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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못난이] 11
S#1. 씬. 동주의 회사 건물 복도.(밤)
동주, 나와서 엘리베이터에 타는. 유경 따라오는.
유경 : 동주씨, 동주씨.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 하는데, 유경 무릎을 꿇는. 울면서 동주를 올려다보는.
동주 : (딱한 시선으로 보다가. 하는 수 없이 버튼을 누르는, 다시 열리는 문) 타.
유경 : (무릎 꿇은 채) 난.....동주씨가 죽으라고 하면 시늉이 아니라 진짜 죽을 수밖에 없는 여자예요.
동주 : (답답한 심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유경을 내려다보는)
S#2. 씬. 나이트 클럽 식당.(밤)
주방장, 물컵 차연에게 주는.
주방장 : 대기실 서주경씨 좀 가져다주고 와요.
차연 : 네?
주방장 : 서주경씨 가져다주고 오라구.
차연 : 아, 네. 근데 이게 뭐예요?
주방장 : 식초 물이예요. 서주경씨는 무대 올라가기 전에 이걸 마셔야 목이 풀린데.
S#3. 씬. 대기실.(밤)
가수들 화장도 고치고, 둘러 앉아 얘기도 하고 있는. 주경, 차연이 내민 물을 쭉 마시는.
차연 : (신기하게 보면서) 저 진짜 팬이예요.
주경 : (웃으면서) 고마워요.
차연 : (주경이 다 마시고 주는 컵을 받고) 역시 프로는 뭐가 틀려도 틀린가 봐요. 무대 올라가시기 전에 이런 거 잡숫는구나.
저는 : 소리 갈라질까봐 아무 것도 안먹고 무대에 올라가곤 했었는데....
주경 : (훑어보며) 노래하세요?
차연 : 아, 네? (쑥스러워하며) 아니, 그냥 좀..... 사이판에서 아르바이트 삼아서....
주경 : 그럼 뭐 프로시네. 외국까지 나가서 노래하실 정도면.....
차연 : 아, 그 정도는 아닌데, 제가 당돌한 여자 그게 18번이었거든요.
주경 : 어머, 그래요? 한번 해봐요.
차연 : 네?
가수들 무료하던 참에 잘됐다 하는 기분으로.
상철 : 한번 해봐요. 오랜만에 아마추어 노래 한번 들어보게.
호태, 들어오는. 차키 들고.
호태 : (상철에게) 제가 다시 주차 시키고 왔습니다.
상철 : 고마워요.
호태 : (차연 보고 입모양으로) 넌 왜 여기 와 있냐?
주경 : 어서 해봐요.
차연 : 이거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갑자기 당돌한 여자 불러재끼는)
호태 : (어, 쟤가 왜 저래 하는 표정으로)
대통, 들어오는.
대통 : 이기사 뭐해? 손님이.....(그러다 차연 노래 하는 거 보고 놀라는)
주경 : (제법이네 하는 표정으로)
상철 : 노래 좀 하시는 분일세. 아마추어는 벗어나신 거 같은데.....
차연 : (1절 끝내고) 이거 정말 송구해서....
주경 : 왜요? 성량이 좀 부족해서 그렇지 감정 표현은 좋으신데.....
차연 : (노래 할 때와는 딴 판으로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S#4. 씬. 옥탑방.(밤)
두리, 잠들어 있고, 차연 그 옆에 앉아서 체온계로 두리 체온 재는.
차연 : 체온은 괜찮네. (두리 얼굴에 입 맞추면서) 하루 종일 심심했지 내 새끼.
(그러다 두리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가 눈에 들어오고. 뚜껑 열고 형규의 사진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그 위로.
호태E : 그게 말이 돼요?
대통E : 안될 건 또 뭐야?
S#5. 씬. 옥상.(밤)
대통, 호태, 텐트 앞에 앉아있는.
대통 : (카세트 버튼 누르면서) 동생이 몰라서 그렇지 요즘 노래 못하는 가수가 얼마나 많은데. 누나 정도면....
호태 : 우리가 무슨 돈이 있다고 데모 테입을 만드냐구요?
대통 : 세상 일 모르는 거야. 실력도 없는 애들이 돈 들여서 만든 데모 테입하곤 다를 수가 있잖아.
호태 : 그렇다고 반주도 없이 달랑 노래만 녹음해서 제작사들 찾아다녀보자는 게 말이 되냐구요?
대통 : 말 안될 거 없다니까 그런다.
차연, 문 열고 나오는.
차연 : 잠들 안자요? 아래층에서 시끄럽다고 올라오겠네.
대통 : 누나? 누나? 이리 와보세요.
차연 : 왜요?
호태 : (일어서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말이지. 네 노래 녹음해서 판 내달라고 제작사들 찾아다녀보잔다. 말이 되냐?
차연 : 괜한 일에 잠 축내지 마시고 얼른 얼른 주무세요.
호태 : 것봐요. 차연이 얘가 주제파악은 좀 한다니까.
차연 : (노려보고) 어서 들어가 자.
차연, 호태 들어가면.
대통 : 누나, 누나? 그러지 말구요.
S#6. 씬. 유경의 집 앞.(밤)
동주 운전해서 와서 멈추는. 유경 옆에 앉아있고.
동주 : 그만 좀 울어라.
유경 : 난요, 동주씨, 요즘은 살아도 사는 거 같지가 않아요. 동주씨가 난 안중에도 없는 거 같고....
동주씨가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왜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동주 : 너.....
유경 : (보면)
동주 : 내가 그렇게 좋니?
유경 : 그걸 말이라고.....
동주 : (답답한 표정으로 픽 웃으며) 그래, 생각해보자.
유경 : 뭘요?
동주 : 두 여자하고도 했는데, 세 여자하고 못하란 법도 없지.
유경 : (기대에 차서) 무슨 말이예요? 동주씨?
동주 : 너 죽어도 나하고 결혼해야겠다면서?
유경 : (화들짝) 동주씨? (동주의 목에 팔 걸면서) 동주씨, 동주씨.
동주 : (무심한 표정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는)
S#7. 씬. 동주의 방.(밤)
동주, 들어와서 빈 방을 둘러보는. 웃옷을 벗어 옷장문을 여는데. 걸려 있는 차연의 드레스.
동주 : (드레스를 조심스럽게 만져보는)
창립 기념 파티에서 그 드레스 입고 할머니 연설이 끝나자 박수를 치던 차연의 모습이 스쳐지나가고.
동주 : (웃옷 걸고 돌아서서 욕실로 가려다. 거울에 걸려져 있는 보조보 인형을 보는)
차연이 보조보 인형에 대해서 설명하던 모습이 스쳐지나가고.
동주 : (인형을 떼어내 화장대 서랍 속에 넣는) 남자를 만나려거든 제대로나 만나든가.....
S#8. 씬. 나이트 클럽 내.(밤)
지배인, 화가 나서 안절부절 못하고. 웨이터 걸어오는. 대통 다가오고.
웨이터 : 박상철씨도 오늘은 못나오는다는데요?
지배인 : 뭐야?
대통 : 저기 미스김도 오늘은 지방에 행사 가서 안된다는데요. 지배인님.
지배인 : 다들 빠져가지곤. 그래서 땜빵 할 애가 하나도 없단 말이야?
웨이터 2 뛰어오고.
웨이터2 : 왜 서주경이 안나오냐고, 항의들 하는데요.
지배인 : 서주경이 어디쯤 오고 있대?
웨이터 : 아직 고속도로라구. 차들이 꼼짝도 안하고 서 있어서 어쩔수가 없다구....
지배인 : 진짜 왜들 이래.
대통 : 저기요. 지배인님.
S#9. 씬. 식당.(밤)
차연, 설거지 하고 있는. 지배인, 대통 들어오는.
대통 : (손으로 차연 가르키며) 저기....
지배인 : (차연을 보고, 한심한) 지금 나 가지고 노냐?
대통 : 아, 진짜 노래는 끝내주게 한다니까요. 서주경씨도 들어보고 잘한다고 얼마나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했는데요...
웨이터1, 2 들어오는.
웨이터 : 왜 가수들 안나오냐고 손님들이 화들 내고 난리예요.
웨이터2 : 환불하라는 손님들도 있는데요.
지배인 : (버럭) 노래들 못 듣고 죽은 귀신이 붙었대?
S#10. 씬. 대기실.(밤)
차연, 의상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서있는.
지배인E : 다 됐어?
차연 : (긴장해서 벌벌 떨며) 네? 네.
들어오는 지배인, 호태, 대통, 웨이터 1,
지배인 : (한심하게 훑어보며) 진짜 말 된다.
차연 : 옷이 너무 커서....
대통 : 의상이야 어떻습니까? 노래만 끝내주게 하면 되지.
웨이터 : 그래도 너무 아니다. 서울역에서 상경한 아줌마 주워온 줄 알겠어요.
웨이터 2 뛰어들어오며.
웨이터2 : 사회자 아저씨가 이젠 음악으로 더는 못 떼운다구.
지배인 : 그래, 오늘로 가게 문 닫자, 닫아.
S#11. 씬. 나이트 클럽.(밤)
차연, 벌벌 떨면서 발걸음도 못떼는데.
대통 : 누나, 누나, 긴장하지 말고, 심호흡 해요, 심호흡.
호태 : 그래, 너 숨 좀 쉬어라.
차연 : 숨, 숨이 안쉬어져.
호태 : 그냥 여기가 사이판이라고 생각하고....
차연 : 거긴 노래 듣는 사람도 하나 없었잖아?
호태 : 안듣는다고 생각해, 안듣는다구.
대통 : 청심환이라도 하나 사다 먹여야 하는데.....
사회자E : 잠시 뮤직 타임을 가졌습니다. 다음에 올라올 가수는 대형 기획사에서 현재 취입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고,
데뷔 무대만을 남겨두고 있는 카수. 공중파에서 서로 데뷔를 시키겠다고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바로 그 카수.
미완의 대기. 제 2의 주현미로 불리는 그 카수. 진자연.
대통 : 쟤는 진차연이라니까.
사회자 : (차연에게 뭐해, 빨리 올라오지 않고, 눈짓하는)
차연 : (대통과 호태에게 떠밀려 덜덜 떨면서 무대로 올라가는)
사회자 : 미모의 여 가수 진자연씨를 소개합니다. (박수 치며 박수 유도 하지만, 손님들 반응 싸늘하고)
손님1 : 쟨 또 뭐야?
손님2 : 여기도 이젠 맛 가는구만.
사회자 : (얼른 악단에게 반주하라고 하고)
손님3 : (땅콩 던지면서) 시골 장터 가서 약이나 팔면 딱이겠다.
손님4 : (과일 안주 던지면서) 돈 내놔라, 돈. 이거 사기네, 사기야.
차연 : (덜덜 떨고 있는)
사회자 : (빨리 하라고 눈치 주는)
호태 : 진짜 눈 뜨고 볼 수가 없네. 차라리 기름통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걸 보지..... (하는데, 차연의 노래가 시작 되는)
차연, 떨면서 당돌한 여자 부르기 시작하는. 야유 하던 손님들, 조금씩 누그러지 지고.
차연 : (서서히 용기를 내면서, 무대 앞으로 걸어나와 손짓까지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손님들 한둘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기 시작하고.
차연 : (더 용기를 내서 율동까지 하는데)
지배인, 호태, 대통 주위 둘러보면서 서서히 표정이 풀려가는.
차연 : (흥에 겨워 몸짓이 커지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S#12. 씬. 나이트 클럽 내.(밤)
차연, 무대 위에서 당돌한 여자 부르고 있는. 박수 쳐주는 손님들.
손님 : 촌티 줄줄 흐르는 거에 비해선 노래는 좀 하네.
손님2 : 제 2의 주현미라잖아.
차연 : (당돌한 여자 끝내고, 눈치를 보는데)
손님들 박수를 쳐주는.
손님3 : 앵콜, 앵콜.
손님4 : 이왕 나온 거 한곡 더 하고 들어가라.
지배인 : (차연에게 얼른 노래 하는 손짓)
차연 : (또 해요?)
지배인 : (해, 해, 시간 끌어, 시간 끌어)
사회자 : 열광적인 호응에 감사드립니다. 미완의 대기다운 실력을 보여주신 우리 진자연씨의.....
차연 : 진차연인데요.
사회자 : 뭐?
차연 : 진차연이라구. 차차차 할 때 그 찬데....
손님들 웃고.
손님 : 아무리 신인이라도 이름은 좀 제대로 불러주지.
사회자 : 죄송합니다. 차차차할 때 그 차인 진차연씨의 앵콜곡 보내드리겠습니다.
차연 : (얼른 악단장에게 귓말 하고. 반주 흘러나오면) 오늘 회갑 맞으신.....
호태 : 아, 쟤는 그 버릇을 못버리고....
대통 : 갑자기 회갑은 또 뭐야?
지배인 : (말 하지 마, 말 하지마)
차연 : (어색하게 웃으며, 아빠의 청춘 부르는)
손님1 : 의상하고 노래하고 맞네.
차연 : (박수 유도 하면서 신나게 노래 부르는)
S#13. 씬. 대기실.(밤)
주경 얼굴 만지면서 정신 없는. 차연, 대통, 호태, 지배인 들어오는.
지배인 : 뭐해? 빨리 나가요, 빨리.
주경 : 네, 네. (차연에게) 고마워요.
차연 : 별 말씀을.....
주경 : (뛰어나가는)
차연 :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 털썩 주저앉는)
호태 : 차연아? 차연아.
차연 : 가만 좀 있어봐, 머리가 빙빙 돌아서.....
대통 : 우리 누나가 무대 체질이셨구나.
지배인 : 아줌마?
차연 : 네?
지배인 : 레파토리 몇 개나 있어?
차연 : 네?
S#14. 씬. 옥상.(밤)
차연, 호태, 대통 둘러앉아 맥주 캔 하나씩 들고 있는.
두리 : (땅콩 먹고 있는)
대통 : 오늘 같은 날 맥주 한 캔씩은 좀 그렇다. 누나, 원래 돈도 써본 사람이 쓴다구요.
누나 오늘같은 날 돈 아끼면 돈 안 써본 티낸다고 남들이 비웃거든요.
차연 : 그냥 드시죠.
대통 : 네. (얼른 마시고)
호태 : 야, 살다 살다 별 일이 다 있다. 주방 설거지 아줌마에서 하루아침에 땜빵 가수라니...
대통 : 동생은 땜빵이 아니라, 대기 가수, 대기.
호태 : 야, 너하고 나는 진짜 천생연분인가보다, 나는 대리 기사 너는 대기 가수.
차연 : 천생연분이라는 말 너하고 나 사이에 붙이라고 생긴 말 아니거든.
호태 : 오늘같은 날은 좀 그냥 넘어가자.
대통 : 내가 듣기에도 동생 그 말은 좀 과하다. 누나 입장에서 들으면....
호태 : (무시하고) 차연아?
차연 : 왜?
호태 :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본격적으로 한번 나서보자.
차연 : 어디로 나서?
호태 : 노래 녹음해서 제작사들 돌아보자구.
대통 : 아, 동생이 이제 필이 오는가보네. 누나, 그렇게 해요. 이거 하늘이 준 기횐지 모른다니까요.
차연 : 오늘은 가수가 하나도 없어서 그런 기회가 주어진 건데....
대통 : 아니죠, 누나. 누나가 제대로 못 했어봐요. 지배인이 내일부터 한 타임씩 주겠다고 하겠냐구요?
이건요, 그만큼 누나가 실력을 갖춘 엔터테인먼트라는 증거거든요.
호태 : 그 엔터테인먼튼지 뭔지 하는 말 하지 말아요. 그 말만 들어도 황태잔지 뭔지 하는 놈 얼굴 떠오르니까.
S#15. 씬. 병원 복도.(밤)
걸어오는 동주. 혹시나 차연이 보일까 해서 두리번거리는 느낌으로.
S#16. 씬. 병실.(밤)
동주, 들어오면, 보숙 링거에 주사 놓고 있고. 수정 그 앞에 난처한 표정으로 서있는.
할머니 : 아, 어서 해보라니까.
수정 : 할머니, 저 진짜 노래 못한다니까요.
할머니 : 내가 만원짜리 던져주면 되잖여.
수정 : 무슨 만원짜리를 던지신다구 자꾸....
동주 : 할머니?
할머니 : 왜 너 혼자 와? 우리 진가년은?
수정 : (인사하고)
보숙 : 할머니가 자꾸 스테이션에 나와서 진가년이라는 사람을 찾으셔서...
동주 : 수고들 하셨습니다.
수정, 보숙 얼른 나가면.
할머니 : 진가년 오기 전까지 노래 하나만 하고 가라니까. 뭔 년들이 저렇게 죽어라 말을 안들어 처먹어.
동주 : 할머니. 저 분들은 간호사들이예요.
할머니 : 진가년 데려오기 전엔 코빼기도 보이지 말라니까 진가년도 안 데리고 못하러 기어들어와?
동주 : (할머니 손 쓰다듬으며) 우리 할머니 투정 너무 심하셔서 어쩌냐.
할머니 : 딴 소리 말고 진가년이나 찾아와.
동주 : 진가년이요, 할머니, 제가 싫어서 못살겠대요.
할머니 : (물끄러미 보는)
동주 : 제가 너무 싸가지가 없어서 안 살겠다고 도망갔어요.
할머니 : .....
동주 : 그러니까요, 할머니, 못날 손주놈 둔 죄다 생각하시고 딴 년 데리고 올 때까지만 좀 참아주세요.
제가요, 노래 좀 하는 년으로 찾아서 데려다 놓을게요.
할머니 : 일 없어 이 놈아. 난 딴 년은 싫으니까 진가년 찾아서 데려다 놔.
동주 : 진가년이 저 싫다고 도망 갔다니까요.
할머니 :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꺼내주며) 이 돈 주고 사람 사서 찾아보면 되잖여. 네 놈이 뭘 얼마나 잘못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그 년 찾아서 파리 새끼 마냥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 내가 무조건 잘못 했다, 이제 다시는 구박 안 할테니까
가자고 잡아 끌어와.
동주 : (난감한) 할머니, 이 못난 손주 놈 사정 좀 봐주세요. 제가요, 진짜 노래 잘하고 말 잘 듣는 년으로....
할머니 : (버럭) 진가년 아니면 안 된다니까.
S#17. 씬. 옥상.(낮)
호태, 평상에 앉아 김밥 싸고 있고, 대통 카세트 앞에서 버튼 누르고 있는. 두리 그 앞에 앉아있고.
차연 : (노래 부르는)
그 위로 들려오는.
남자E : (확성기 소리로) 멸치가 왔습니다, 오동통한 삼천포 멸치가 왔습니다.
대통 : 아, 진짜. (카세트 끄고) 온갖 장사가 다 오네, 대형 마트가 따로 없다,
차연 : 안된다니까 참....
대통 : 아, 그런 잠시 휴식 타임 갖고.... (얼른 달걀판에서 달걀 하나 깨서 차연의 입에 넣어주고)
차연 : 김밥 쌀 계란인데.
대통 : 누나는 투자 없이 어떻게 성공을 하겠어요?
차연 : 계란 너무 먹어서 입에서 노린내가 다 나려고 해요.
대통 : 참으시고, 아 갔나보네. 그럼 다시 감정 잡으시고 레디 액션. (버튼 누르는데)
호태 : 그건 영화판에서 쓰는 말 아닌가?
대통 : (신경질적으로 버튼 누르면서) 동생, 그런 식으로 잡음 넣으면 곤란하지. 자, 누나 다시 한번 감정 꽉 꽉 눌러서 잡으시고.....
차연 : (목 가다듬는데)
남자E : (확성기) 솜 틀어요. 솜 틀어요.
S#18. 씬. 노래방.
대통, 차연의 입에 달걀 깨넣고, 차연 트림 하고. 두리, 탬버린 가지고 장난하고.
호태, 음료수 네 개 가지고 들어오면서 밖을 향해.
호태 : 사장님? 여기 서비스 30분 아시죠? (문 닫고) 낮이라 손님도 없고 해서 내가 서비스로 30분 더 넣어달라고 했다.
대통 : 40분은 안된대?
호태 : 30분 이상은 안 된대요.
대통 : 손님도 없다면서 너무 짜다.
차연 : 괜히 돈만 버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대통 : 녹음실에서 정식으로 녹음하면 얼마나 드는데 그래요. 돈 아깝단 생각 마시고, 누난 감정에만 좀 신경을 쓰시라니까요.
심수봉 노래 반주 나오고.
차연 : (노래 부르는)
대통 : 와, 우리 누난 심수봉 노래에 필이 더 맞는 거 같네.
호태 : (스톱 버튼 누르고) 잡음 들어가면 안 되잖아요.
대통 : 아이고, 나의 미스테이크. (얼른 문 열고) 사장님, 요 앞에 껀 지우시고, 다시 녹음 부탁 드립니다.
차연, 노래하는 몽타쥬 씬들. 호태, 대통 실갱이 하면서 뭔가 코치하는.
두리, 재밌다는 표정으로 박수 치면. 호태, 대통 놀라서 박수 치면 안 된다고 난리 치고.
S#19. 씬. 동주의 사무실.(낮)
동주, 일하고 있으면, 수혁 들어오는.
수혁 : (책상 앞에 서고)
동주 : (보고)
수혁 : 김기자가 전화 했는데.....
동주 : (보면)
수혁 : 이상한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구.
동주 : 무슨 소문?
수혁 : 서유경과의 결혼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있는데, 재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소문이 도느냐구.
동주 : .....
수혁 : 아무래도 서유경 쪽에서 흘린 거 같은데. 네가 밥이라도 한번 먹으면서 사실무근이라구 하는 게.....
동주 : 하지 뭐.
수혁 : 김기자하고 약속 잡을게.
동주 : 결혼 말이야.
수혁 : (굳어져서 보는)
동주 : 두 번 장가 간 놈이 세 번 못갈 거 없잖냐?
수혁 : 동주야.
동주 : 유경이 징징거리는 보는 것도 귀찮고.
수혁 : 또 자폭하려구?
동주 : (서글프게 미소 지으며) 난 자폭하는 심정 아니면 장가 못갈 놈인가보지 뭐.
수혁 : 두 번 실수 했으면 됐다.
동주 : 결혼 쪽으론 제대로 살기 틀린 놈 같은데 저질러 보자.
수혁 : 동주야.
동주 : 그래서 사람은 첫 번째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건가보다.
수혁 : 그럼 이번 결혼이 최악이 될 거다.
동주 : (보고) 최악은 진차연이었지.
수혁 : 차연씨보단 서유경이가 더 최악이야.
동주 : 그래도 걘 나 좋다고 하잖냐?
수혁 : (깊은 시선으로 보는)
S#20. 씬. 옥탑방.(낮)
호태, 양복 입고 거울 앞에 서있는. 대통, 전화중. 열심히 메모 하면서.
대통 : 네, 네, 고마워요, 형. 제가 키우는 애 잘 되면 인사 제대로 한번 할게요.
호태 : (차연을 돌아보고) 네가 키우는 애냐?
차연 : (넥타이 고쳐주면서) 그렇겠지 뭐.
두리 : 아저씨 브래드 피트 같다.
호태 : 자식, 넌 인간성 하난 진짜 타고난 놈이다.
두리 : (웃고)
차연 : 뭐 이런 걸 데모 테잎이라고 가져 왔냐고 비웃지들 않을까?
호태 : 그렇다고 돈 주고 녹음한 걸 썩히냐?
대통 : (전화 끊고 메모지 주면서) 여기가 대형 기획사들이래. 요 아래 요긴 새로 생긴 덴데 자금이며 파워며 아주 괜찮대.
호태 : (주머니에 챙겨 넣는)
대통 : 동생이 봐도 난 인맥이 너무 무궁무진 하지 않아?
호태 : 그 인맥에서 나만 빠졌어도 얼마나 좋았겠어요.
대통 : 동생 지금 와서 그러면 안 되지. 나 없었어봐. 우리가 이런 큰일을 도모할 수 없지.
호태 : 이따 가게서 보자.
차연 : 상대 안해주면 그냥 와. 괜히 사람 꼴만 우습게 되지 말고.
대통 : 누난, 동생 꼴 더 망가질 것도 없잖아요?
호태 : (노려보는)
대통 : 수고해, 동생.
S#21. 씬. 기획사 사무실.(낮)
호태, 직원에게 사정하고 있는. 정신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무실 분위기.
호태 : 진차연이라고, 진짜 실력있는 신인가숩니다.
직원 : (관심 없이 바쁘게 일하면서) 거기 프로필하고 두고 가세요.
호태 : 프....뭐요?
직원 : (보고) 프로필 몰라요? 프로필?
호태 : 제가 아직 전문 용어는 좀.....
S#22. 씬. 기획사 사무실 2.(낮)
바쁘게 일하는 직원들. 호태, 누구를 붙잡고 말 해야 하나 난감한.
호태 : (남자 직원 붙잡고) 저기 신인 가수 데모 테잎 하나 가져왔는데....
남자 : 수위 아저씨들 뭐하는 거야. 잡상인 출입 시키지 말라니까.
호태 : 저 뭐 팔러 온 게 아니구요.
그 틈에 남자는 가버리고, 여직원(경리로 보이는) 복사해가지고 돌아서면.
호태 : 저, 신인 가수 데모 테잎 하나.....
여직원 : 아, 또 걸렸네, (복사 용지 꺼내고)
호태 : 제, 제가 도와드릴게요. (얼른 다가서서, 기계 만지면. 기계 요란한 소리 내면서 복사 용지 마구 쏟아내는)
여직원 : 뭐하시는 거예요?
S#23. 씬. 빌딩 로비.(낮)
호태, 수위와 실갱이 하고 있는.
수위 : 나이브 엔터테인먼트가 8층에 있는 건 맞는데, 거긴 직원들 외엔 엄격하게 출입이 제한된다니까 그러네, 이양반이.
호태 : 아저씨, 아저씨. 이 테잎만 전해주면 되거든요. 저 물건 팔고 그러는 사람 절대 아니거든요. 제가요, 신인 가수 매니전데요.
수위 : 신인 가수 누구요?
호태 : 진차연이라고. 제 2의 주현미라고 기대를 받는 신인인데.....
수위 : 그런 이름은 듣도 보고 못했네. 아, 귀찮게 하지 말고 가요. 가.
호태 : 아저씨, 아저씨. 한국 연예 발전을 위해서 일익을 담당 하신다는 사명감을 가지시고....
수위 : 나 그런 사명감 갖기 싫으니까....
승혜, 김비서 걸어오는.
수위 : (경례하는)
승혜 : (목례하고 걸어가는데)
호태 : (수위 아저씨에게 사정 하느라 바빠서 승혜를 보지도 못한다) 아저씨, 갑자기 무슨 경례는....
승혜 : (걸어가다가 호태를 보고)
호태 : (수위 아저씨에게 매달리며 사정하는)
수위 : (손사레 치는)
승혜, 김비서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S#24.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김비서 들어오는.
김비서 : 이안, C.F 계약건으로 6시에 박실장하고 약속 잡혀 있습니다.
승혜 : 알았어요.
김비서 : 영화 투자 보고서는 지금 마무리 중입니다.
승혜 : 네.
김비서 : 그럼. (나가려고 하면)
승혜 : 김비서님?
김비서 : 네?
승혜 : 로비에 사람 하나 내려보내세요.
김비서 : 네? (의아하게 보는)
S#25. 씬. 나이트 클럽 대기실.(낮)
차연, 청소하고 있는. 대통, 서있는.
대통 : 무슨 가수가 청소까지 하신다고 이러세요? 누난?
차연 : 알아서 기는 거죠 뭐.
대통 : 아, 누난 인생 너무 비참하게 살려는 경향이 있으시더라.
차연 : 나중에 노래로 잘려도 청소 잘하는 걸로 눌러앉게 될지 알아요.
호태, 의기양양하게 들어오는.
대통 : 아, 동생? 어떻게 됐어?
호태 : 어떻게 되긴, 잘 됐지.
차연 : (설마 하는 느낌으로) 정말이야?
호태 : 내가 워낙 사람들한테 호감을 받는 스타일이잖냐. 내가 여차 여차 저차 저차해서
신인 가수 하나 키우는 매니저 이호태다 하면서 테잎 싹 돌리고 왔지.
차연 : 그냥 던지고 도망 나온 건 아니구?
호태 : 얘는. 사람 너무 띠엄띠엄 보더라. 야, 내가 얼마나 강한 인상을 줬으면 붐업 엔터테이먼트라는 데선....
대통 : 요즘 새로 생겼다는데?
호태 : 거기선 로비로 직원까지 내려보내서,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묻더라.
차연 : (이상하게 보면서) 네가 얼마나 소란을 피웠으면 그랬겠냐?
호태 : 아, 얘 사람 진짜 못 믿네. 여기, 여기 명함까지 받아왔잖냐. 연락 주겠다고 했다니까 그런다.
네 노래는 들어보기도 전에 나한테 호감을 보이더라니까. 역시 인간은 좀 생기고 봐야 하는 거야.
S#26.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듣고 있는. 차연의 노래 소리.
호태E : 거기선 울컥하는 느낌으로....
대통E : 잡음 들어간다니까.
호태E : 작게 말했는데.
대통E : 사장님, 여긴 편집 좀 해주세요.
그런 잡음을 깔고 차연의 노래가 들려오는.
승혜 :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김비서 들어오는.
김비서 : 이사님 약속 시간 됐습니다.
승혜 : 어때요? 이 노래?
김비서 : 고속도로 같은데서 파는 테입 아닌가요?
승혜 : 노래 잘하죠?
김비서 : 아, 아까 그럼.....미스터김이 받아온 테잎이....
승혜 : 내가 듣기엔 괜찮은 거 같은데.
김비서 : 메들리 테잎 만드는 작은 사무실에 넘겨주시는 게 어떨까요?
승혜 : 우리 회사에선 안 되나요?
김비서 : 이사님.
S#27. 씬. 대기실.
한쪽 구석에서 주경, 차연 의상 쟈크 잠궈주는. 가수들에게 김밥 팔고 있는 호태.
호태 : (상철에게 물 주면서) 아, 프로필이라는 게 사진하고 자기소개서.... 그럼 그냥 그렇다고 하지.
상철 : 왜, 차연씨 정식으로 데뷔 시키게요?
호태 : 그냥 좀.....노느니 장독 깬다고 한번 알아나 볼까 해서요.
상철 : 이 바닥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데.
여가수 : 요즘은 노래방에서 녹음한 테잎 들고 판 내겠다고 하는 인간들도 있드라니까.
상철 : 설마요.
여가수 : 우리 동네 아저씨 하나 그런 사람 있어.
호태 : (입맛 다시면서) 그렇게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사람도 있나보네. (상철에게) 형님 껀 내가 특별히 소세지 두 개 넣었는데....
상철 : 나 나이 많지 않은데. 내가 컨셉을 꽃미남 트로트 가수로 잡고 있으니까 형님이라고 부르면 곤란한데.
호태 : 아, 네.
주경 : (차연 훑어보면서) 내가 옛날에 입던 거라서 얼추 맞네. 기장만 줄이면 되겠다.
차연 : 고마워서 어떡해요?
주경 : 내가 한번 신세졌잖아요. 안 입는 거니까 줄여서 입어요.
차연 :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이따가 식초물 제대로 타다 드릴게요. 감식초루다.
S#28. 씬. 나이트 클럽 앞.(밤)
웨이터 1과 얘기하고 있는 대통.
웨이터 : (디지털 카메라 내밀면서) 이거 함부로 빌려주고 그러면 정말 안되는데....
대통 : 아, 얘는, 내가 이거 씹어먹겠니?
웨이터 : 정말 조심해서 써야 해요. 물 들어가면 절대 안 되고.
대통 : 얘는 내가 이거 들고 목욕탕 가서 누드 찍을까봐.
웨이터 : 딱 하루만이예요.
대통 : 알았다, 알았어, 지배인이 찾겠다 들어 좀 가라.
웨이터 : (못미더운 표정으로 들어가면. 호태 걸어오는)
호태 : 처음부터 알아봤다니까 내가.
대통 : 왜?
호태 : 난 대리 기사 비 깎자는 인간들이 제일 싫어.
대통 : 걔 또 그러디?
호태 : 아니 즈네 집 앞까지 차가 안 들어가는 게 내 탓인가. 집 앞까지 걸어가야 하니까 깎자는 게 말이야 뭐야.
대통 : 원래 그렇게 쪼잔한 애들이 있다. 야, 빌렸다, 카메라.
호태 : 몇 만 화손대요?
대통 : 뭐?
S#29. 씬. 옥상.(낮)
차연, 의상 입고 포즈 잡고 서있는. 호태, 카메라 들고 있고, 대통, 두리 그 옆에.
호태 : 머리 좀 어떻게 해봐라.
대통 : (얼른 다가가서 머리 만져주는) 이래서 코디가 하나 있어야 하는 건데....
호태 : 볼터치 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차연 : 아, 그냥 좀 찍자.
호태 : 너 잘못 보면 필리핀 쪽으로 본단 말야. 필리핀에서 위장 결혼하러 왔다가 눌러앉은 아줌마로....
차연 : (버럭) 그냥 좀 찍자구.
호태 : 입술 좀 이렇게 섹시하게 내밀 수 없냐.
차연 : 나 안하는 수가 있다.
호태 : 너 무슨 증명사진 찍냐? 포즈 좀 제대로 취해줘 봐라.
S#30.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김비서, 실장, 여직원 앉아있는. 차연의 노래 카세트에서 흘러나오고.
승혜, 세 사람 보면, 난감한 표정들이다.
승혜 : 형편없는 수준인가요? 전문가들이시니까 솔직히 말씀들을 해보세요.
실장 :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노래 실력은 차후의 문젭니다.
그거야 보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문제는 트로트 자체가 돈이 안 된다는 거죠.
승혜 : (미소 짓고) 수익성이 없다.....
실장 : 막말로 트로트가 몇 장이나 나가겠습니까? 그렇다고 C.F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트로트 가수들 주 수입원이 행사인 거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여직원 : 또 우리 회사 이미지에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되구요.
실장 : 이런 판 잘못 냈다간 그동안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인식 시켜온 회사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김비서 : (승혜에게) 결정을 하신 건 아니시죠?
승혜 : (미소 짓는)
S#31. 씬. 동주의 사무실.(낮)
동주, 일하고 있으면, 수혁 들어오는.
수혁 : 대진에서 연락 왔다.
동주 : (보면)
수혁 : (미소 지으며) 오늘 저녁에 만나서 계약서 쓰잔다.
동주 : (미소 짓는)
수혁 : 조금 있다가 계약서 사본 보내올 거구.
동주 : (끄덕이는)
S#32.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창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판에서 처음 만났던 차연의 모습, 호텔방에서 승혜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던 차연의 모습 등등이 스쳐지나가고.
승혜 : ......
김비서, 들어오는.
승혜 : (돌아서는)
김비서 : (어두운 표정으로) 대진에서 통보 왔습니다.
승혜 : (보면)
김비서 : 우리 기획안엔 투자 하지 않겠답니다.
승혜 : D.S쪽으론 넘어간 건가요?
김비서 : 아무래도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승혜 : 예상 못했던 일은 아니예요.
김비서 : 그럼 질 줄 아시고?
승혜 : 내가 덤벼들었다는 거 알면 전력투구 할테니까요. 적수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것도 싸움의 방법 아니겠어요?
김비서 : 그럼?
승혜 : 이겼다고 생각하고 적을 우습게 보게 만드는 것도 역시 싸움의 또 다른 방법이구요.
(미소 지으며) 화성에 연락해서 박감독하고 이사장님 같이 만나자고 약속 잡아주세요.
김비서 : (미소 지으며) 처음부터 이번 기획안은 버리실 생각이셨군요?
승혜 : (미소 지으며) 야비한 건가요?
김비서 : 제가 제자를 너무 잘 가르친 거 같네요.
승혜 : (웃는) 선생님한테 듣던 중 제일 황송한 칭찬이네요.
S#33. 씬. 병원 전경.(낮)
S#34. 씬. 병실. (낮)
동현, 들어오면, 날라오는 초밥 도시락.
동현 : (놀라서 몸을 피하는)
유선 : (당황해서 어쩔 모르며) 할머니?
할머니 : 왜 친한 척 하고 지랄이야.
유선 : 할머니 전 그냥.....
할머니 : 내가 못본 줄 알어? 냄새난다고 눈살을 요렇게 모로 꼬는 거 내가 못 본 줄 알어?
유선 : 할머니 제가 언제요?
할머니 : 이년아, 내가 아무리 노망을 들었어도 눈치가 백단이여.
동현 : 무슨 일이야?
유선 : 난 할머님 생각해서 초밥을 사다드린 건데 저렇게 역정을 내시잖아.
할머니 : 나 생각해서? 이년아, 너 저 놈한테 맘 있지? 그래서 나한테 알랑방귀 뀌러 온 거잖여?
동현 : 할머니, 그게 아니구요. 말씀 드렸잖아요? 얘가 제 친군데요.....
할머니 : 하여간 이년이나 저년이나 다들 똑같어. 이년들아, 진가년은 안그랬어. 내가 똥을 싸든 오줌을 싸든,
아이고 우리 할머니 싸셨네 그러면서 눈살 한번 안찌푸리고 에미가 새끼 씻기듯이 그랬단 말여. 우리 진가년이.
내가 싫어 죽겠으면서 아닌 척 겉으로만 헤실 거리는 거 내가 딱 보면 탁 알아 먹는 사람이여.
동현 : (웃으며) 와, 우리 할머니, 눈치 정말 빠르시다.
유선 : (흘겨보는)
S#35. 씬. 병원 복도.(낮)
동현, 유선 걸어오는.
유선 : 어떻게 사람 마음을 저렇게 몰라주시니. 난 정말....
동현 : (앞만 보면서) 너 노인 환자분들한테 쌀쌀 맞은 건 사실이잖냐?
유선 : 넌 사람을 어떻게 보고?
동현 : 708호 알츠로 입원하신 할아버지가 왜 너만 들어가면 자는 척하시는지 정말 모르냐?
유선 : (싸늘해지고) 그....그거야, 내가 워낙 냄새에 예민해서......
동현 : 좋은 의사 되고 싶으면 그 예민한 코부터 해결해라.
인서, 뛰어와서 동현의 목을 팔로 확 잡아채는.
인서 : 니들 내 욕했지?
동현 : 아니 다행이다.
유선 : (싸늘해져서 걸어가는)
인서 : 쟤 왜 저러냐?
동현 : (무시하고 걸어가려고 하면)
인서 : 참, 너 은우씨 근황 아냐?
동현 : (보는)
인서 : 내가 최정민 선생님하고 같은 동네 살잖냐?
동현 : .....
S#36. 씬. 병원 일각.(낮)
동현, 벤취에 앉아있는. 은우와의 몽탸쥬씬 이어지고, 그 위로.
인서E : 편의점에서 일하드라구. 경계성 장애가 그런 일 해도 되나 몰라. 최정민 선생님이 적응 훈련시키려고 그러신 건가.
S#37. 씬. 정민의 집 앞.(밤)
정민, 쟁반에 접시 보자기로 덮어서 들고 나오는. 풍수의 집으로 들어가서 인터폰 누르는.
정민 : (여러번 누르는)
한참만에 문이 삐쭉 열리는. 풍수, 초췌한 표정으로.
풍수 : 왜?
정민 : 댁 좋아하는 부추전 했는데, 좀 먹어보라구.
풍수 : (보고)
정민 : 감동했지?
풍수 : .....
정민 : 천하에 최정민이가 박풍수 먹이자고 부추전까지 해서 대령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싶지?
풍수 : .....
정민 : 어울리지 않게 까불면 좀 웃어줘야 하는 거 아냐?
풍수 : ......
S#38. 씬. 동네 공원 일각.(밤)
풍수, 정민 산책하는 느낌으로 걸어와서 앉는.
정민 : 그러지 마. 외과의가 수술실에서 환자 잘못 될 때마다 그러면 그거 문제 있는 거야.
풍수 : 우리 형.....
정민 : (보면)
풍수 : 지지라도 가난한 깡촌에서 맏아들로 태어나 정말 고생도 무지하게 했다.
정민 : 왜 또 그 얘긴.....
풍수 : 7남매 맏이로 태어나서 능력없는 부모님 대신해서 동생들 굶기지 않으려고 15살 때부터 공장에 들어가 새우잠 자면서
돈 번 사람이야.
정민 : (측은하게 보는)
풍수 : 다른 형제들보다 그나마 머리가 좀 나아보이는 나 대학 공부 시키겠다고 버스비까지 아껴가며 뒷바라지 해줬다.
의대 들어가기엔 역부족인 동생놈 어떻게든 의사 만들어보겠다구....
정민 : .....
풍수 : 나 의대 합격하던 날, 우리 형 진짜 좋아했는데..... 술도 못먹는 사람이 술 먹고 동네가 떠나가라고 소리 소리 지르면서
우리 막내가 의대 들어갔습니다....우리 막내가.....(울먹해지는)
정민 : .....
풍수 : 겨우 들어간 의대에서 허구헌날 유급 당하는 동생놈이 뭐가 그리 자랑스럽다고, 뒷바라지를 못해줘서 졸업을 못하는 거라구
사람들 한테 변명까지 해줘가면서..... 내가 그렇게 모자란 놈만 아니었어도 우리 형 그렇게 허망하게 죽지는 않았을 거다.
정민 : 왜 그래? 그거 당신 탓 아니잖아.
풍수 : 내 마지막 등록금 대자고, 위가 다 썩어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아니, 알았겠지,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드라.
사람이 참아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을 거라구. 그런데 우리 형 끝까지 난 괜찮다, 난 괜찮다, 그러드라.
정민 : (애잔하게 보는)
풍수 : 우리 형 쓰러지고 딱 사흘만에 세상 떠났다. 그때 너도 봤지, 우리 형 몸도 못가누면서도 의대 친구 왔다고 일어나 앉아서
너한테 어려운 공부 하는 분이 여기까지 올 틈이 어디 있냐구 인사하던 거....
정민 : (끄덕이며) 참 순박하신 분이었어.
풍수 : 우리 형....정신 놓기 전에 내 손 잡고 그랬다. 니가 지금 의사선생님이 됐으면 나 살려냈을텐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정민 : (풍수의 손에 자신을 손을 얹는)
풍수 : 정민아?
정민 : .....
풍수 : 나 말이다. 수술실에 들어갈 때마다 얼마나 겁나는 줄 아냐? 그거 숨기려고 노래 틀어라, 춤추자 온갖 주접을 다 떠는 거....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환자가 꼭 우리 형 같아서..... 내가 정말 살려낼 수 있을까.....겁이 나서....
정민 : 당신 잘하고 있어. 당신 최고의 외과의야. 그거 세상 사람들이 다 인정하는 거야.
풍수 : 나같이 머리 나쁜 놈이 의사하겠다고 껍쩍대다가 형까지 그렇게 허망하게 죽이고.....
정민 : 당신 형님 세상을 위해서 큰 일 하신 거야. 당신같은 의사 흔치 않아. 당신이 왜 최고 외과읜 줄 알아?
당신처럼 잃은 환자 때문에 아파하는 의사는 없으니까.
풍수 : (고개를 푹 숙이고 울고 있는)
정민 : 그거 인정하니까 나같은 꼬챙이가 당신 옆에 붙어있는 거야. (애잔하게 보면서 풍수의 어깨를 감싸는)
S#39. 씬. 나이트 클럽.(밤)
차연,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고, 대통, 손님 맞고 있는. 여자 손님1,2,3.
대통 : 어서오세요, 언니들. 부킹의 제왕 다니엘 헤니입니다.
손님1 : 다니엘 헤니치곤 너무 삭았다.
대통, 손님들 좌석으로 안내하고. 호태, 들어와서 차연이 노래하는 거 보는.
호태 : (손짓으로 동작을 크게 하라고)
차연 : (마지못해 끄덕이면서 동작을 크게 하는)
호태 : (손으로 오,케이 사인 보내고)
형호 일행 들어오는. 형호와 검정 양복 1,2,3 예의 바르게 형호 뒤에서 따라가고.
지배인 놀라서 뛰어오는.
지배인 : 아이고, 나오셨습니까? (깍듯하게 인사하는)
형호 : (무시하고 걸어가면)
지배인 : V.I.P 룸으로....
형호 : (무대에서 노래하는 차연을 보는)
지배인 : (차연 보고) 대타로 노래하는 앱니다.
형호 : (걸어가서 앉는)
지배인 : (당황해서) 룸으로 들어가시지 않고....
형호 : (의자에 팔 걸치고 노래하는 차연을 보는)
검정 양복 1,2,3. 형호 옆에 둘러 서있는.
형호 : 니들도 앉아라.
검정 : 아닙니다, 형님.
형호 : 앉아.
검정 : 네. (1,2,3 얼른 앉고)
형호 : (노래하는 차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대통 : (지배인에게) 뭐하시는 분인데요?
지배인 : (딱하게 보면서) 보면 몰라.
형호 : (차연을 보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