹에서 각각 출발했다. 태생이 한국인 데다 두 기업 모두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한다.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주주의 국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완성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이 왜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겠나. 미국 역시 자국 내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비수도권을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그리고 어떻게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역시 고민해야 한다. 패키징에 투자해야 할 타이밍은 ‘지금’이고, 바로 성과를 내려면 인천이 최적지다.”
―한국이 반도체 패키징 분야 경쟁력을 높일 방법은 뭔가.
“반도체 수요가 있는 세계적 기업들은 생산과 패키징을 한 기업에 맡기지 않는 추세다. 자칫 가격 협상력의 주도권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적 강점을 살려 반도체 생산은 경기도, 패키징은 인천으로 분산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반도체 시장에 적시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그게 낫다.”
인천=공승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