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할머니의 죽음을 생각하며 엉엉 울다가 할머니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나를 미워했다가 할머니가 없는 삶마저 사랑하게 되기까지 놓쳤다면 아찔했을 일상의 행복들
저자 김영롱은 94세 치매 할머니와 일상을 담은 유튜브 채널 ‘롱롱TV’의 운영자. 삶의 대부분을 할머니 곁에서 보냈다. 할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고, 다려준 교복을 입고, 고아준 사골국을 먹으며 자랐지만 어느 순간 할머니는 거실의 소파만큼이나 당연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치매 중기 진단을 받게 되었다. 돌봄에 지처 가는 엄마의 얼굴, 텅 비어가는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서로를 원망하며 이 시간을 흘려보낼 게 아니라 내가 기억하고 싶은 할머니를 기록해보자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에도 유독 기분이 좋아 보이는 할머니의 모습에 자신감이 붙어서 다시 한 번 카메라를 켜봤다.
‘할머니! 비디오 보는 사람들한테 또 만나! 하고 인사해볼까?’ 할머니는 앞니 빠진 틀니가 훤히 보이도록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또 만나!’ 나는 카메라 뒤편에 서서 함께 웃었다. 내가 사랑하는 노명래 할머니는 아직 거기에 있었다.
치매라는 질병 안에서 사랑과 치유라는 기적을 만들어낸 이 가족의 이야기는 이 시대의 모든 이가 함께 빚어낸 아름다운 천일야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