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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14
씬1. 인하의 집 앞 (N)
포옹하고 있는 태빈과 지호.
태빈 : (조용히 떼내고 보며) 그 동안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지호 : ...(서글프게) 오빠 난, (이런 식으로 오빨 붙잡고 싶지 않았다, 라는 말 하려는데)
태빈 : (말 막듯이 다시 안으며) 미안하다. 미안해...
씬2. 선이네 집 앞 (N)
선... 표정 없는 얼굴로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이별을 감지하듯 우울한 미소가 생긴다.
씬3. 까페 (N)
지호와 태빈 마주 앉아있다.
지호 : 오빠 맘 알아... 오빠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걸 뿌리치고 여기까지 오기 얼마나 힘들었는지...
태빈 : 지호야...
지호 : (웃으며 짐짓 밝게) 됐어. 중요한건 오빠가 결국 나한테 왔다는거니까.
태빈 : ... (보고)
지호 : 대신 앞으루 한 눈 팔지마. 흔들리는건... 그래, 인심 썼다. 봐줄게. 근데... 되도록 몰래 흔들렸으면 좋겠어.
감출 수 있을 만큼은 감춰줘. 나 정말 노력할거야. 오빠도 노력해. 알았지?
태빈 : ...(보며 웃어준다)
지호 : 왜 웃어.
태빈 : 언제나 씩씩한 니 모습이... 부러워서.
지호 : ... (아프게 보고)
태빈 : ... (무거워진다. 찻잔 들어 표정 감춘다)
씬4. 인하의 방 (N)
인하, 막 들어온 길인지 가방 내려놓고 겉옷 벗는 중인데,
문 팍 열리며 샴페인 들고 들어서는 지호.
인하 : 야 임마. 노크 좀 하라구 몇번을 말하냐.
지호 : 송년회 갖다오는거야?
인하 : (겉옷 벗으며) 웬 샴페인이야?
지호 : (무덤덤한) 오빠랑 한잔 하려구. 김태빈이 나한테 프로포즈 했어.
인하 : !! 뭐?
지호 : 김태빈이랑 나, 약혼한다구.
인하 : !!! (보는 데서)
씬6. 태빈의 오피스텔 (N)
태빈 테이블 위에 서류 올려놓고, 손깍지 끼고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다.
문 열리고 들어서는 인하.
태빈 : ... (본다)
인하 : ... (보는)
태빈 : ... (픽 웃으며) 왔으면 앉아 임마.
인하 : 지호 말이 사실이니?
태빈 : ...(짐짓 서류 넘기며) 벌써 니 귀에 들어갔냐?
인하 : 니가 어떤 생각으루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지만,
태빈 : (말 막으려) 인하야.
인하 : (O.L) 내 말 때문이라면, 내 말이 니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면, 다시 생각해. 지홀 생각해서라두 이건 아니야.
태빈 : 나... 지호 좋아해.
인하 : 니가 사랑하는 사람은, (선이씨잖아)
태빈 : 지호가 될꺼야.
인하 : (답답한) 태빈아.
태빈 : (일어나며) 나 충주에 있는 동안 너 여기 써라. 니 회사랑두 가깝구 관리비 나가는데 아깝잖아. (웃으며 주방으로)
인하 : ... (보며 미치겠는)
씬7. 선이네 집 난간(?) 앞 (N)
태빈의 우편물이 불빛 속에 일렁이고 있다.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 속에 음성테입을 하나씩 던져넣고 있는 선. 눈빛 공허하다.
그 모습 위로 F.C 되는.
-사랑한다, 말하고 울컥해서 뒤돌아서며 멀어지던 태빈의 모습...
선 : (미소 생기며) 고마워요. 말해줘서... 나, 그 말 한마디만 간직할께...
선...담담하게 미소짓는 데서 F.O
씬8. 칠리칠리 외경 (D)
씬9. 칠리칠리 주방 (D)
런치타임이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식구들인데,
효태 : (화난 표정으로 들어서며) 누가 스페셜메뉴 마감시켰어.
광도 : (보지도 않고 일하며) 접니다.
효태 : (그럴줄 알았다. 표정 확 일그러지며) 왜! 누구 맘대루!
광도 : 홍합이 떨어져서 더 이상 만들 수 없습니다.
효태 : 그 코딱지 만한 재료 하나 없다구 밀려드는 오더를 짤라먹어? 다른걸 대신 넣으면 되잖아! 잔말 말구 주문 받어!
광도 : 못합니다.
효태 : 이런 씨~ 만들라면 만들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광도 : (칼 쾅! 내려 꽂는)
효태 : !! (흠칫 보며) 어쭈. 왕년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는거야 뭐야?
광도 : (순간 눈빛 살아서 보는) 바쁜데 잡음 섞지 말고 나가.
효태 : 뭐? 나가? 사장 한테 나가? (기막혀서 입만 뻐끔 거렸다가) 너 나와! 나와 당장! (앞서 나가다가) 유썬. 너두 나와!
선 : ? (보는 데서)
씬9-1. 칠리칠리 주방 (D)
식구들 한쪽에 모여서 몰래 홀쪽을 바라보고 있고,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효태, 광도와 선이를 앞에 앉혀놓고 퇴직금 건네고 있다.
효태 : 말했지만 본사에서 주방장이 따루 오게 되어있고, 나 주방에 시한폭탄이 둘씩이나 있는거 불안해서 해서 더는 못 보겠어.
아예 정리를 하자고 이참에.
선 : (억울한) 주방장님.
효태 : 너도 그래 임마. 증상이 그쯤 됐으면 알아서 그만 둬 줘야 되는거 아니냐? 꼭 내입으로 짤렸다는 말을 해야겠냐?
선 : (굳고)
식구들 : ???
효태 : (보고) 청담동 사장님 한테 미리 들었기에 망정이지, 눈두 션 찮은 애가 주방일이, (하다가 기막힌)
나 참, 니가 생각해봐두 위험천만한 일 아니냐? 암튼 그렇게들 알고, 그 동안 수고들, (하는데)
광도 : (O.L)(벌떡 일어나서 효태의 멱살을 잡는다)
효태 : (하얗게 굳는) 뭐, 뭐하는 거야?
씬9-2. 칠리칠리 일각 (D)
효태의 멱살을 잡아 끌고 나오는 광도, 효태를 거칠게 팍 벽에 갖다 붙인다.
놀란 표정으로 우루루 쫓아나오는 식구들.
효태 : 이거 안놔? 못놔!
광도 : 정당한 해고 사유를 말해봐! 내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봐 자식아!
효태 : (화났다. 확 멱살 확 풀고 나오며) 좋아, 원한다니 말해주지. (광도 가리키며) 주민등록증에 빨간 줄 간 인간, 언제 다시
칼 휘두를지 모르는 일이고, (선이 가리키며) 언제 눈 멀지 모르는 사람, 혹시 불낼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게 시한폭탄이 아니구 뭐야 그럼?
한여사 : 아,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눈이 멀지...모르다니?
선 : (눈 질끈 감고)
동만 : 민사장, 이거 좀 심한거 아닙니까? 멀쩡한 사람을 장애인 취급,
효태 : (O.L) 하, 멀쩡해? 야, 유선 니가 한 번 말해봐라. 내가 이게 지금 오바하는거냐? 니 병 니가 더 잘 알꺼 아니야.
식구들 : (병??? 보고)
선 : (아랫입술 잘끈 씹고는, 그대로 뛰어나가고)
시봉 : 언니. (쫓아가려는데)
한여사 : (띵해서 붙잡는) 이,이게, 무슨 소리야? 병이라니..? 안보이게 된다니?
시봉 : (어으씨, 속상해서 눈 감아버린다)
씬10. 선이네 집 (D)
문 쾅 열고 주방옷 그대로 들어오는 선.
울컥 치밀어오르는 것 누르며 바닥에 앉는다. 무릎 감싸쥐고 고개 묻는...
씬11. 태빈의 오피스텔 (D)
드라이크리닝한 옷 찾아 들고 들어서는 태빈인데, 주방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
? 해서 옷 내려놓고 주방 쪽으로 가는 태빈.
씬12. 오피스텔 주방 (D)
들어서는 태빈, 가스쿠커 앞에서 요리하고 있는 지호를 보고 의외여서 본다.
주방 한 가득 재료 늘여 놓고 요리책 봐가며 나름 대로 열심이다.
태빈 : 너 뭐하냐 지금.
지호 : 어, 왔어? (주머니에서 수강증 꺼내 보여주며) 내가 노력하겠다고 했지? 요리학원 끊었어.
태빈 : (허, 웃고)
지호 : (식탁 위에 재료들 가리키며) 기대해. 신선한 해산물 샐러드, (하다가) 앗차! 토마토를 안사왔다.
태빈 : 니가 그렇지. (웃는다)
씬13. 선이네 집 (D)
주방옷 그대로 입고 서글픈 표정으로 앉아있는 선인데.
시봉 : (문 빼꼼이 열고 들어서며 들어서며) 언니... (다가와 앉는)
선 : (짐짓 밝게) 이제 뭐해 먹구 살지? 요즘 불경기라 취직도 잘 안될텐데...그치?
시봉 : ... (선이의 밝은 모습이 더 안쓰럽고)
선 : (쿠션에 팍 누우며) 아...사는거 정말 힘들다. 뭐가 이렇게 힘드냐?
시봉 : ... (안쓰럽게 보다가, 에라 자기도 벌렁 누워버리며) 그러게 말이야. 죽지 못해 산다 진짜!
선 : 그래도...살아야겠지?
시봉 : 그럼 두엄밭에 굴러도 이승이 더 낫다잖아.
선 : ... (서글퍼지려는 순간 에잇, 일어나며) 우리 이러지 말구, 맛있는거 잔뜩 만들어서 배 터지게 먹어보자.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하지 뭐.
시봉 : (안쓰러움 감추고 피식 웃는데서)
씬14. 대형 할인마트 A층 (D)
카터 밀며 진열대 사이를 걷고 있는 선, 멍하니 생각은 딴데 가있다.
어느순간 정신 차리고 진열대에 놓인 식품들 고르기 시작한다.
그런 선이의 뒤로, 태빈과 지호가 지나간다!
태빈 카터 끌고 있고, 그 옆에 붙어서 재잘거리며 오고 있는 지호.
에스컬레이트(카터 이용시 사용하는 계단 없는 평면 승강기)를 타고 웃으며 내려간다.
씬15. 대형 할인마트 B층 (D)
에스컬레이터 B층에 도착한다.
태빈, 계산대 쪽으로 가려는데,
지호 : 아, 온 김에 커피도 사가야겠다. 잠깐 기다려. (하고는 다시 진열대로 간다)
태빈 : ... (웃어보이다가, 지호 사라지면 카터에 손 올린채 가슴 먹먹해진다)
씬16. 대형할인마트 A층 에스컬레이터 앞 (D)
선, 태빈과 같은 먹먹한 표정으로 카터 끌고 에스컬레이터에 오른다.
문득 저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한숨 쉬다가 멈칫 굳는다.
에스컬레이터 아래에 태빈이 고개 숙인채 서있다.
선 : ... ! (보고)
태빈, 한손으로 얼굴 쓸어내리다가 어떤 느낌에 돌아본다.
거기 선이가 이쪽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
태빈 : ... ! (본다)
두 사람의 시선... 에스컬레이터 속도에 맞춰 점점 가까워진다.
띵해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지호, 원두커피 하나 손에 들고 오다가 멈칫 그런 두 사람을 본다.
잠시 그대로 보다가, 모르는 척 다가간다.
지호 : (짐짓 밝게) 오빠! (카터에 커피 담으며) 가자!
카터 돌려세우고는 태빈의 팔짱끼고는 간다.
선 멀어지는 두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파온다.
태빈 : ... (가다가 잠깐 선이 쪽을 돌아본다. 아픈)
선 : ... (애틋하게 본다)
지호 : ... (느끼며 걷고 있다)
씬17. 태빈의 오피스텔 (D)
지호와 태빈 완성된 요리를 같이 먹고 있다. 평범한 야채샐러드다.
태빈 : ... (포크로 깨작거리며 딴생각)
지호 : ... (그런 태빈을 보며)
태빈 : (시선 느끼고 퍼뜩 웃어보인다. 짐짓 밝게) 결국 이렇게 될줄 알았다. 초보주제에 해산물 샐러드는. (한입 먹다가, 멈칫 한다)
지호 : 어때? 맛있어?
태빈 : 어? 어어...
지호 : 됐어. 얼굴 표정 보니까 알만하네 뭐.
태빈 : 맛있어 임마. (웃어주는데)
지호 : (툭) 선이씬 요리 잘하지...
태빈 : (멈칫 했다가) 야 이거, 해산물 샐러드는 아니지만 바다 냄새가 나긴난다 야. 엄청 짜거든. (웃으며 맛있게 먹어주고)
지호 : ... (그런 태빈을 보는)
씬18. 선이네 집 (D)
시봉과 선 떡볶이 만들어 먹고 있는 중이다.
시봉 : 음...예술이다 예술. 아! 언니 떡볶이 장사 해라. 내가 옆에서 어묵 팔게. 엄청 잘 팔릴걸?
선 : (깨작거리며 툭) 시봉아...나 대학이나 갈까?
시봉 : (멈칫 본다)
선 : 어짜피 요린 못하게 될꺼구, 나두 이제 슬슬 앞일을 준비해야잖아.
시봉 : ... (보다가 짐짓 밝게) 거 괜찮겠다. 언니 공부 잘 했잖아. 내년에 한 번 해봐라. 생각해 놓은 꽈는 있어?
선 : 특수교육과 어떨까? 몇군데 대학에 장애인 특수전형이, (하다가 멈칫하는)
시봉 : ... (그 마음 알고 보는)
선 : (웃으며)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전형이 있어.
씬19. 칠리칠리 홀 (N)
들어서는 인하.
찬 : (써빙 마치고 오며) 어서오십, (하다가) 어? 서기자님.
인하 : (웃으며) 안녕하세요?
찬 : 오랜만이시네요. 사장님두 안 계신데 어쩐 일이세요?
인하 : 이 근처에 촬영이 있어서 온 김에 들려봤어요. 저기... 선이씨 안에 있습니까?
찬 : (표정 어두워지며) 써니누나... 없는데요.
인하 : 아아.. 오늘... 오전 근무였나 보죠?
찬 : 저기, 그게 아니라요... (손가락으로 콧등 긁으며 난처하고)
인하 : ? (보는데서)
씬20. 태빈의 오피스텔 주방 (N)
들어서는 인하.
태빈 혼자 빈그릇 앞에 얼굴 감싸쥐고 앉아있다.
인하 : ... (안타깝게 보다가 가만히 태빈 어깨에 손을 얹는다)
태빈 : (그제서야 퍼뜩 돌아본다) 어 왔니? (그릇 챙기기 시작한다) 차식, 왔으면 인기척이라두 좀 하지. (그릇 들고 개수대 쪽으로)
인하 : ... 태빈아. 이건 널 버리는 일이야. 널 버리면서 하는건 사랑이 아니야.
태빈 : ... (등 돌린 채로)
인하 : 니가 버린 사람두, 니가 선택한 사람두 모두 행복해질 수 없어.
태빈 : (돌아서며) 방금 지호 왔다 갔는데, 입구에서 못 만났니?
인하 : 나 지금 가게에 들렸다 오는 길이야.
태빈 : (멈칫 반응하지만) 어어...그래? 다들 잘 있지?
인하 : 상황이 별루 안 좋은거 같드라... 장주방장님이랑 선이씨 권고 사직 당했대.
태빈 : ! (순간 보는)
인하 : ... (그 반응 보는)
태빈 : (애써 피식 웃으며) 그...랬대? 새 사람은 구했다든? (돌아서는데)
인하 : (잡으며) 태빈아. 나... 지호 오빠야. 내 동생이 슬퍼지는거 나 싫다.
태빈 : (웃어 보이며) 알아 임마...
인하 : ... (먹먹해진다)
씬21. 대학 학생과 사무실 (다른날/ D)
담당교직원과 상담하고 있는 선.
교직원 : (전형방법 팜플렛 따위 내보이며) 특수교육과는 육십명 정원에 장애인 특수전형이 다섯명이예요.
내년에두 아마 같은 비율로 뽑게 될꺼예요.
선 : 예에...
교직원 : 근데... (살피며) 실례지만... 몇급 장애인이세요?
선 : 예?
교직원 : 저희 대학은 4급 장애인까지만 지원이 가능하거든요. 아무래도 다른 학생들과 보조를 맞춰야되니까...
안 그러면 힘들거든요.
선 : ...
교직원 : 장애인 등록증은 가지고 계시죠?
선 : (퍼뜩 보는)
교직원 : 본인이 장애인이라는 걸 증명할 서류가 필요하거든요. 병원 가서 몇급인지 진단 받으시고, 동사무소 가서 신청하세요.
선 : ... 장애인... (애써 웃어보이며) 등록증이요...? (하는데 서글퍼진다)
씬22. 동사무소 (D)
공허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선. 천천히... 민원창구 쪽을 돌아본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무겁게 떼며 창구쪽으로 간다.
선 : 저....저기... (언뜻 입이 안 떨어지다가) 자,장애인 등록 신청하러 왔는데요... (애써 웃어보이다가 일그러진다)
테이블 위에 놓인 장애인 등록 신청서...
선, 어느순간 떨리는 손으로 볼펜 쥐고 공란을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울컥하는 심정 누르며 한자한자 적어 넣다가, 멈춘다.
그대로 확 움켜쥐는 선.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뛰쳐나간다.
씬23. 전철 안 (N)
늦은 시각이라 텅빈 전철 안.
선, 초점없이 멍한 얼굴로 흔들리듯 앉아있다.
전철 멈춰서고 문 열린다. 열린 문으로 개 한 마리가 들어선다.
'맹인안내견입니다'라는 조끼를 입고 있는 래브라도리트 리버.
학생인듯한 여자아이를 선이 옆좌석으로 안내한다.
*(문의) 02)758-7591: 최창원 과장님 0335)320-8923(4) : 김세호 과장님/윤태선 과장님
선 : ... (보며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이름이....뭐예요?
여학생 : (공허한 눈을 선이 쪽으로 돌리며 웃는다) 아이요.
선 : (불러본다) 아이야... (웃으며) 넌 평생 어른은 안되겠다.
여학생 : (웃으며) 그런 아이가 아니구요... 영어로 이.와.이. 눈이라는 뜻이예요.
선 : 아아... 눈이요... (쓰다듬어주며) 참...예쁜 눈을 가지셨네요...
여학생 : ... (웃으며 쓰다듬는다)
선 그런 여학생과 안내견을 본다.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결국 눈물 차오른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전철 안의 풍경에서...F.O
씬24. 칠리칠리 외경 (D)
씬25. 칠리칠리 주방 (D)
동만, 혼자 런치타임을 준비하고 있다.
똘마니 한명 들어와 '정식 하나 있어요!' 외치고 간다.
동만 : (재료 썰며 무심결에) 써니. 정식재료 준비 해!
대답이 없다. 그제서야 느끼고 돌아보면 써니의 빈자리...
동만 서운하다...이번엔 광도 자리를 돌아본다.
한여사 : (그런 동만 보며) 주방이 썰렁한게...일 할 맛이 안나네... 고주방장도 막상 장주방장 없으니까 서운하지?
동만 : 허이고, 서운은 무슨. 앓던 이가 빠진 기분입니다. (팍팍팍 재료 썰다가 칼, 툭 내려놓는다)
서운은 무슨... 잔소리 안 들으니까...살 찌는 소리가 다 들리네... (서운하다)
씬26. 선주네 피아노 학원 (D)
적당한 곳에 앉아 차 마시고 있는 동만과 선주.
선주 : (기막히고 화난 표정으로 동만을 보며) 뭐? 뭘 날려? 사표를 날려?
동만 : 누가 날렸댔어? 날릴까 한댔지?
선주 : 사표가 무슨 종이비행기야? 허구헌날 날리게?
동만 : 어휴, 내가 미쳤지. 널 붙잡구 고민상담을 하다니. 어으어으. (일어나는데)
선주 : (확 잡아 앉히며) 당신 사표의 역사를 내가 따져봐? (본격적으로 자세 바로 하며) 우리 오빠 한테 부탁해서
겨우 호텔 주방에 넣어줬더니 당신 어떻게 했어? 그 호텔 파업 났을 때 노조 위원장 불쌍하다구 사표 날렸지?
동만 : 일절만 해라.
선주 : 쥐꼬리만한 퇴직금 받아서는 뭐에 썼어? 사업 말아먹은 친구 도와줬다가 깡통찼지?
동만 : 그래 이절까지는 봐준다 내가.
선주 : 김태빈 사장으로 왔을 땐 뭐랬어? 자식 인간성 고쳐줘야 된다구 사표 날렸지!
근데 이제 뭐? (빽) 장주방장 따라 동반사표를 낼까 해?
동만 : 의리가 있지, 파트너가 짤려 나갔는데 나 혼자 어떻게 일을 하냐!!
선주 : 동만씨 앞가림이나 잘해! 장주방장은 가만 냅둬두 자기 앞가림 할 사람이야!
동만 : (기분 팍 상해서 일어서며) 그러시겠지. 어련하시겠어. (나가려는데)
선주 : (O.L) 솔직히 장주방장 한테 기죽어서 빌빌대는거 보기 싫었단 말이야.
동만 : ! (멈칫 서고)
선주 : 홀애비 청승 떠는 거 보는 것두 가슴 아파 죽겠구만...(하다가 느껴지는 동만의 시선에 괜히 퉁 주듯)
하여간 당신 옆에는 누가 있어야 돼. 사푠 관두구 재혼이나 하지 그래?
동만 : ... (조용히 고개 팍 숙이고 나간다)
선주 : ... 또 삐졌지. 또 삐졌어. (툴툴대면서도 속상하다)
씬27. 선주의 피아노 학원 앞 (D)
고개 숙이고 침울하게 문 열고 나오는 동만, 고개 드는 순간 입가에 씨익 미소 생긴다.
선주의 관심이 기분 좋다.
층계를 올라오다가 그런 동만을 발견하고 멈칫 서는 광도.
동만 : ! (보고는 짐짓 퉁명스럽게) 피아노... 치러 온거야?
광도 : 아니요... (피식) 그만 두겠다는 말 하러 왔습니다.
동만 : ...! (보다가 이내 혀 차며) 쯔쯔쯔... 사람이 저렇게 끈기가 없어서야... (하고는 앞서며) 따라와.
광도 : ? 어디 가는건데요?
동만 : 써니랑 가게 식구들 불러서 송별회나 하자구. 내 한턱 쏠게.
광도 : ... (피식 웃으며 따라간다)
씬28. 전통찻집 (D)
한여사,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들어선다.
태빈 : (얼른 일어나서 예를 갖추고) 오셨어요?
한여사 : .... (웃어보인다)
찻잔 놓고 앉아있는 두 사람.
한여사 : ... (보다가) 약혼 한다며.
태빈 : ... (그저 웃는다)
한여사 : (웃어주며) 난 은근히 써니랑 잘되지 싶었다. 개가 느이 엄마를 참 많이 닮았잖니. 요리 맛 내는 것까지 신통하게 비슷해.
태빈 : ...
한여사 : (살피며) 내키지 않는 약혼하는 거... 아니지?
태빈 : (본다)
한여사 : 사람맘이 결심한 대루 재단되구, 억지부린다구 얻어지는게 아니다. 억지 부려봤자 여러 사람 맘 상하구, 다칠 뿐이야.
태빈 : ...
한여사 : 느 아버지랑 똑같은 일... 만들지 말았으면 하는 노파심에 하는 말이야. 느이 친 엄마두 불쌍하지만,
어찌보면 청담동 민사장이 더 불쌍한 사람이야. 느이 아빠, 껍데기만 붙들고 살다가 너까지 받아 안았잖니.
태빈 : ... (쓰게 피식 웃는다)
한여사 : 충준 언제 또 내려가?
태빈 : 내일 내려갑니다.
한여사 : 잘됐네 그럼. 오랜만에 가게 식구들 한 번 안 만나볼테야?
태빈 : ... (보는 데서)
씬29. 고기집 (N)
가게 식구들 모여서 벌써 고기판, 술판 벌어졌다.
동만은 얼굴 벌개져서 딱 기분 좋게 취해있다.
동만 : (써니에게 술 권하며) 써닌 새 일자린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선 : (받으며 어리광 처럼) 어우, 사는게 왜 이렇게 힘들어요 주방장님? 다 관둬버리구 시집이나 갈까 생각중이예요.
동만 : 떽! 한 번 요리사는 영원한 요리사야!
시봉 : (웃으며) 나참, 우리가 무슨 해병대예요? (하는데)
광도 : 어? (반색의 빛이 번지며 일어나는) 이게 누구십니까?
선 : (돌아 보고) !
태빈 : (한여사와 함께 들어서며 밝게) 안녕하셨어요?
찬 : 야, 이거 가게 그만두더니 신수가 훤해지셨네요?
태빈 : 충주물이 좋아서요. (웃다가 선이를 보는) 잘...있었어요?
선 : ... (짠해져서 목례하는)
동만 : 앉아요 앉아. 우리 이 두(광도와 선 가리키며) 패잔병들 송별회 해주구 있던 중이었어.
광도 : 한잔 받으십쇼. (태빈에게 술 따라주고) 써니도 한잔 받아라. 그 동안 승질 못된 주방장 밑에서 고생 많았다.
선 : (받으며) 아니예요. 저...주방장님들 한테 배운게 정말 많아요.
동만 : (선이 머리 쓰다듬으며 시선은 광도) 이 자식이 말이야, 언젠가 날 찾아왔드라구. 주방장님...저 요리 좀 가르쳐주세요...
눈 감구두 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한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그러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울컥 목이 메인다) 그땐,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어...
선 : ... (마음 아파서) 주방장님...
식구들 : ... (숙연해지고)
태빈 : ... (마음 아프고)
동만 : (울컥해서 고개 숙인채로 손만 들어 머리 쓰다듬어주는) 힘내 임마 응?
선 : (울컥해서) 네...
한여사 : (분위기 띄우려) 아, 고기는 태워먹으려구 시켰어?
식구들 : (그제서야, 아아 그래그래...먹자. 먹읍시다! 하며 먹기 시작 하고)
찬 : (불판 위에 긴 갈비살 들고 선이에게) 누나 이거 쫌 짤라봐.
선 : 어. 그래. (가위로 잘라주는데, 헛가위질 한다)
식구들 : ! (본다)
찬 : ! (앗차 싶다. 얼른 쏠려있는 식구들 시선 보며) 여,여기, 고기가 참 싱싱하네요. 살아서 도망가는데요 막?
식구들 : (얼른 시선 돌리며) 그러게. 맛있네... (어쩌고 하며 선이 배려하고)
선 : ... (그런 식구들 보며 짠해진다)
태빈 : ... (보며 아픈)
씬30. 고기집 앞 (N)
회식 마치고 나오는 식구들.
동만은 이미 취해서 광도의 어깨에 한팔 착 걸고 배째라 폼으로 버티고 있다.
동만 : 이찬 어디야 이차!
광도 : 전 고주방장님 모셔다 드리고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한여사 : 어유, 나두 소주를 한 두어잔 마셨더니 어지럽네. 들어가볼게.
찬 : 자자!! 24세 이하는 나이트로 직행해서 이 밤을 불살라 보자구!
시봉과 똘마니들에게 찡긋찡긋 눈짓하면, 떼거지로 몰려가는 아이들.
결국 둘만 어색하게 남게 되는 태빈과 선...
선 : ... (시선 어색해져서 괜히 발끝으로 땅을 툭툭 치는데)
태빈 : ... 가요. 바래다 줄게.
선 : ? (본다. 존대말이 어색하고 낯선)
씬31. 선이네 집 앞 (N)
조금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두 사람.
선 : (문득 픽 웃으며) 왜 나한테 갑자기 존대말 해요?
태빈 : ... (보는)
선 : (짐짓 웃으며) 사장님이 존대말 하니까 너무 안 어울린다...
태빈 : (결국 피식 웃으며) 언젠 반말 한다고 뭐라 그러더니.
선 : ? 내가 그랬어요?
태빈 : '언제 봤다구 반말이예요?' 첨 봤을 때 그랬잖아 너.
선 : (생각나는) 아아. '엘리베이터에서 봤잖아' 그랬었죠? (웃으며)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본 사람한테는 다 반말해요? 하니까,
선, 태빈 : (동시에) 세상에 그런 미친 놈이 어딨어.
해놓고는 동시에 피식 웃는 두 사람.
태빈 : 건강...하니?
선 : (멈칫 보는)
태빈 : 왜 이렇게 말랐어. 아픈거... 아니지?
선 : ... (웃으며 끄덕이는데 찡해진다)
씬32. 편의점 앞 (N)
씩씩하게 걸어오고 있는 지호, 편의점 앞을 지나치다가 어떤 느낌에 우뚝 멈춰선다.
편의점 안... 태빈과 선이 있다.
지호 : ... (보며 싸늘해진다)
씬33. 편의점 (N)
선과 태빈, 테이블에 커피잔 놓고 밖을 보며 서있다.
선 : (태빈의 옆모습 가만히... 바라본다)
태빈 : ? (시선 느끼고 본다) 왜.
선 : (웃으며) 좀 변한거 같아서요.
태빈 : (픽 웃으며) 내가?
선 : 응. 어른스러워지구 남자다워졌어... (웃으며) 꽤 멋있어 졌는데?
태빈 : (픽 웃으며 고개 돌리는) 니가 날 변화 시켰어.
선 : ... ! (보는)
태빈 : (아련하게 웃으며) 니가 여기서... 인스턴트 먹지 마세요. 사람이 삭막해진데요... 그랬을 때 내 마음이 참 삭막하구나 느꼈어...
니가 요리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대요... 그랬을 때 너한테 내 상처를 치유받구 싶었어...
선 : ... (뭉클해서 보는)
태빈 : 너... 요리 포기 하지마. 아무 것도 포기하지마.
선 : ... 고개 좀 돌려봐요. 창문이랑 얘기하는 거 같잖아.
태빈 : ... (그대로) 싫어.
선 : 멋있다구 추켜세워줬는데... 너무 치사하다.
태빈 : 널 보면 자꾸 안구 싶어져서... 못 보겠어.
선 : ... (아프고)
태빈 : (빈 종이컵 구기며 참는다)
씬34. 태빈의 오피스텔 (N)
태빈 : (들어서다가 멈칫 입구에 기대 서있는 지호를 본다) 언제 왔니?
지호 : (짐짓 밝게) 금방. 어디 갔다 와?
태빈 : 어... 본사 개발팀이랑 송년회가 있었어.
지호 : (표시 안나게 굳고) 내일 충주 내려가지? 가기 전에 예복 찾으러 가자.
태빈 : 어...그래. (움직이는데)
지호 : 가게 한 번 안 들려보구 가?
태빈 : (멈칫했다가) 아니...시간이 안 될꺼 같은데.
지호 : 거짓말.
태빈 : ? (본다)
지호 : (차분하게) 이제 거짓말 하는걸루 전략을 바꿨니? 몰래 흔들리랬지, 몰래 만나라는 말은 안했어.
태빈 : ... (감지하고) 미안하다.
지호 : (맥없는 반응에 더 화가 난다) 김태빈! 차라리 짜증내고 화를 내! 이게 뭐야? 껍데기만 남은 사람처럼!
오빤 요즘 감정이 죽어있는 사람 같애! 모르겠어?
태빈 : ... (웃으며) 저녁 먹었니? 안 먹었으면 같이 나갈래?
지호 : ... (미치겠다)
씬35. 청담동 외경 (D)
씬36. 청담동 주방 (D)
태빈과 민여사 함께 아침 식사 하는 중이다.
민여사 : (문득 웃음 생기며) 사람 변하는거 시간 문제구나. 니가 여기서 아침을 다 하구.
태빈 : ... (가만히...보는)
민여사 : (느끼고 보며) 뭐 할말 있니?
태빈 : 아버질 어떻게 용서하셨어요?
민여사 : ? (본다)
태빈 : 평생 껍데기만 붙들구 사시면서두 붙잡구 싶으셨어요?
민여사 : ...
태빈 : 전 어떻게 받아들이셨어요? (피식 웃으며) 하긴... 나한테 형이나 동생이 있었다면 안 받아들이셨겠죠.
민여사 : (피식 웃으며 괜히 국 저으며) 난 니 눈빛이 좋았다.
태빈 : ? (본다)
민여사 : 어린 녀석이 눈에 하나 가득 적개심을 담구 날 보는데, (흠흠 웃으며) 언젠간 큰 물건 될 녀석이다 생각했지.
태빈 : ...
민여사 : 너나 나나, 느이 아버지 때문에 생긴 상처를 가진 사람들 아니냐. 그것 만으로도 유대감이 생겼다구 하면... 대답이 되겠니?
태빈 : ... (짠해져서 보다가) 부탁 하나...드려두 될까요?
민여사 : ? (보는 데서)
씬37. 전통찻집 (다른날/D)
선이 앞에 명함 한 장 내밀고 있는 한여사.
선 : ? (명함 보다가 한여사를 보면)
한여사 : 마침 거기 주방보조 자리가 비었다는구나.
선 : (환해지며) 아줌마.
한여사 : 친척한테 소개 받은 데니까 게름 피지 말구 열심히 한 번 해 봐.
선 : 고마워요 아줌마. 사실 저...그 동안 쬐끔 힘들었거든요. (웃으며) 저 정말 열심히 해볼께요.
한여사 : ... (보며 안쓰러운) 아무리 힘든 병이라두 사람 의지는 못 꺾는 법이야. 약해지지마 응?
선 : ... (짠해져서 끄덕이며) 네.
씬38. 선이네 집 (D)
시봉 : (명함 보며 환해진다) 우와, 여기 굉장히 유명한 레스토랑이잖아. 언니 출세했다!
선 : 새옹지마라는 말이 맞나봐. 나 정말 다 포기해버리구 싶었거든.
시봉 : 거봐. 희망을 잃지 말랬지? 희망은 품고 있는 자 한테만 찾아 오는 거야!
선 : 나 정말 열심히 해볼꺼야. 그래서 어제 처럼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이제 씩씩하고 당찬 모습만 보여줄꺼야.
시봉 : ... (미소로 보는)
씬39. 레스토랑 홀 (D)
선, 테이블에 앉아 실내 둘러보며 기다리고 있다가, 홀매니저로 보이는 남자 다가오면 일어선다.
매니저 : 홀매니저 정찬진입니다. (앉으며) 이력서는 가져오셨죠?
선 : 아 예... (하면서 준비한 이력서 꺼내서 준다)
매니저 : (이력서 보지도 않고) 내일 부터 출근하세요.
선 : (좀 쉽다 싶지만) 네... (목례하는데)
매니저 : 성진 그룹 민효선 사장님이랑은 어떻게 되는 사입니까?
선 : ! (순간 보는) 네?
매니저 : 김태빈 사장 소개로 온 분 아니예요?
선 : !
매니저 : (뼈있는) 우리 레스토랑은, 누구의 도움을 받아 입사했건 실력으로 평가합니다. 그점 명심해주세요. (일어나 가고)
선 : ... (비참해진다)
씬40. 태빈의 오피스텔 (D)
태빈 침대 위에 여행가방 펼쳐놓고 짐 싸는 중인데, 초인종 소리.
나가서 문 열면,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서있는 선.
태빈 : (의외여서 보는) 웬...일이야?
선 : (가방 열어 명함 꺼내서 주며) 성의는 고맙습니다만 사양하겠다는 말씀 드리러 왔습니다. (가방은 열어둔 채로 두세요)
태빈 : (받고, 한숨) 선이야.
선 : 앞으로 이러지 말아주세요. 사장님이 이러는거,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거 밖에 안 돼요.
(나가려는데)
태빈 : (잡으며) 잠깐 들어와.
선 : (뿌리치며 가는)
태빈 : (붙잡으며) 내 말두 들어봐야 될꺼 아니야!
선 : 놔요 제발! (확 뿌리치는데)
바닥에 팍 팽개쳐지는 선이의 가방이고, 우루루 쏟아지는 소지품들.
선....호흡 누르고 침착하게 소지품 가방에 담기 시작하고,
태빈 한숨 쉬며 같이 줏어주다가, 멈칫 손동작이 멎는다. 다이어리 아래 깔려있는 장애인 등록증!
선 : ... ! (보고)
태빈 : ... ! (들어서 보며 아프게 눈 감는)
선 : (아랫입술 깨물며 비참해지고, 확 뺏어서 가방에 담고는 뛰어 나간다)
태빈 : ... (보며 눈가 붉어지는)
씬41. 태빈의 오피스텔 앞 (D)
뛰쳐나오는 선. 막 들어서던 인하와 엇갈려 뛰어나간다.
인하 : ... ! (봤다가 굳은 표정으로 오피스텔 올려다보는)
씬42. 선이네 집 (D)
뛰어 들어오는 선, 짐가방 꺼내 들고 서랍에서 옷 꺼내 담기 시작한다.
시봉 : (수퍼봉지 들고 들어서다가 놀라서 팽개치고 달라붙는) 언니. 왜 이래? 어디가? 어디 가는건데?
선 : (아무렇게나 짐 챙겨들고 이 앙 다물고는 나간다)
씬43. 선이네 집 앞 (D)
가방 들고 뛰쳐나오는 선. 독한 표정으로 뛰어간다.
시봉 : (쫓아가며) 언니! 언니!
씬44. 태빈의 오피스텔 (D)
들어서는 인하인데, 한손 이마에 붙이고, 눈가 붉어져서 앉아있는 태빈.
인하 : 나 왔어.
태빈 : ... (그대로 마음 찢어지고)
인하 : 지호랑 예복 찾으러 간다며. 같이 점심이나 하자구 해서 왔어.
태빈 : (상관없이 퍼뜩 일어나며 나가려는 순간)
인하 : (냉정하게 잡는다) 김태빈!
태빈 : (본다)
인하 : (쏘듯이 본다)
태빈 : (급해진다) 잠깐만 인하야. 잠깐이면 돼. 돌아올꺼야. 나 반드시 돌아와. (그대로 몸 확 틀어 나가고)
인하 : (눈 감으며 화나는)
씬45. 선이네 집 앞 (D)
태빈의 차가 와서 멈춰선다.
급하게 뛰어 내리는 태빈.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 벨누른다. 반응없다.
연이어서 계속 누르는데,
시봉 : (off) 사장님....?
태빈 : (확 돌아본다. 계단 후다닥 내려가 시봉을 잡는다) 선이 지금 어딨어.
시봉 : ... (보다가 외면하며) 몰라요.
태빈 : 그러지 말고 말해 줘.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시봉 : ...(보며 흔들리지만) 모....몰라요 나두.
태빈 : 말해 줘! 어딨는지 말해!
시봉 : ...(갈등하는)
태빈 : ...(간절히 보는)
시봉 : (한숨 쉬며) ...청평으로 간다구 터미날루 갔어요.
태빈 : !! (순간 뛰어가 차에 타고)
시봉 : (출발하는 태빈의 차 보며 심난한)
씬46. 버스 터미날 승차장 (D)
청평이라는 푯말 앞에 서있는 버스... 창가에 머리 기대고 앉아있는 선... 지치고 힘이들다.
차 움직이기 시작한다. 출발하는 차.
씬47. 도로 / 태빈의 차 안 / 버스 안 (D)
선이를 태운 버스가 달리고 있다.
선, 여전히 창가에 머리 기댄채 공허한 눈빛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보다가 멈칫 굳는다.
버스 옆을 추월하여 태빈의 차가 달려온다!
선 : ... ! (본다)
버스를 막아서서 멈추는 태빈의 차.
버스 운전사 '어떤 자식이야!' 클락숀 울리며 욕을 해댄다.
태빈 : ... (운전대에 앉아 꼼짝 않고 기다리고 있다)
선 : ... (버스 안에 멍하니 앉아있다)
버스안. 사람들 웅성이는 소리... 클락숀 울려대는 운전사.
태빈 : (핸드폰 단축키 누르고) 잠깐 내려봐. 할 말이 있어.
뚝 끊기는 전화.
태빈 표정 반응 없이 다시 단축키 누른다.
태빈 : 알잖아...난 이제 널 붙잡을 수가 없어. 니가... 니 스스로를 붙잡아야 돼. 내려와...한마디만...한마디만 듣구 가.
선 : ... (괴로운, 더는 못 참고 핸드폰 전원 꺼버린다)
태빈 순간 울컥해지는, 차문 열고 나가서 버스 향해 선다.
선 보고있다가 외면한다... 태빈 기다린다.
버스 차를 빼기 위해 서서히 후진하기 시작한다. 이어 태빈을 향해 다가오는 버스.
태빈 : (순간 울컥 터지며) 나와 유선! 도망가지 말고 나오란 말이야!! 나 없이두 잘 살 수 있다며! 희망 잃지 않구 살 자신 있다며!
이게 잘 사는 거야! 이게 자신 있는 거냐구!
선 : ... (눈 감고)
태빈 : 나와! 나와 유선!
달려오는 차. 엇갈리듯 스치는 두 사람.
선, 이 앙물고 참아내고 있는. 이 악물며 떠나는 버스를 확 돌아보는 태빈.
잠시 그대로 울컥 해서 바라보고 서있다가...
태빈 : 도망가지 마 선이야. 아무 것도 포기하지마...
태빈 눈가 붉어져서 멀어지는 버스를 바라보는 데서. (14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