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년 1 월 12 일 화요일 맑음
" 남정네들은 차라리 바깥일을 차분하게 보고 오세요 "
폭설때문에 밀려있는 택배가 가득인데
처녀시절부터 웬만한 장정 두몫을 거뜬히 해내는
용감한 풀향기 아내가 혼자서 마음껏 하겠다며
남정네들을 선심 쓰듯 밖으로 내몬다.
평소에 몇군데 택배만 있어도 바쁜 일에 쫓기며 이것저것 챙기느라
할일을 제대로 못하는 풀향기 아내가
차분한 겨울철이 되자 원래 이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듯
자신감을 보인다.
간단한 일 같지만 택배용지 하나 하나를 채워나갈
농산물들을 챙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단 하나도 대충 챙기는 법 없이
최선을 다하여 온갖 정성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풀천지 가족들은
풀향기 아내의 엄청난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남정네들은 안심하고 밀려있는 바깥일을 보기로 하였다.
춘양에 나가자마자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위해
사진관에 들러 증명사진부터 찍었다.
요즘은 찍자마자 20 분 만에 금방 사진이 나오는 모양이다.
왜 사진관에서 찍는 증명사진은 실물보다 훨씬 잘 나오는 것일까 ?
나중 풀향기 아내에게 보여주니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말을 인정하고 만다.
" 주름도 하나 없이 반반한게 염색만 하면 아직도 중매 들어오겠네...^^ "
애들을 데리고 통장 정리를 하며 그동안 모아온 목돈도 적립시키고
새로 적금도 들어주고 만기가 된 풀천지 통장도 정리하는등 일을 보는데
항상 풀천지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은행 여직원이 점심 먹으러 간 사이에
젊은 아가씨 직원과 일을 보게 됐는데
왜 그리 긴장을 하는지 자꾸 실수를 한다.
무얼 그리 긴장하느냐며 웃으며 물어보자
풀천지 남정네들이 너무 잘생겨서 정신이 없단다...^^
풀천지 촌넘들이 어제 말끔하게 머리를 깎고 산뜻하게 단장한
말쑥한 모습이 가슴을 설레게 했던 모양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유쾌하게 웃으며
즐거운 정겨움속에 일을 끝내고 나니
예쁜 달력과 수첩을 안기며
사은품 선물인 예쁜 접시와 친환경 세제를 선물해준다.
의례히 주는 것이라 할지라도
정겨움이 듬뿍 담아있는것 같아
괜히 더 흐뭇하였다.
운전 면허 갱신을 위해 봉화로 나가게 되었는데
에고 에고 ~ 만료 기간이 며칠 지나 버린 바람에
범칙금 3 만원을 꼼짝없이 물게 되었다.
순간 6 개월전부터 절대로 범칙금을 물지 않도록
빨리빨리 서두를 것을 종용하는 풀향기 아내에게
걱정하지 마라며 큰소리 쳐왔던 것을 생각하니
보통 큰일이 아닐수 없어 어떻게든 무마해볼까 하여
폭설때문에 갇혀 어쩔수 없었다며 슬쩍 변명해 보았지만
통할리가 없다.
기분좋게 일을 보는 날인데 풀향기 아내의 잔소리가 걱정이 된다.
누구보다 제일 먼저 풀천지 일기 검열을 하는 풀향기 아내에게
눈치채이지 않도록 비밀로 해야 될텐데 어쩌면 좋단 말인가 ?...^^
애들과 함께 봉화까지 나간 김에
봉화 도서관에 들러 각자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데
풀향기 아내를 위하여 아름다운 한국음식 300 선 요리책을 골라 보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풀향기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
포항에 사는 막내 처제에게서 반가운 겨울 선물인
포항의 명물 구룡포 과메기를 보내온 모양이다.
일절 다른데 돈쓰지 말고
야채가게에 들러 물미역과 김만 사가지고
총알처럼 달려오라는 것이다.
아 ~ 범칙금 3 만원 죄만 짓지 않았으면
얼마나 기분좋은 날이 될수 있었을까 ?...^^
딱 맛있게 먹을 만큼 꼬들꼬들 건조시킨 구룡포 과메기의 맛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하여 범칙금 3 만원 얘기는 철저히 비밀로 붙이고
평소에 잘 안하던 막내 처제 칭찬까지 호들갑스럽게 해가며
이래저래 기분좋은 일들로 하루의 즐거움이 더해진 맛을
충분히 즐기고 나서 풀향기 아내 몰래 풀천지 일기에 털어놓는다...^^
오늘저녁은 모처럼 밤을 새워
재밌는 책이나 실컷 보아야겠다...^^
첫댓글 범칙금은 정말 아까워요. 우리 집에도 3만원짜리 범칙금 고지서 하나 와 있습니다. 과메기 맛있게 드셨죠? 겨울철 별미라고들 하시더군요. 전 지금껏 안먹었고 앞으로도 안먹으려고 합니다. 육식이나 생선은 줄이거나 끊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 생각해서 어느 순간부터 별미라해서 안먹던 거 새로 먹진(육식, 생선은)않기로 마음 먹었거든요. 자주는 아니지만 먹던 고기,생선은 여전히 맛있게 먹습니다.
범칙금은 질서를 위해 필요하지만 억울한 느낌이 드는건 어쩔수 없더군요...^^ 육식이나 생선도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은 육식의 경우 사료의 폐해로 적게 드시는 것이 좋고 생선도 바다의 오염으로 안 좋은 식품이 되었지만 소식과 자연식으로 몸을 단련하면 어느정도의 즐거운 맛을 위한 육식과 생선은 이겨나갈수 있을테니까요...^^
저랑 같은날 갱신 하였네요ㅎㅎ 전 증명사진이 십년은 늙게 나온것같은데 형님은 엄청 젊어 보이십니다..오늘 날씨 요즘아이들말로 완전 대박 시원하네요...풀천지 뜨끈뜨끈한 온돌방에서 과메기에 소주한잔...캬아~~
같은날 갱신 하였다니 괜히 반갑네 ~ 나중 자네의 증명사진을 확인해 볼것이네...^^ 남겨두고 싶지만 냉동 시키면 맛이 떨어질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네...^^
저도 몇달전에 운전면허 적성검사 받고 장농면허증 재 발급 받았습니다.. 3만원도 내고요...^^ 언젠가 동창회때 포항사는 친구 덕에 과메기 맛보고는...그맛에 푹빠졌었지요...지금도 무지 먹고 싶다는...^^ 인터넷이라도 뒤적여봐야할지....^^
모범생이실것 같은 고요님까지 범칙금을 내셨다니 나라의 재정이 튼튼해진것이군요...^^ 이번에 보내온 과메기가 제법 꼬들꼬들 하니 우리 입맛에는 맞더군요. 어쩔땐 너무 덜 말랐는지 물컹물컹 기름지기도 했거든요. 참고삼아 함께 동봉된 명함을 소개하면 구룡포 과메기 직판장 ( 054 ) 281 - 0782 010 - 3157 - 3399 포장배달 전문이라는군요...^^ 즐거운 날 되시길 바랍니다.
모범생도 가끔은 삐딱선을 탈때가 있어야 재밌는거같아요.. (사실은 많이 삐딱ㅎㅎ) 구룡포 과메기 전화번호 적어 놓았습니다...고맙습니다...^^
호들갑스럽게 칭찬 하시는 모습이 선해 킥킥거리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복 받으실 거여요~ 제게 유쾌한 웃음을 선물해 주셨으니......일사부재리원칙에 준해 슬그머니 넘어가셨지요?
약간 속 보였지만 노력한 만큼 무사히 넘어갈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