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를 것도 꼭 해야 하는 일도 없는, 오래 바라보고 가만히 귀 기울이는 여행
어떤 여행지는 기사로 쓰지 않고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싶다 까다로운 신문기자의 고르고 고른 여행 이야기
저자 최승표는 중앙일보 여행기자. 2008년부터 기자로 일하며 극북 지역과 적도 부근, 대자연과 문화유적, 초호화 여행과 극한 스포츠를 두루 경험했다. 출장도 자주 가지만 여행도 틈틈이 떠난다. 어딘가 떠나면 늘 두 개의 정체성 사이를 오간다. 여행기자와 여행자, 잘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고, 누구에게도 알려 주고 싶지 않은 곳이 있다.
아내와 내가 저들처럼 누군가에게 따스한 존재가 돼 주는 동시에 귀여운 노인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여행을 다닐수록 국가보다는 도시, 도시보다는 동네에 초점을 두게 된다. 국가 따위야 입국 도장을 찍을 때까지만 의식한 뒤 까맣게 잊고, 텃새 시늉하는 철새처럼 작은 동네에만 붙박여 지내는 시간이 많다. 하와이에서는 조용한 동네 노스쇼어에 머물렀던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여행도 인생도 잘 포장된 탄탄대로만 달릴 순 없고, 방어운전만 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기대라는 시동을 아예 꺼 버린 채 살거나 출발하지 않는 게 이득이라고 믿진 말자. 기대와 실망, 예기치 않은 행운의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면 지극한 열락 말고도 여행이 주는 선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과 여행의 거리가 좁혀지고, 여행하는 나와 일상의 나가 가까워지는 것, 그것이 조용한 여행이 나에게 안겨 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