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식하는 순간 주인공이 되고, 외면하는 순간 사라진다
* 5월 24일, '부처님오신날 기념 법어 2'로 페이스북에 발표한 글이다.
* 법어 1 https://cafe.daum.net/biocode/3w8I/884
* 부처님오신날은 붓다의 생일이 아니라 열반한 날을 기리는 날이다 https://cafe.daum.net/biocode/3w8I/886
양자역학에 관찰자 효과(Observer Effect)란 말이 있다.
영어에서 관찰, 관측은 Measurement, Observation 두 가지가 쓰인다. 실험을 해보거나 눈으로 잘 살펴 알아차린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양자물리학에서 말하는 관찰, 관측이란 사실상 인식(認識)에 가깝다.
認識은, ‘어떤 말을 듣고나서 그 뜻을 깨닫고(認), 그런 다음 자세히 살펴 알다(識)’, ‘말을 알아듣고(認) 무슨 뜻인지 새기다(識)’는 뜻이다. 따라서 양자 상태에서 관측이란 인식을 가리키는 말로서, 어떤 상황을 보고 그 뜻을 깨닫고, 그런 다음 그게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안다는 말이다.
1. 1894년경, 뉴욕거리에 마차가 가득 차 있으면서 쇠똥이 높이 쌓여 냄새가 심할 때 사람들은 이게 어떤 상황인지 깨닫지(認) 못했다. 그런 다음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새길 수(識) 있어야 하는데 역시 그러지 못했다.
이 상황을 인식하는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고,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문제를 방치한다. 그래서 당시 뉴욕의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기껏 말똥 치우는 인부를 많이 투입하자거나, 마차를 2부제로 하여 통행량을 줄이자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그것은 문제를 인식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차+말똥‘ 문제를 제대로 인식한 사람은 오직 헨리 포드(1135)뿐이었다. 그는 똥싸지 않는 말을 만들려고도 하지 않고, 똥을 치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인식한 그는 자동차 <포드T>를 만들어 뉴욕 거리에 내놓았다. 그러자마자 뉴욕의 거리에서 말이 사라지고 말똥이 사라졌다.
2. 임진왜란, 병자호란으로 온 백성이 굶주림에 시달리던 17세기, 김육(0440)은 관납, 공납 등 현물로만 이뤄지던 세금을 반드시 쌀이나 동전(상평통보)으로 내게 하였다. 그러면서 점차 화폐경제를 일으켰다. 그러면서 관납, 공납으로 받던 현물을, 어용(御容) 상인인 ‘공인(貢人)’에게 나라에서 돈을 주어 질 좋은 현물을 ‘사오도록’ 시켰다.
그러자 공인들은 공납 대신 쌀이나 동전으로 세금을 내고, 그대신 어용 상인인 공인들이 찾아오면 이들에게 자기가 만든 물품을 팔 수 있었다. 품질만 좋으면 공납 물량의 몇 배라도 팔아 돈을 벌 수 있었다.
이때부터 상평통보를 쥔 공인들이 전국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품질 좋고 값싼 물건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비공식으로 열리던 지방 장시들이, 대량 구매하는 공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점차 활기를 띠고, 이곳에서 질좋은 상품이 거래되기 시작했다.
안성장의 경우 유기와 갓이 유명해 궁에서 쓰는 유기와 갓을 이곳에서 대량 구매하면서 안성 유기와 갓 산업이 크게 발달했다.
이로써 굶주림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장시에서 모든 생활필수품을 해결하고, 나라는 장시를 통해 질 좋은 수공예품 등 궁중물품을 사들이면서 상공업이 크게 발달하기 시작했다. 관납, 공납 물건은 질을 따질 필요가 없었지만 공인들이 직접 물건을 보고 사들이기 시작한 뒤로 품질이 갑자기 좋아지고, 한양 사대부들도 품질 좋은 수공예품이 나는 장시로 직접 가서 물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시장 경제가 살아난 것이다.
그러면서 지방관아들은 그 지역 장시를 관리하면서 장세(場稅)를 거두어 재정을 보충하였다.
김육이 실시한 이 대동법으로 조선 경제는 벌떡 일어나게 되었다.
바로 이런 것을 양자물리학의 관측, 즉 인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인식을 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인식하는 순간 거기에는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3. 마이크로컴퓨터인 ‘알테어8800’이 나왔을 때 이걸 제대로 인식한 사람은 스티브 잡스 뿐이었다. 조립식 제품이라 이걸 쓰려면 납땜을 해야 했다. 완제품도 있지만 200달러가 더 비싸 사람들은 조립식 키트를 사서 납땜했다. 조립식 키트는 397달러, 완제품은 498달러였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인식'의 예를 들었다.
존 로스는 버려진 언어 한글을 보자마자 그 가치를 알아보고, 천주교 신부들이 중국 한자로 번역한 천주실의 대신 한글판 성경을 만들어냈다.
정주영은 울산 모래밭에서 미래의 조선소를 보았다. 그는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 하나를 들고 그리스 선주로부터 수주를 받고, 이 수주 증명서를 갖고 영국은행에서 조선소를 지을 자금을 빌렸다. 오늘의 현대중공업은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
오경석은 국기가 없던 1872년, 나라 곳곳에 있던 해숨결 문양을 보고 첫 국기를 그렸다. 눈으로는 보았지만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던 것에서 그는 국기를 만들어냈다.
이런 인식을 할 수 있는, 브레인리퍼블릭의 <세렌디피티와 아포페니아> 능력을 가질 때까지 아나파나 사티를 계속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