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LG엔솔 美에 최대 배터리 공장… 中 ‘배터리 굴기’ 맞설 기지로
입력 2023-03-27 00:00 업데이트 2023-03-27 08:43
미국 미시간주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전경.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에 7조 원 이상을 투자해 북미 최대의 단독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전기차 3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차량용 배터리 공장과 재생에너지 발전에 필수인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장을 함께 건설하는 게 눈에 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 중인 북미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중국의 ‘배터리 굴기’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계획은 지난해 3월 발표했다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재검토에 들어갔던 애리조나 투자를 재추진하는 것이다. 오히려 투자액을 작년 발표보다 4배 넘게 늘렸다. 미국산 배터리 소재·부품을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의 영향이 크다. 이에 힘입어 최근 삼성SDI도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최대 5조 원을 투입해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고, SK온은 포드와 함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미래 자동차의 동력원이자 친환경 에너지 발판인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만큼이나 우리 경제의 신성장엔진이 될 핵심 산업이다. 그런데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등에 업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1위를 굳힌 중국 CATL의 지난해 배터리 점유율은 국내 3사를 합친 것보다 많고, 10위권에 오른 다른 기업도 세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유럽은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종주국 회복을 내건 일본도 53조 원 규모의 민관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일본은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全固體) 배터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핵심 원료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글로벌 배터리 전쟁에서 K배터리가 살아남는 길은 초격차 기술을 이어가는 것이다. LG엔솔의 애리조나 투자도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저가 배터리 대신 한국의 고품질·고성능 배터리 공급을 요청한 게 배경이 됐다고 한다. 우리 기업들이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지 말고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차세대 기술과 제품을 선보여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핵심 자원의 공급망 확보로 K배터리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