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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까? 비구니스님의 손길은 관세음보살의 천수천안과 같았다. 포근하고 자상함이 병원 곳곳을 빛내고 있었다. 부처님오신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월 6일과 7일. 15년 전 서울아산병원 개원과 함께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지홍 스님(서울 정향사 주지)의 하루를 따라갔다.
오전 10시부터 하루 평균 59차례 넘게 상담이어져
“기자님! 전화 한 통화만 더 하고요.”
벌써 10분 째다. 말문도 못 열고, 머쓱한 시선만 허공에 뿌렸다. 통화내용에 귀를 가져다댔다.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며칠 전,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퇴원했다는 젊은 목소리. 스님은 듣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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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가 끝나자,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다급함’과 ‘기쁨’이 스님을 기다렸다. 간 종양을 앓는 남편의 절망을 끌어안은 아내의 절규, 부처님 가피력으로 간암을 이겨내 퇴원한다는 중년의 남자. 법당은 역설적이게도 희비가 순식간에 교차됐다. 중생의 삶이 이런 것일까? 오전 11시 ‘쾌유 발원 기도’가 시작되기 전까지 간절함의 발길들은 끊이질 않았다.
“병원은 생생한 수행과 포교의 현장이죠. 병고와 죽음의 괴로움을 앓는 중생의 목소리를 그 자리에서 듣기 때문이에요. 관세음보살님의 손이 천 개이듯이 제 손도 천 개 만 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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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의 일과는 빠듯하게 돌아갔다. 절집 일을 부리나케 마치고 오전 10시에 출근(?)을 하면, 하루 평균 50차례가 넘게 환자상담이 줄줄이 이어진다. 잠시 숨을 돌리면, 곧장 수술 날짜가 잡힌 불자 환자들의 병실을 방문한다. 게다다 요즘은 봉축 행사 준비까지 겹쳐 틈틈이 연등 만드는 일에도 바쁜 손을 쉬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스님에게 붙은 별명이 ‘슈퍼우먼’. 불교행사 주관, 임종봉사, 뇌사판정위원회 활동 등 잠시라도 쉴 틈이 없다. 자다가도 병원에서 호출이 오면 뛰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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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낯빛이 달아오를 즈음, 환자 보호자가 법당에 들어섰다. 축 쳐진 어깨에 무겁게 근심이 내려앉은 보호자에게 스님이 한 마디 툭 던졌다.
“보살님, 세상살이에 근심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겠어요?”
“남편이 한없이 불쌍해요. 그저 열심히 살아온 사람인데, 왜 부처님께서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불안한 남편의 마음 한 구석을 읽어주세요. 남을 가족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남편에게 용기를 주세요. 보살님네를 위해서 기도할께요.”
불교행사 주관, 임종봉사 등 쉴틈 없는 ‘슈퍼우먼’
30분이 지났을까? 스님은 시계를 연신 훔쳐봤다. 눈치가 병실방문 갈 시간이듯 했다. 스님과 함께 15년간 자원 봉사활동을 한 송법일화(61ㆍ서울 신천동)씨가 <한글 법요집>과 관세음보살이 새겨진 금박으로 된 축원카드를 주섬주섬 챙겼다. 17층 435호 내과병동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환자 상담을 마친 스님은 곧바로 장삼 가사를 챙기고, 총총 걸음으로 병실로 향했다. 몇 분 후, 스님이 병실에 들어서자 환자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반가움에 누운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합장하는 나이든 보살부터 음료수를 집어주는 꼬마까지, 병실은 금세 활기가 돌았다. 환자들과 일일이 손잡고 이야기를 나눈 스님은 담석 수술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황길자(46ㆍ원주시 수암리)씨의 복부를 쓰다듬었다.
“수술 한다며? 스님이 기도해 줄께.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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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가 이어지자 황씨는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합장을 했다. 이내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두려움에 움츠렸던 마음과 몸이 녹아들었다. 병실에서 우연히 법당소식지를 보면서 알게 된 스님과의 인연. 너무도 고마워 스님의 손을 놓지 않았다.
“마음이 든든해요. 입원하고서 병원에 법당이 있어 너무도 기뻤어요. 스님의 기도에 힘이 나요.”
“병을 친구라고 생각해. 거부하면 불안하고 힘들지? 병과 내가 한 선로에 서 있다고 여겨.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편안하게 마음을 먹는 것이 중요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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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씨의 위문을 뒤로 한 채, 다시 법당으로 돌아온 스님. 쉴 틈도 없이 봉축 행사 준비를 위해서 소매를 걷어 올렸다. 연꽃을 꼬고, 컵 등도 만들기 시작했다. 강원도 사투리가 구수한 한희정(68ㆍ강릉시)씨가 병명도 확인되지 않은 남편의 쾌유를 위해 서툰 솜씨로 연등을 만들고, 간경화로 얼굴빛이 검은 이관재(58ㆍ인천 부계동)씨는 연잎을 꼬았다. 제각기 병명은 다르지만, 희망을 만들어내는 마음만은 같아 보였다.
중생들이 힘들 때, 이들을 찾아가 보살피는 것은 수행자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스님. 아예 병원은 부처님의 동체자비사상을 실천하는 ‘수행처’라고 스님은 오후 6시 퇴근시간도 잊은 채 환자들과 주고받는 상담노트에 답 글을 남기고 있었다.
“얼굴만 봐도 어디가 아픈지 알아요” -전국 병원법당에서 포교하는 비구니 스님들 국립경찰병원 법당 지도법사 혜광(서울 참나선원장)ㆍ무관 스님. 사제지간인 이들 스님은 15년째 매일 500개 병상을 돌며 환자들을 위로한다. 스승은 환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제자는 쾌유 기원 기도를 올린다. 병원직원불자회도 이끌어 일과 신행의 일치를 언제나 강조해 지금은 모두들 열혈 직장불자가 됐다. 뿐만 아니다. 병원 특성상 환자들이 전경과 의경인 점을 감안, 신세대 유행음악 CD 등을 입원한 전·의경들 병상 머리맡에 놓아주곤 한다. 전ㆍ의경 불자들은 한국불교를 책임질 ‘씨앗’이라는 것이 이들 스님들의 생각 때문이다. 전남대 화순병원 지도법사 일장 스님(화순 유마사 주지)도 동국대 경주 병원 등에서 10년 넘게 병원 포교를 해오고 있다. 지난 2003년 전남대 화순병원 개원과 함께 활동 중인 스님은 60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아예 병원 근처로 이사 온 ‘자취생 스님’도 있다. 서울보훈병원 지문 스님과 중앙대 병원 지현 스님. 따로 머무는 절이 없다. 병원 법당이 집이자 수행처인 셈. 지문 스님은 새벽 4시면 출근(?)하고, 늦은 저녁에야 강동구 등촌동 자취방으로 돌아온다. 이러기를 13년째다. 스님은 간병인불자회인 ‘보은회’도 만들어 환자들과 함께 해왔다. 지현 스님도 마찬가지. 지난해 병원 측에 반대에도 어렵게 법당 문을 열고, 직원 및 환자들의 불심 키워주기에 병원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이처럼 병원 포교에 진력 중인 스님들의 역량은 자원봉사조직 운영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서울 경희의료원 혜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은 6년 전 불교호스피스 ‘불교비아라’를 결성해 염불공양과 인공신장실에서 간호업무를 돕도록 하고 있다. 이 병원 자원봉사자가 할 일을 불교비아라가 90% 이상을 소화한다. 동국대 경주ㆍ경주한방ㆍ포항병원 3곳의 종립병원을 맡고 있는 무구 스님(동대 경주병원 약사전 주지)도 자원봉사활동 전문가다. 지난 2003년 동국학원 재단에서 파견 나온 스님은 특히 지역 사찰의 신도회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병원 봉사는 재가불자가 해야 할 ‘또 하나의 신행’이라는 것이 스님의 지론이다. 서울대학병원 은진 스님(청량리 청량사)은 18년 넘게 병원에서 살다보니 의료지식이 웬만한 의사 수준 뺨친다. 환자들의 얼굴만 봐도 어디가 아픈 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도 스님은 병을 이길 수 있도록 환자들의 마음이 편안해 지도록 의지를 북돋아주고 있다. |
불기 2550. 3.15(음) - 2006. 4.12(양) 현대불교신문
첫댓글 고맙습니다, 지홍스님...제 플에도 모셔갑니다.....^-')b ^-')b
스님 안녕하세요 이런저런 일로 카페 방문이 뜸했습니다 현대불교신문을 읽다가 스님의 기사를 읽고 반가워서 기사를 스크랩해 게시판에 올리려고 왔는데 에구 한 발 늦었습니다 *^^ 요즘 많이 바쁘실 텐데 도움도 못드리고 죄송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두 손 모읍니다 () () ()
스님......()()()...짱!!!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지홍스님!!! 멋있으세요 엄마가 보시면 좋아하실겁니다. 항상 엄마에게 지홍스님이 있으셔서 감사드립니다. ()()()
지홍스님...훌륭하십니다. 정말 큰 일 하십니다. 수행자가 해야 할 일.....
인자하신 지홍스님~~~너무나 훌률하십니다.감사합니다......()()()
약사여래부처님이시었나요 늘 감사 드립니다 간절하였기에 의지처가 되었습니다
지홍스님 감사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법우님의 아기 부처님도 아산 소암병동에서 치료 중입니다 지금은 많이 호전 되어서 쉼터에서 지내면서 병원을 왕래 하면서 치료 중이구요 ...
지홍스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