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정 명령에 불이행 등 이유 들어 총회서 선정한 희림 설계자 무효 주장
시·구 공문엔 공모절차 재검토 요구만 있었고 총회 중단 등 구체적 명령 내용은 없어
조합이 되레 총회 개최 여부 공문 요청했으며 시·구, 공문 회신 대신 묵묵부답 일관
업계 “공무원 맞고발에 조합 길들이기라며 조합 실태점검 등 보복성 행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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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에 설계자 선정과 관련해 공식적인 ‘중단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최근 서울시가 시정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압구정3구역의 설계자 선정이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조합에 보낸 공문에는 공모 절차를 중단하라는 명령 내용은 담겨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와 강남구는 압구정3구역의 설계자 선정과 관련해 조합에 수차례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희림건축이 용적률 360%를 적용한 설계안을 제출한 이후에는 설계자 선정과 관련한 검토 공문을 발송했다.
다만 해당 공문은 법령과 관련 기준 등에 따라 절차와 방법을 재검토하라는 내용으로 구체적인 공모절차나 총회를 중단하라는 내용은 명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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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시가 희림건축을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다음날인 지난 12일 강남구 재건축사업과가 조합에 보낸 공문은 ‘설계자 선정 관련 검토 이행지시’였다.
해당 공문에는 설계자 선정을 ‘공공지원 설계자 선정기준’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설계자 공모지침과 신통기획안에 따라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기준에 정하지 않은 사항은 대의원회의 의결에 따라 설계자 선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조합에서는 15일로 예정했던 총회 개최 전에 설계자 선정 건에 대한 총회상정 여부 재검토와 대의원회에 따라 변경된 내용을 조합원에게 조치한 후 설계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총회 상정 여부를 대의원회에서 의결해 결정하라는 내용이었다.
서울시가 지난 14일 브리핑을 통해 공모절차 중단을 명령했다고 발표한 공문도 마찬가지였다.
시는 브리핑에 앞서 지난 13일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에 ‘정비사업 설계자 선정시 관련규정 준수 요청(통보)’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공문은 ‘설계공모 운영기준’과 ‘설계공모지침서’ 심사 시 불이익처분기준을 준수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요청하는 내용이다.
더불어 설계자 선정과정에서 신통기획안과 정합성을 유지하면서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라고 덧붙였다.
강남구가 같은 날 발송한 공문에도 기존 설계자 선정과 관련해 재검토 이행을 요청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더불어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총회에 상정한 점, 설계공모지침에 위반되어 시로부터 고발을 당한 점 등 현 상황을 심각히 고려해 시정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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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울시와 강남구가 공식적으로 보낸 문서에는 조합에 시정 명령을 내리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정해야 하는지는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공모절차나 총회개최를 중단 혹은 다시 추진하라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 조합이 구청에 총회 중단을 명령한 것인지에 대해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되레 강남구가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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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에서도 총회 개최 하루 전에야 언론 기사를 통해 총회 중단을 명령했다는 내용을 인지했다”며 “기존 공문으로는 중단을 요청한 것인지 해석이 불분명해 공공지원자인 구청에 정확한 공문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 입장에서는 공문 내용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시간적·경제적인 피해를 감수하며 총회를 중단할 명분이 없었다”며 “구청이 공문 요청에 대한 회신을 주지 않아 예정대로 총회를 개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의 설계자 선정 무효 논란에 대해 조합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희림건축에 대한 고발 조치로 설계공모 절차를 중단하라는 ‘뉘앙스’를 조합이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가 향후 행정청의 감독권을 발휘해 보복성 행정점검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현행 도시정비법에는 정부나 행정청이 정비사업 현장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강력한 감독 규정이 있다”며 “시가 이례적으로 설계업체를 신속하게 고발하고, 선정 무효를 선언한 점에서 향후 실태점검 등 감독권을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