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
예로부터 이 세상에 빚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현은 가르침을
세워 세상에 드리우는 것이 빚이고 학자는 옛 성인을 위하여 끊어진 학을 잇는 것이 빚이며, 신하는 임금에게 충성하는 것이 빚이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빚입니다. 고금의 논객들은 장자방(張子房)*을 두고 빚을 다 갚은 사람이라고 합니다만 그 궁극을 따져 말한다면 어찌 다 갚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빚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빚이 없기를 바라지 말고 그저 빚을 갚기만을 바라며, 빚이 있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그저 빚이 없는 사람이 될까 염려할 뿐입니다. 저는 마음속에 빚 문서가 수북이 쌓여 있는데 아직 한 푼도 청산하지 못하여 늘
개탄하고 있습니다.
* 자방은 장량(張良)의 자(字)이다. 본래 한(韓)나라에서
대를 이어 정승 벼슬한 사람으로, 한나라가 진(秦)나라에 멸망당하자 조국의 원수를 갚기 위해 가재(家財)를 털어 진시황(秦始皇)의 암살을
도모하였다. 후에 한 고조(漢高祖)를 도와 항우(項羽)를 물리치고 천하를 평정하였으며, 공을 다 이룬 뒤에는 물욕을 버리고 물러나 신선의 도를
즐겼으므로 세상에 빚이 없는 사람으로 일컬어진다.
[원문]
從古以來, 天下無無債人. 聖賢以立敎垂世爲債,
學者以爲去聖·繼絶學爲債, 臣之於君·子之於父,以忠孝爲債. 古今論者, 以張子房爲了債人, 然若究其極而言之, 豈可謂了之乎? 無債人, 天下之棄物也.
不願無債, 而但願塞其債; 不患有債, 而只恐爲無債人. 銖心中債帳積如, 而未能淸一分, 尋常慨歎. - 박수(朴銖, 1864~1918),
『중당유고(中堂遺稿)』 권1, 「여김취오(與金聚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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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서로 신세지고 도움 받으며 사는 마음의 빚이다.
가진 것을 내려놓고 내 이웃을 보살피는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미련이 있나봅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