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은 해발 1,700m 부근까지는 대체로 완만하다.
해발 1,500m에 다달으니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서 일망무제(一望無際)의 풍경이 펼쳐졌다
시인 고은은 한라산에서 보는 이 풍경을 ‘수평선은 일어서고 해안선은 깊어진다’고 표현하였다.
아득히 먼 바다까지 거침없이 한눈에 보였다.
바람과 현무암질 토양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제주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알다시피 제주도는 화산도(火山島)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내뿜은 용암이 흘러내려 산이 된 것이다.
제주도 땅이 검붉은 것은 그 용암이 현무암질이기 때문이다.
현무암질 용암은 점성이 작아서 잘 허물어지는 성질이 있다.
또 그 형상이 마치 서양의 방패를 엎어놓은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순상화산(楯狀火山·aspite)이라고 한다.
너무 발달한 인격(?)을 집어넣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안장군의 표정이 참 재미있다 ㅋㅋ
모노레일을 따라가는 괘도차가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괘도차는 힘이 들던지 말던지 운전수는 스마트폰 검색에 열중하고 있었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파는 컵라면을 사먹을 생각에 부풀었는데 매점이 폐쇄되었다는 공지를 보고 실망하였다
새파란 열일곱 살
장박리 부잣집에 시집가더니
골골거리던 서방님 죽고 탈상도 안지나
떡갈재 철쭉꽃 몸살나게 붉던 날
쑥꾹 쑥꾹새 따라 달아났다고
멋모르고 온 산에 꽃불을 질렀네
때가 되면 시들어 지고우는 꽃이 아니야
어느 봄날 미련없이 꽃잎을 벗어버리지
진한 연분홍 꽃향기속에 묻히고 싶었네
쑥꾹 쑥꾹 애타는 쑥국새 울음소리
온 산에 꽃불을 질러대는...........................윤인구 <철쭉> 부분
길 왼쪽의 만세동산은 웃세족은오름까지 이어지는 널따란 고산초원 위의 자그마한 동산이다.
이 고산 초원은 습지원이기도 하다. 이곳의 물들은 동쪽의 Y계곡으로 흘러든다.
바닥이 크고 작은 돌들로 이루어진 이곳은 윗세오름 건너편의 선작지왓과 더불어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고산방목지였다.
만세동산은 우마를 치는 테우리(목동)들이 망을 보는 망동산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이곳에서 3.1운동 때 만세를 불렀다는 이야기는 완전히 허구에 불과하다
한라산 남벽이 올려다보이는 초원 한귀퉁이에 현무암으로 쌓아올린 케른이 보였다
1967년 창설된 오현고등학교 산악부가 먼저 가신 산우를 추모하고 안전산행을 기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히말라야를 오르면서 숱하게 보아온 케른을 한라산에서 만나니 그곳의 풍경이 그리워졌다
나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오를 마음이 없었다
함덕이나 성산포, 서귀포나 돌면서
바닷가에 앉아 막소줏잔을 기울이며
초고추장에 물회,
신성한 그녀를 안주로 우러러볼 작정이었다
내 손가방의 계산서류와 소외받은 주문서,
도서목록과 기타 등등에서 떠나기 위해
내 멱살을 쥐고 있는 그것들을 벗어나기 이해
함덕이나 성산포, 서귀포나 돌면서
나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오르지 않기로 결심했다......................김종해 <한라산 등반> 부분
윗세오름이란 ‘위에 있는 세 오름’이라는 뜻이다.
가장 위쪽 큰 오름이 붉은오름(1740m), 가운데 오름이 누은오름(1711m), 가장 아래가 족은오름(1699m)이다.
윗세오름의 큰 봉우리리인 붉은오름과 가운데 봉우리인 누운오름 사이에 윗세오름대피소가 있다
이곳에서 컵라면을 사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매점이 폐쇄되어서 산행의 재미가 반감된듯 하다
윗세오름대피소에 도착한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그냥 앉아서 유유자적하는 사람, 식사를 하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까마귀와 친구가 되는 사람....
우리들은 10시 무렵에 도착하였는데 때가 일러서 하산한 후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젖빛 흰구름 모시치마 저고리로
인고의 침묵은
미소로 감추고
빛과 어둠을
함께 하시는 어머니 숨결
누이야
저 들녘을 보아라
유채꽃 노란 물결 나부끼는..............................고병용 <한라산> 부분
요즘 한라산 까마귀들이 이성을 잃었다.
서울의 성북동 비둘기들처럼 사람들 주위에 몰려든다.
조금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등산객이 던져주는 음식물에 길든 탓이다.
김밥, 라면, 과자, 과일 등 사람들 식성과 같아지고 있다.
더 이상 비탈 산, 거친 들판을 헤매면서 썩은 고기와 죽은 벌레로 배를 채우지 않는다
최귀임 글라라 자매님이 영양갱을 떼어서 던져주었더니 기막힌 솜씨로 채간다
아내와 더불어 뜨락에
불붙듯 피어난 철쭉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여보, 당신이 차마 그러실 줄은 몰랐어요
철쭉꽃이 된 전생의 내 또 한 아내
본마누라 시앗 보듯 시샘하여 눈 흘기며
우리 둘한테 하는
하염없는 핀잔소리도 들리는
오늘은 다시 맑은 5월 하루 어느 날.
전생의 햇살이 따라와
나무 그늘 아래 곱게 수놓인
4월 하루 그같은 날....................................나태주 <철쭉꽃> 부분
노루샘의 물줄기가 말라버렸다
비가 자주 와서 물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공사를 하면서 물줄기를 건드린 것이 아닐까?
윗세오름대피소의 컵라면 판매소가 폐쇄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곳에서 물을 떠다가 컵라면을 끓였는데 물이 없으니 그럴 수 밖에...
영실로 내려가는 길은 널판지로 만든 1킬로미터가 넘는 하늘산책로가 이어진다.
막힌 담도, 막힌 산도 없이 바람이 맘 놓고 불어오고, 넓디넓게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다.
아, 여기가 어딘가.
이 길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어도 좋을 것만 같다.
하늘은 맑게 개어 청량한 얼굴로 초원 위에 펼쳐져 있고, 그 푸르른 하늘에 흰 구름이 수를 놓고 있다
예전에 없던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어서 일행과 함께 힘든 계단을 올라가 보았다
한라산 남벽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짙은 안개로 안해 밑둥지만 조금 보일 뿐이었다
그곳에 있는 해설사에게 남벽분기점에서 정상 등정로가 열린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잠잠한 이유를 물었다
공단에서 남벽분기점에서 정상 등산로 개설을 검토했었는데 그게 와전된 것이라고 하였다
한라산의 윗세오름과 방아오름이 양쪽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는 고산의 초원을 선작지왓이라고 한다
'돌이 흩어져있는 자갈밭'을 의미하는 선작지왓은 그동안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런 공간이다
선작지왓은 한라산의 상징인 야생노루의 서식처이다.
건천지역으로 지하수에 의존하는 제주도에서 늘 물이 마르지 않는 선작지왓은 제주도 수원에 있어 중요지역이다.
1700고지 선작지왓에 서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넓은 조릿대와 어우러진 선작지왓의 붉은 철쭉의 물결은 핏빛을 이루었다.
가장 쓸쓸한 바람이 살고 있는
이 고원(高原)에 한 가지 소원을 묻었다.
산 넘어 가는 구름
걸터앉아 쉬는 바위틈마다
봄 속에 피어난 산진달래
꿈에도 보인다.
그 팍팍한 슬픔 보이지 않은 그 어딘가에서
이름 없는 것들이 열심히 피고 지는 까닭에
세상은 아직도 아름답다는데
가장 소중한 것 가슴에 묻어도
슬며시 빠져나와 깊은 잠 흔드는
더 이상 쓸쓸함도 없는 이곳에서
또 한세상 살리라.
그리움의 발길 헤매리라.........................................김순이 <선작지왓> 전문
다 펼친 게 아름다운가
다 숨긴 게 아름다운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거침없이 속 다 꺼낸 너를 용서한다
붉은 고백 하나로도
너는 죄를 다 씻었다
네 붉은 입술에 하늘이 내려앉아
묵묵히 불타고 있구나...................................양전형 <철쭉꽃> 부분
한라산
사제비동산 가는 길가에
넋이 나간 고사목(枯死木)
죽어서도 미래를 사는 고집
살아서 청청했다
죽어서 꼿꼿한 뼈대
마른 주먹엔 무엇을 쥐고 있을까..........................이생진 <한라산 고사목> 부분
아래로 내려갈수록 안개가 진해서 영실기암의 흔적이 없어져 버려 몹시 아쉬웠다
안개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영실기암을 찾고 있는데 기가막힌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성모 마리아가 기도하는 형상의 바위였는데 자애롭고 온후한 모습 그대로였다
비가 내리던 날씨가 맑게 개인 이유가 이분의 정성어린 기도 덕분이었나 보다
오월(五月) 한낮에 귓불 스쳐 바람 불고
은근하게 속삭이듯 입술을 달싹이는
철쭉꽃 흥건한 그늘에 샘물 같은 피가 돌아
함께 마냥 젖고 싶은 간지러운 빗발이 치면
나는 또 하릴없이 몸이 달아오르고
어눌한 시선(視線)이 부풀이 그냥 주저앉고 싶다.................양전형 <철쭉꽃 붉은 입술> 부분
드디어 영실기암이 얼굴을 드러내 보였다
영실기암(靈室奇巖)은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오백장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골짜기 서쪽으로는 수직으로 깎아지른 거대한 기암절벽인 병풍바위가 골짜기를 둘러싸고 있는데,
1,200여 개의 돌기둥이 석벽처럼 가지런히 붙어 있어 마치 병풍을 쳐 놓은 것 같다 하여 병풍바위라고 부른다.
사계절 내내 아름답지만 특히 여름철 큰 비가 내리면 수직의 병풍바위 사이로 폭포가 형성되어 장관을 이룬다.
골짜기 동쪽으로는 오백나한이라 불리는 높이 10~20m의 돌기둥이 펼쳐져 있다
우뚝 솟은 수백 개의 기암괴석이 마치 오백나한(석가모니가 열반한 후 결집한 500명의 불제자들)이 서 있는 모습
같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장군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여 오백장군이라 칭하기도 한다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의 절경을 보고나니 안개가 걷히길 느긋이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무사히 영실로 하산하여 숲속에서 짊어지고 온 도시락을 먹었다
영실(靈室)은 ‘산신령이 사는 방’이다.
이곳엔 500장군바위가 있다.
이 기암들은 제주도를 만든 설문대할망 여신의 오백 아들로 전해진다.
설문대할망은 한라산을 베개 삼고, 왼발은 북쪽 제주 앞바다의 관탈섬에, 오른발은 동쪽 성산일출봉에 걸치고 잠잤다는 거인이다.
몸집이 어마어마해서 할망이 털어낸 흙이 오늘날의 오름이 됐다고 한다.
첫댓글 하느님 은총으로 좋은 날씨속에서 좋은 분들과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래전 어리목길만 걸었었는데~~ 첫경험이네요~`ㅎㅎ
가슴속에 오래 오래 추억으로 남아 행복감을 안겨 줄 여정~
기행문과 함께 더 오래도록 자리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첫경험은 항상 짜릿하고 설레임이 있지요
그 설레임으로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생활 하시길...
사진 올리고 글쓰기 정성과 시간이 보통 들어가는게 아닌데
정말 회장님의 신산회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네요.
항상 건강하셔서 우리 신산회를 오랫동안 이끌어 주시고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자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라산을 여러번 올랐지만 이렇게 좋은 날씨는 처음이었습니다
함께 오른 사람들이 멋져서 더욱 행복했습니다
한라산 식물의 다양성을 막고있는 조릿대를 어찌해야 할까요?
조릿대를 제거하고 다른 식물을 심어야 한다는 의견과
자연스런 현상이니까 그냥 놓아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신산회의 회잠님은 멋지십니다
말이 필요 없어요^♡
말이 필요없습니다...
그져, 아~~~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