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5,9-17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9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10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11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12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13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14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15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내가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너희에게 모두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16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을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시게 하려는 것이다.
17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친구
언젠가 대구 계산동성당에 갔을 때, 성당 앞 교육관에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한쪽 벽면에는 하얀 가운을 입고 아픈 이를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이, 다른 쪽에는 푸른 제의를 입고 들판에서 고해성사를 주고 계신 신부님이 있었습니다. 어떤 화백인지 참 오묘하게도 양쪽 벽면에 이태석 신부님의 생애를 잘 그려놓았습니다. 그분의 삶은 짧았지만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영육으로 우리를 치유하시는 그리스도의 손길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남수단 톤즈 아이들은 내전으로 말미암아 손에는 늘 총과 칼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그 손에 리코더, 트럼펫, 클라리넷을 쥐어주셨습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여러 악기들로 브라스 밴드를 만들어 평화의 울림을 전하셨습니다. 총성과 울부짖음 대신 음악과 노랫소리가 퍼져나갔습니다. 한국에 잠깐 오셨을 때, 대장암 판정을 받으시고도 “아이들이 기다립니다.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하셨던 신부님께서는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예수님 말씀을 끝까지 품고 하느님 나라에 올라가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종으로 부르지 않으시고 늘 친구로 만나주셨음을 다시금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