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타클라마칸의 요기 쑹타
디라북 동굴에서 띠셰의 오른쪽으로 경사가 급하고 긴 절벽이 있는데 그 밑으로는 키 작은 쐐기풀과 향목들이 무성했다. 쌓인 돌무더기 위로는 영양들이 거친 풀을 뜯었으며 더 높은 곳으로는 눈표범들이 발톱을 숨긴 채 그들을 노려봤다. 그리고 띠셰의 눈 녹은 물이 절벽 틈새를 따라 쏟아졌으며 그 소리가 동굴 앞까지 들려왔다. 봄이 고원 종달이와 나비들의 나른함을 따라가다가 실족하자 초모랑마를 넘은 여름은 마팜과 띠셰 전체를 껴안기 시작했다. 더불어 폭포 소리도 점점 커졌다.
여름은 여러 가지를 변화시켰다. 눈표범들이 먹다가 돌무더기 위에 버린 영양의 가죽과 등뼈는 날파리와 고원 까마귀들의 차지가 되었으며 돌 틈바구니에서 올라오는 이끼와 새순을 따먹는 치루들의 우는 소리가 한밤에도 이어졌다. 구름은 수시로 두께와 색과 형상을 바꾸었다. 쑹타는 자신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침이면 안개가 띠셰를 덮고 있다가 오후가 되면 벗어지면서 그 아름답고 신성한 모습을 보여줬다.
빛을 따라가는 형상들의 몸짓
흙 위에서 태어나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고원 잠자리
바위에 허리에서 태어난 뿌리를 심은 이끼의 노래와
썩은 영양의 살점에 올라탄 구더기들의 지나친 식탐과 지빠귀들의 예리한 부리
무지개를 데리고 온 소나기가 지나간 뒤
폭포로부터 달려오는 소리와 바람과 알 수 없는 경이로움
몸이 썩지 않는 것은 피가 돌기 때문이며
법이 썩지 않는 것은 정신의 채찍이 지키기 때문이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쑹타는 마팜의 농부 리그마파가 탕레빠를 찾아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원의 풀이 차가운 이슬에 눕기 시작하고 봉우리 밑에 매달린 설선을 오가던 야크와 양들이 내려오면서 눈표범의 발자국도 따라 내려와 어느새 동굴 앞으로 지나갔다. 다시 추워지기 시작했다. 말갈기를 닮은 구름으로 덮인 노을이 조금씩 갈라지며 틈새를 만들면서 그 사이로 떨어지는 해가 선홍색 빛을 쏟아내던 오후였다. 동굴 아래로 누군가 막대기로 돌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틀림없는 디라북 곰빠의 늙은 라마 쿰차가 올라오는 소리였다. 그는 허리가 굽을 대로 굽어 서 있는 자세에서는 오직 땅바닥만 볼 수 있을 지경이었다. 멀리 평원 끝으로 눈을 돌리거나 띠셰의 눈 덮인 봉우리를 보려면 비명을 지르거나 신음을 내면서 허리를 펴야 했다.
“더 추워지기 전에 곰빠를 내려가야 할 것 같소.”
쿰차는 발톱을 잃은 독수리처럼 매우 외로워하는 것 같았다. 그의 눈빛은 일렁거리는 호수에 잠긴 오래된 물풀처럼 세속의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수행자가 있어야 할 곳에서 떠나는 것은 큰 슬픔이기에 쿰차는 그것에 대한 괴로움도 내비쳤다. 쑹타는 쿰차가 매우 침착하고 선한 바탕을 가진 라마라고 생각했다. 비록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하는 경우는 다르첸으로 음식을 얻으러 나갔다가 돌아올 때뿐이었다. 그것도 우연히. 쿰차는 휘어진 물길의 가장자리에 쌓이는 모래처럼 오랜 수행을 통해 겨우 진흙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정신과 몸을 씻고 본성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덧없는 인생의 결과라고 얘기했다. 쿰차는 매우 힘들어했다.
“난 어려서 툴락으로 출가를 할 때만 하더라도 무엇이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기가 되기로 결심했었지. 등잔에 양유를 몇 번씩이나 부으면서 경전을 암송하고 계율을 따르며 시시로 명상하고 선업 쌓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소. 그 목표를 젊은 시절을 다 보냈지만 내게 돌아온 건 빈 껍데기뿐이었지. 그것은 진실로 슬픔도 아니오. 무지일 뿐.”
쑹타는 그 얘기를 듣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가장 적절한 응대였다. 쿰차는 쑹타가 무슨 말이든 대답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사실 쑹타는 아무 할 말이 없었다. 상대방이 끌고 온 수레를 어떻게 자신이 살펴보고 대신 끌어줄 수 있겠는가. 쿰차는 지팡이로 떨어지는 해를 가리켰다. 살아오는 동안 해를 본 횟수를 헤아리는 것일까? 아니면 유한한 생명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몸짓일까? 디라북 계곡의 물이 얼면 그는 툴락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봄이 오면 그를 다시 보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물론 쿰차가 자기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어느 것이든 정해진 것은 없었다. 쑹타는 적정을 깨고 짧은 노래를 불렀다.
빛으로 만든 얼음덩어리
보살의 노래로 답하는 띠셰의 고요함
돌아가 다시 오는 것은 누구의 실수도 아니지.
발은 늙고 시력은 총명하지 못하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두 사람의 큰 무명
계율이 차갑고 명석하여도 그릇을 놓기 전에 해가 올라오지
지팡이에 의지한 디라북의 현자
물 흐르는 곳으로 몸을 맡긴 띠셰의 요기
동굴은 고요하고
경전의 언어는 더 고요하다.
날은 곧 어두워졌다. 그리고 캄캄해졌다. 동굴에는 쑹타와 쿰차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보였다. 쿰차는 쑹타의 노래를 이해했다. 비록 쑹타가 서역인도 아니고 티베트인도 아니며 사막에서 걸어온 사람이지만 정신 안에 큰 힘을 숨긴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별은 동굴을 엿보며 겨울이 멀지 않았음을 경고했지만 두 사람의 대화와 생각에 끼어들지 않았다. 앉은 자세에서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던 쿰차는 보석을 불빛에 비춰보며 그 아름다움을 취하듯 지팡이를 들어 동굴 밖을 가리켰다. 마치 해를 가리켰을 때처럼.
“수 없이 반복된 밤과 낮이 있었는데 오늘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난 라마께서 지팡이로 가리킨 방향을 봤습니다.”
“그래 뭐가 있었소?”
“뭐를 가리키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라마께서 왜 그곳을 가리킬까, 생각했습니다.”
쿰차는 억지로 침을 삼키더니 목에서 나오는 기침을 참으려다가 결국 큰소리로 기침을 했다. 그 기침 소리가 얼마나 큰지 동굴 밖으로 달아났던 소리가 건너편 어딘가에 부딪혀 되돌아왔다. 쿰차는 쑹타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쑹타와 오래도록 함께 있고 싶었다. 그는 양털로 만든 편안한 깔개와 같았으며 등잔을 올려놓은 받침대와 같았다. 비록 노쇠해진 시력으로 쑹타의 모습을 정확하게 볼 수는 없어도 그에게서 다가오는 다정하고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쿰차는 앉은 자리에서 짧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명민하고 정직한 타클라마칸의 요기여!
여기 어리석은 라마 쿰차의 노래를 들어보시기를.
디라북은 우뚝하고 고요하여
삼세의 어느 곳에서도 잘 보이는 곳이지.
띠셰의 노래가 이르지 않는 곳이 없어
다섯 부분의 몸으로 부딪치는 것 모두가 거룩하고 아름답다.
향목은 뿌리 위에 견고한 가지를 내고
나비들은 때맞추어 꽃에 모여든다.
비 온 뒤에 퉁라 버섯처럼 자란 청년의 의지는
바람과 구름을 뿌리치고 하늘로 오르는 룽다처럼 절벽으로 달렸지.
아버지의 낡은 뼈는 히말라야의 은자를 따라가고
그 자식은 위대한 스승 빠드마삼바바의 게송에 집착했다네.
부패하여 나른한 살점과 두꺼운 뼈와 심장에 고여 검은색으로 변하는 피
곧 해체되어 독수리의 내장으로 들어간다 해도
아! 무엇이 두렵겠는가!
이승을 이탈하여 중간계에서 길을 잃고 지옥으로 떨어질 때
얻고 잃은 것에 집착한다면 그 고통은 끝이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