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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달력에 나오는 그곳 그성에 오다.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성(디즈니랜드의 상상적 모티브)과
그 협곡에 있는 다리(이름을 기억하는 건 하루 한 곳만)를 걷고
우리 리더 차교수님의 난상강론을 통해 드러나는 열정에 감탄하며 도착한 호텔 stern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꼭 다시 아름다움을 감탄할 좋은사람들과 다시 오고싶다.
이곳 작디작은 마을의 살아 있는 성당을 또한 기억한다.
와이파이죤을 벗어나기에 차교수님 글을 대신 모셔 온다.
차교수님은 생각을 글과 말로 가장 선명하며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엄청난 달란트가 있는 분이셔 존경을 담아 옮긴다.
*사라진 알프스의 나라 티롤(Tirol)
노자의 소국과민 사상을 공동체의 이상 모델로 궁리해오던 차에 이 나라에 관심이 생겨 리히텐슈타인 가는 길에 우리 코스에 집어넣었다. 알프스 설산으로 둘러싸인 인구 1만여 명의 소도시 Imst에서 하루 묵고 있다. 유럽 역사에 큰 영토를 차지하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제국이 몇 있었는데 고대 로마 제국 이후 이 제국(imperial)의 호칭은 신성로마제국의 합스부르크 왕조가 유일했다. 대영제국은 근대 일본의 식민지 사관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차원에서 만들어낸 사이비 개념이라 한다.
그 제국 아래 마치 황제와 제후 관계처럼 귀족가문이 일정한 영토를 할당받아 다스리던 나라들이 유럽 역사에 등장했다 사라지기도 하고 안도라, 모나코, 산마리노, 리히텐슈타인처럼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기도 한다. 공작이 다스라던 나라를 공국이라 하고 후작이나 백작이 다스리면 후백국이라 하는데 티롤은 이탈리아 북동부와 오스트라아 서부를 아우르는 알프스 중간 산악지대에 걸쳐 후백국 체제로 나라의 명맥을 자그마치 779년이나 이어갔다.
1140년 독일 남부 바이에른 공국에서 분리해 독립적인 나라를 형성한 귀족국가 티롤은 1253년 신성로마제국의 고리치아 백국에 상속되어 통치가문이 바뀌었고 1363년 합스부르크 제국의 왕조에 그 작위가 양도되면서 그 영토의 소속이 또 한 번 바뀌었다. 그러다가 1804년 오스트리아 제국이 세워지면서 정식으로 합스부르크 군주국의 일부로 편입되었고 1867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형성되면서 그 관할하에 또다른 행정 구역으로 재편되었다.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가 1차세계대전에서 패전하자 티롤의 남부 지역은 이탈리아에 쥐트티롤이란 지명으로 양도되면서 오랫동안 준독립국으로 존속하던 이 귀족국가는 남북이 분열돼 해체당하는 비극을 겪었고 지금도 독일계 북부 티롤과 이탈리아계 남부 티롤 사이 분열의 상처가 깊어 갈등의 휴유증이 지속되고 있다.
티롤이란 말은 슬라브어 어원으로는 "농사짓는 이 땅"이란 의미가 있지만 고대 라틴어 어원으로는 "후기 로마의 요새와 여행객을 위한 호스텔"이란 함의를 품고 있다. 알프스 산악지형의 특성상 후자의 어원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다채로운 역사의 변전과 굴곡 속에서도 티롤이란 나라는 고유한 토착언어와 문화 전통을 꾸려왔다. 알프스란 지리적 환경의 장애물을 극복하여 주변의 선진문물을 흡수 통합하였고 그 이점을 활용해 문물 교류와 무역 루트의 점이지대로 기능하면서 독특한 문명사적 역할을 감당해오지 않았을까 싶다.
현지가이드 이 선생은 티롤이란 나라를 삼국시대 가야연맹국에 비유하여 사소하게 여겼지만 779년이란 장구한 세월의 역사가 알프스를 자연 방패 삼아 군사력이나 정치력과 무관하게 독특한 융합적 문화 전통을 만들어낸 내력을 가볍게 볼 수 없겠다. 실제로 가야국도 그리 만만한 나라는 아니었다. 최근 고고학 발굴로 드러난 후기 대가야 체제의 국가 위용은 동으로 신라를 견제하고 서로 백제를 위협할 정도로 막강하여 남원과 장수, 진안까지 그 지배 영역을 확장했던 걸로 밝혀지고 있다.
티롤후백국이 779년 생존해간 알프스 설산의 작은 도시 임스트의 새벽이 밝아온다. 새소리의 여운이 짙어지며 요들송처럼 들린다. 어제 저녁 산책하다 동네 교회에 가서 마당에 빼곡하게 들어선 공동묘지 무덤과 예배당의 소박하고 정갈한 분위기에 감화돼 연새대 원주 캠퍼스 이주형 박사가 개신교가 상실한 교회의 상징과 죽음의 문화에 대해 특강을 했다.
오늘 리히텐슈타인을 경유해 스위스 장크트갈렌으로 넘어간다.
첫댓글 멋지네요.
즐여행 하고 오셔요.😍
좋습니다
멋져요^^
여행 가셨네요?
부럽네요...여행 가본지가...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네요..하도 오래되어서요...ㅠ.ㅠ
행복한 여행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