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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탁계유감(濁溪有感)
계곡에 봄 흐르니 시신도 관(棺)을 열고
부스럼 돋은 청산 딱지가 더덕더덕
금보다 귀한 산천에 녹수(綠水) 대신 고름이
* 청계산(淸溪山 658m) 경기 양평, 한강기맥. 산자락에 공원묘지가 있어 이름이 무색해진 산이다. 정상에 소나무 한 그루가 이정표 구실을 한다. 전에는 접근이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국수(菊秀)역 까지 가는 전철이 생겨 등산이 한결 쉬워졌다.
* 일촌산하일촌금(一寸山河一寸金); 한 치의 산하는 한 치의 금만큼 귀중함.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545(402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2. 옥산(玉山)의 가르침
귀여운 노루귀꽃 미풍에 살랑살랑
티 없는 저 백옥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군자의 두 째 락(樂)부터 이 산에서 배워라
*옥산(玉山 578m) 경기 양평, 한강기맥. 산세가 부드럽고 접근이 쉬워(한화콘도휴양지 등) 가족산행지로 적합하다. 초봄 일찍 피는 새하얀 노루귀꽃은 백옥보다 더 희고 앙증맞아, 따고 싶은 충동이 인다.
* 여옥기인(如玉其人); 옥과 같은 사람이란 뜻으로, ‘흠이 없는 완벽한 사람’을 이름.
* 앙천불괴(仰天不愧); 하늘을 우러러보아 부끄러움이 없음. 맹자의 군자삼락(君子三樂)중 제2락에 나오는 말(仰不愧於天-앙불괴어천)인데, 고 윤동주(尹東柱) 시인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의 시에 인용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428(326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3. 어머니 산
벚꽃비 내린 고찰 대바람 소쇄(瀟灑)한데
전설이 녹아 흐른 눌연(訥然)계곡 젖물 달다
탯줄을 강에 줘버린 어머니의 큰 자궁
* 모악산(母岳山 794m); 전북 완주 김제, 노령산맥 끝자락으로 도립공원이다. 어미가 아이를 안은 모양의 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산 전체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다. 서쪽에 벚꽃으로 이름난 금산사(金山寺)와, 굴곡이 심해 더듬거리듯 흐르는 눌연계곡이 있다. ‘모악춘경(母岳春景)’은 호남4경에 든다. 등산로 왼편에 김일성의 조부(전주 김씨)묘가 있다. 숱한 재해를 겪은 김제평야의 젖줄이다.
* 시인 고은(高恩)은 “내 고장 모악산은 산이 아니외다! 어머니외다!”-(이하 략)라고 읊었다.(시비)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191(175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4. 약사일몰(藥師日沒)
삼족오(三足烏) 내려앉자 햇무리 흩어지고
약사불(藥師佛) 인중(人中) 위로 분다리(芬陀利) 터질 제에
바위는 중생을 향해 시무외인(施無畏印) 맺나니
* 금오산(金烏山 976m); 경북 구미, 칠곡, 김천. 도립공원 제1호(1970. 6. 1지정)의 명산이자, 영남8경의 하나로 자연보호운동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주봉인 현월봉(懸月峰)을 비롯해 약사봉(958m) 등 노출된 화강암이 독특하며, 능선은 와불형국을 이루고 있다. 약사봉은 수인(手印)을 맺은 부처가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위엄 있는 형상인데, 일몰이 좋다. 밑 암자에는 고 박정희 대통령 내외분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2001. 5. 10 ISO로부터 한국최초로 환경관리분야 국제표준인증 ISO 14001호도 획득했다.
* 시무외인; 중생을 두려움에서 떠나게 하며, 고뇌를 제거시켜주는 대자비(大慈悲)를 표현한 모습.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위로 뻗치고, 손바닥을 밖으로 하여 어깨높이까지 올리고 있는 모양(돈관 지음 불교를 알고 싶어요 184면).
* 인중; 코 밑에서 윗입술까지 오목한 부분으로 급소이다.(兌端-태단)
* 분다리(芬陀利); 범어에서 음역, 활짝 핀 백련화(白蓮花)를 이름, 아직 피지 않은 것을 굴마라(屈摩羅), 바야흐르 지려하는 것을 가마라(迦摩羅)라 이른다.
* 구미(龜尾)는 故 박 대통령의 고향으로, 금오산의 정기를 받았다고 한다. 산 정상부 수신용 철탑은 그 분이 서거할 당시 “머리에 맞은 총탄에 비유 된다”는 모 유지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싸하게 보인다. 방위에 따라 ‘고릴라’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각설). 필자는 지방기관장(국민은행 구미지점장(1995.2~1997.1월) 재직시절, 이산을 108번 오르려고 결심했으나, 결국 48번 밖에 오르지 못했다. 지은 시조도 단 한 수 뿐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81번(10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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Аптекарь закат
Когда трехлапая ворона приземлилась, солнечный свет рассеивается.
В день, когда Бундари (芬陀利) прорывается над людьми Будды Медицины (Мастера медицины).
Камень является признаком невежества по отношению ко всем живым существам
* 2024. 7. 3 노어 번역기.
25. 도솔봉 가는 길
자욱길 가시덤불 악취 난 노래기길
역겹고 쓰라려도 내 복(福)으로 여겼다면
어느새 종다리 되어 도솔천에 왔느니
* 도솔봉(兜率峰 416.8m): 전남 해남. 땅끝기맥이 거의 끝나는 지점의 산인데, 잡목이 많아 길 헤쳐가기 힘들다. 인생길을 가다보면 쉬운 길이 있는가 하면, 거북한 길도 만나기 마련!
* 자욱길; 사람의 자취가 별로 없이 나무꾼이나 겨우 다니는 희미한 길(장승욱 지음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 211면).
* 노래기; 향랑(香娘)각시, 마현(馬蚿), 망나니 등으로 부른다. 냄새가 고약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며, 무리지어 있으면 징그럽다. 음력 2월 1일(머슴날)은 대청소를 하여 집안을 깨끗이 하고, 종이에다 ‘향랑각시 속거천리(香娘閣氏速去千里)’라고 써서 부적을 만들어 기둥이나 서까래, 벽 같은 곳에 붙인다. 이는 2월이면 나오기 시작하는 노래기를 없애기 위해서이다.(한국민속대백과사전)
* 종다리; 종달새, 노고지리, 천고자(天告子), 운작(雲雀) 등으로 불리며, 노래기를 즐겨 잡아먹는다.
* 도솔천(兜率天); 욕계6천(欲界六天)중 제4천으로 지족천(知足天)이라 하며, 미래부처인 미륵불이 계시는 곳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1-137(138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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Путь в Досолбонг
Шелковистая дорога, колючие кусты, вонючая дорога сонги.
Хоть это и противно и горько, но если бы я считал это своим благом,
Прежде чем я это осознал, я превратился в колокольчик и прибыл в Досолчхон
* 2024. 8. 21 노어 번역기.
26. 소구니 춘흥(春興)
흥분한 처녀치마 팬티도 벗어내려
봄 꿩은 꺽꺽 울어 까투리를 호린다만
버덩은 춘심(春心)이 동해 사타구니 만지작
* 소구니산(800m); 경기 양평. 한강기맥으로 두루뭉술하게 생긴 버덩 같다. 에이! 엉큼한 산꾼아! 산이 춘심이 동하겠니? 봄이 되니 네가 동하겠지?
* 처녀치마; 성성이치마, 치마풀이 바른 이름이다. 3월경 산 속의 습한 응달에서 총상(總狀)으로 피는데, 겨울에도 마르지 않아 잎은 보이지 않고 바로 꽃대가 올라와 흡사 치마를 내려 하반신을 노출시킨 것처럼 보여, 한참 주시하면 성적 충동이 일어난다.
* 버덩; 좀 높고 평평하며 나무는 없이 풀만 우거진 거친 들(어학사전).
* 춘치자명(春雉自鳴); 봄 꿩이 스스로 운다는 뜻으로, ‘제 허물을 제 스스로 드러냄으로써 남이 알아봄’을 비유하여 이름.
* 허물은 숨겨가면서 자기 스스로 고쳐나가야지, 남이 모르고 있는 것조차 일부러 드러내어 촉 잡힐 이유가 없지 않을까?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山詠) 1-361(285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7. 빗길의 암릉
물먹은 바윗길은 묘음(妙音)도 환청(幻聽)으로
무염녀(無鹽女)와 동침하듯 번뇌덩이 안고 도니
내숭 떤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 미소 띤 채 볼그레
* 보해산(普海山 911,7m) 경남 거창. 일명 상대산(上大山)이다. 6개의 암봉으로 구성되었다. 송이채취장이 가까이 있어 유념해야 한다. 이 산과 835봉 사이 암릉길(빗길 조심) 바위가 좋으며, 밑으로 천 길 낭떠러지가 도사린다. 혹시 관음이 계시는 남해 보타낙가산(普陀洛迦山)일지도 몰라...
* 무염녀; 얼굴이 못 생긴 여자, 즉 추부(醜婦). 제 선왕(宣王)의 정사(政事)를 잘 내조(內助)한 정실부인 종리 춘(鍾離春)이 박색(薄色)으로, 무염읍(無鹽邑) 사람인데서 온 말이다.
*묘음=환청=무염녀=번뇌덩이=관자재=바위는 동체이상(同體異相)이니, 모두 내 마음의 작용 아닐까?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254(215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8. 해신의 분노
-땅끝기맥 종주를 마치고
맛없다 투덜대자 남해로 빠져죽은
풋내기 능욕(凌辱)하곤 난 모르쇠 입 닦았지
해신은 포크를 쥔 채 뚫어지게 노려봐
* 땅끝기맥 최종구간; 호남정맥 바람재에서 시작해, 함몰지점인 남해 땅끝마을 사자봉까지 약 117.7km의 마루금을 말한다. 토말기맥(土末岐脈) 또는 영산남기맥으로도 불러 아직 통일된 공식용어는 없으나, 우리는 종주 동반자인 고(故) 안경호 선생과 협의해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서울과 매우 떨어져 교통이 불편한데다, 아직 길이 잘 나있지 않아 무척 애를 먹었다. 남도의 풍광(남해 조망)과 먹을거리(맛)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그런대로 좋았다. 나는 그 길을 ‘앙탈부리는 풋내기’로 별명을 지었다.
* 해신; 포세이돈(Poseidon), 영어로 넵튠(Neptune), 주 무기는 삼지창(三枝槍-포크의 속된 말)이다.
*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은 뇌물을 받아먹고도 둘러대는 요령은 모두 가관이다. 끝까지 난 모르쇠로 똥배짱 부리는 이도 있고.. 대가성이 있니, 없니? 업무와 관계가 있니, 없니? 직접 받았니, 안 받았니? 등등. 증거는 속일 수 있어도, 양심만은 속이지 못하겠지?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157(152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9. 산색제일(山色第一)
개별꽃 폈다지만 으뜸 산 아니라오
꼬리친 노랑제비 실능선은 왈츠 춤을
망우초(忘憂草) 폭죽놀이에 얼이 빠진 멧부리
* 폭산(1,004m); 경기 양평. 일명 문례봉(文禮峰) 또는 천사봉(天使峰)으로 한강기맥이자, 장락지맥(長樂支脈)의 분기점이다. 십인지상(十人之上)의 미인은 아니어도, 오인지상(五人之上)의 미인 쯤 되는 산이다. 출입이 뜸해 산도 산이려니와, 군집을 이룬 노랑제비꽃무리 등 초화가 좋다.
* 개별꽃; ‘귀여움’의 뜻을 지닌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글자그대로 귀여우면서도,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새하얗게 무리지어 피면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아름답다.
* 망우초; 우리말 ‘원추리’로, 백합과의 다년생 초본. 훤초(萱草), 지인삼(地人蔘), 익남초(益男草) 등 여러 이명이 있다. 꽃도 좋지만 입과 뿌리를 식용 내지 약용할 수 있다. ‘근심을 잊는 풀’ 이란 뜻.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587(428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30. 정욕(情欲) 잡은 달
진달래 내려앉은 연못에 꽃불 일고
광화사(狂畵師) 붓끝인양 억새의 삼바 춤에
갈고리 초승달 홀로 정욕 불길 잡누나
* 화왕산(火旺山 757m); 경남 창녕. 동쪽을 제외한 대부분이 급경사를 이루며, 둘레 약 2.7km의 석축산성(사적 제64호)은 임진왜란 때 분전했던 곳이다. 산상 삼지(三池-연못)는 창녕 조(曺)씨 득성비(得姓碑)가 있다. 봄 진달래, 가을 억새로 유명한 이 산은 글자그대로 불기운이 왕성한 산이다.
* 갈고리 초승달; 등려군(鄧麗君)의 독상서루(獨上西樓) 노래가사 제2구 월여구(月如鉤)에서 차운하다. 다산 정약용의 산거잡영(山居雜詠 2-8) 제1구에도 보인다. 一鉤新月始生西(일구신월시생서) 갈고리 초승달이 서편에 막 걸리자. [출처] 水鐘寺 選佛場의 주련내용은 초의선사님의 시|작성자 청언reform.
* 우포늪;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 남부.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늪이다. 전체면적은 70만 평 정도며, 1m가 안 되는 깊이의 밑바닥은 오랜 세월에 걸쳐 가라앉은 부식질이 두껍게 쌓여 독특한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누구택’과,〈대동여지도〉의 ‘누포’의 위치가 거의 일치한다. 왜정시대에 우포라는 지명이 사용되었고, 1933년 천연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되었다. 1997년 7월 26일 생태계보전지역 중, 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1998년 3월 2일에는 국제협약인 ‘람사’협약에 등록하고, 보존습지로 지정되었다.(다음 백과사전)
* 졸저 『逍遙』 정격 단시조집(10) 송 1-123(140면) ‘창녕 우포늪’ 시조 참조. 2022. 4. 18 도서출판 수서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616(449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1. 마야 부인의 두통
건듯 분 앞바람에 법음(法音)이 실려오고
반쯤 핀 바위연꽃 아기 세존(世尊) 안았다만
불모(佛母)님 백회혈(百會穴)에는 삼릉침(三稜針)이 꽂혔네
* 불모산(佛母山 802m); 경남 진해 창원 김해. 암석으로 이루어진 제법 아름다운 산인데, 하필 정수리에 거대한 철제시설물(중계소)이 들어서 유감이다. 창원 쪽 자락에 성주사(聖住寺-곰절)가 있다.
* 화반개(花半開) 주미취(酒微醉);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아름답고, 술은 조금만 취함이 더 좋다. 절제의 미를 칭송한다. 부처의 자비스런 눈도 절묘한 반안(半眼-반개)이다.
* 삼릉침; 침을 놓을 때 쓰는 세모진 침, 사혈(瀉血)하거나 악혈(惡血)을 빼낼 때 씀.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281(232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2. 황홀한 여근곡(女根谷)
가랑이 벌린 채로 하늘을 꽉 껴안은
곡신(谷神)의 깊은 음문(陰門) 비취보다 더 고와요
신음이 오고간 뒤에 팔랑거린 떡갈잎
* 사룡산(四龍山 680m); 경북 경주, 영천. 낙동정맥이자 비슬지맥 분기점이다. 용 네 마리가 승천하는 형국이다. TV에 소개된 생식마을이 중턱에 있다. 실제 여근곡은 동쪽 경주시 건천읍 오봉산(685m, 일명 주사산-가보지 못함)이 품고 있으나, 진면목은 이 산에서 볼 수 있다. 앞마을에는 음기를 상징하는 저수지, 호수 등이 많다. 소위 풍수학에서 비보(裨補)라 여기는, 잘 생긴 남근석이 생식마을 입구에 있다.
* 용번(龍飜); 성교시 앙와법(仰臥法). 대중적인 표준위로 여성은 바르게 위를 보고 눕고 남성은 그 위에 엎드리는데, 여성의 두 다리 사이에 자리 잡도록 함으로써 가랑이가 가려지는 자세.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296(24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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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 선생님! 무탈 하시지요?! 새해에도 건강 하시길요!
반갑습니다. 근하신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