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수선 전문점 - 강기영
미래는 투명하다 가지 못하는 별들의 중력을 닮았다
미래 수선 전문점엔 몇 가지 색깔의 실이 계획처럼 감겨 있다 실행과 실패는 색깔을 달리하며 박음질 된다 흰색 계획에 검은색 밑줄들
단추들은 모두 상의에 달려 있고 하의엔 접힌 바짓단이 있다 과거는 수리한 흔적이 많고 이름표를 뜯듯, 흔적만 뜯어다 다시 미래에 붙인다 미래는 늘 가봉 상태다 재봉선이 훤히 드러나 있지만 그 재봉선 곳곳엔 실핀이 꽂혀 있다 가끔 달아난 실핀들의 행방을 찾을 수 없을 때 뒤척이는 불안이 있다
계획들을 뒤져보면 이미 지나간 미래들이 달력에 표시되어 있다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지나치지도 않은 새것의 미래가 조금 작아져 있거나 유행이 바뀌어 있다
내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미래는 낡아가고 박물관에 걸린 그림처럼 미래는 납작한 중력으로 벽에 걸린다 무릎에서 듣던 미래는 다 인형들의 차지가 되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버려진 형형색색의 옷들은 계속 키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매일매일 수선되지만 헐렁했던 미래가 몸에 꼭 맞기도 전에 나는 얼룩지거나 작아진다 나는 나의 미래와 자꾸 멀어지고 있다
ㅡ월간 《모던포엠》(2026, 4월호) **************************************************************************************************** 지방과 국가의 미래를 수선해보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수두룩합니다 형형색색의 공약이 난무하고 화장하고 분장한 이들이 골목 골목까지 헤집고 다닙니다 벚꽃 지고 이팝꽃도 지고 장미가 활짝피는데 지방과 나라의 미래 정원은 아직 불분명합니다 사람은 고쳐쓸 수 있다는 이들과 고쳐쓰지 못한다는 이들이 저마다 일리있는 주장만 하거든요 그동안 민주 정치가 발전했다는데 영호남은 여전하고 광역시나 특별시만 늘어났을 뿐입니다 여전히 유권자들만 때 맞추어 우르르 몰려다닐 뿐으로 미래 수선점을 기웃거립니다 사람 하나 바뀌었다고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어볼까 싶은 오늘이 불안불안하네요 선거 후유증이나 걱정하다가 월드켭 선전을 또 기대하며 미래 청사진을 들추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