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과 김효주는 4년차 선후배 사이지만 소문난 '절친'이다.>
“키도 작은 것이 어디서!”, “언니 자꾸 그러면 비밀 다 폭로 할거야!”
이정민(KT)과 김효주(대원외고2). 두 선수는 둘도 없는 선, 후배이자 때로는 친한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다. 이 둘은 둘만 공유하는 비밀이 많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말 할 수 없는 둘만의 얘기들이다.
이정민과 김효주는 제주 스카이힐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이틀 동안 함께 플레이했다.
1라운드에서 사이 좋게 공동 선두에 올랐지만 2,3라운드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김효주는 2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3라운드에 1타를 잃었지만 중간합계 10언더파로 사흘 연속 선두를 유지했다. 반면 이정민은 2라운드에서 1타를 잃은데 이어 3라운드에서는 6타를 잃고 중간 합계 2오버파로 공동 15위까지 미끄러졌다.
하지만 둘 사이에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함께 18홀을 돌면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잘 나가던 김효주가 13번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하자 이정민이 다가가 어깨 동무를 하며 “괜찮다”며 다독였다.
경기 후에는 반대가 됐다. 6타를 잃은 이정민이 시무룩해하자 김효주가 “수고하셨소”라며 언니를 위로했다. 김효주의 한 마디에 이정민은 “이게 어디서!”라며 다시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롯데마트 여자오픈 3라운드 경기를 동반 라운드한 이정민과 김효주가 경기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효주는 “같이 라운드를 하면 너무 편하다. 아직 아마추어 신분이라 선배들과 경기 하는 게 조심스러울 때도 있지만 정민 언니는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 준다”며 “가끔 어느 쪽 라이를 봤는지 묻기도 하고 일상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너무 많은 건 묻지 말아 달라. 우리에겐 비밀이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두 선수는 2007년 처음 만났다. 전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한연희 감독 밑에서 함께 지도를 받게 된 것이 인연이 됐다. 이정민은 “처음에 효주를 봤을 땐 키도 조그맣고 까무잡잡해서 많이 놀렸다. 그렇게 장난치며 친해질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후 둘은 경기 때마다 자주 만나며 친분을 유지했다.
김효주는 “위계질서가 뚜렷한 골프 선수들 사이에서 4살이나 차이 나는 선배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정민 언니는 내게 늘 말을 놓으라고 말한다”며 “편안한 언니가 있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이정민과 김효주는 올 시즌 프로와 아마추어 무대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이정민은 지난 해 부상을 딛고 다시 제 기량을 찾고 있다. 특유의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가 되살아 난다면 화려한 시즌을 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효주는 ‘고교생 골퍼’로 매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이다.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 이 대회에 나서 3일 내내 프로 선수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정민은 “효주가 내일 잘 했으면 좋겠고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잘했으면 좋겠다. 금메달을 따면 바로 프로 선수 자격을 얻게 되는데 효주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의 칭찬에 김효주는 “시즌이 끝날 때 마다 대상 시상식을 한다. 올 연말에는 정민 언니가 대상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며 맞받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