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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 /News1
카카오의 포털 ‘다음’이 검색창 바로 밑에 키워드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인공지능이 뉴스·블로그·카페에서 자주 언급되는 주제를 추려 올린다고 한다. 네이버도 하반기 중 유사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여론 조작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논란을 빚다 폐지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이름만 바꿔 부활시킨 모양새다.
실검 서비스는 특정 정치 세력이 유리한 키워드를 순위에 올리는 검색어 조작 시도가 빈번해지면서 여론 조작의 도구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찬반 양측이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 같은 키워드를 경쟁적으로 실검에 올린 게 대표적이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과 다를 게 없다. 온라인 쇼핑몰 등이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실검 챌린지’ 이벤트를 남발하면서 실검 자체가 거대한 광고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2020년과 2021년 실검 서비스가 폐지된 이후 양대 포털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줄었다. 한때 90%에 육박했던 다음과 네이버의 검색 시장 합산 점유율은 구글의 약진 속에 70% 밑으로 떨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실검 폐지 2~3년 만에 유사 서비스에 손을 대는 건 빼앗기는 점유율을 만회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돈벌이를 위해 여론 조작의 기회를 노리는 세력들에게 조작·선동의 놀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키워드 추출 기간을 수십 초~수 분 단위에서 수 시간 단위로 늘리는 등 조작의 가능성을 최소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네이버의 경우 2020년 쇼핑·동영상 검색 결과를 자사에 유리하게 조작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당했다. 인위적 개입 없이 알고리즘이 기계적으로 검색 순위를 정한다고 설명해 왔는데 거짓말이었다.
두 포털이 AI에 맡긴다는 유사 실검 순위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 총선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논란을 자초하는 일이다. 여당은 민주당의 극렬 지지자인 이른바 ‘개딸’들이 ‘힘내세요 김남국’을 추천 키워드로 올리는 식의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