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의 당회장 심상봉 훈장님
천지여아동근 天地與我同根
만물여아일체 萬物與我一體
천지는 나와 더불어 한 뿌리에서 나왔고
만물은 나와 더불어 한 몸이니..!
심상봉 목사님이 전설같은 이세종 선생님(1880~1942)을 소개하시면서
쓰신 글. 물론 이 말씀은 승조(중국, 383~414)의 『조론』에서 나온 글
입니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 시대의 천재 파란만장한 승조의
삶을 이 글 하나로 웅변하듯이 심상봉 목사님이 이 글귀를 인용하는 뜻을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목사님이 경전이 아닌 승려의 글을 그렇게
쓰시느냐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도 있겠지만
일도출생사 일체무애인 一道出生死 一切無碍人
아무 걸림 없는 무애인으로서 내 안에 계신 님의 말씀을 살고
진리를 사는 분에게 무슨 문제가 되겠는지요.
천지여아동근 天地與我同根 만물여아일체 萬物與我一體
천지와 만물이 다 나와 태생이 같고 한 몸인데 욕심으로 불거진 재물이나
지위가 무슨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일체가 靈이요 일체가 다 空인데
잠깐 있다가 안개처럼 사라질 운명 앞에 그런 것들에 메일수 가 없지요.
그리하여 하느님께 다 맡기고 모든 것을 바치는 영혼의 촛불로서 한 생을
살아오신 게 아닌지요. 허실생백이라 욕심이 없어지면
얼굴에 흰빛이 나타난다더니 님을 두고 하시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지난날 가난한 땅 임실, 농투산이, 땅투산이. 땅 한 뼘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농심을 붙잡고 자립하기 위해서는 낙농을 해야한다며 가난에서 벗어날 길을
마련하고 찾아주신 분. 지정환 신부님과 함께 황폐한 애굽에서 탈출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임실 땅을 일군 한 임실치즈의 산증인이시지요
그 시골마을에서 치즈를 생산하게 될 지 누가 예측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한 알 의 씨알이 한그루의 나무로 변화되는 것은 땅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혜요 예정이라 말 할 수 있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새길을 연 앞선이 심상봉 님이 안계셨다면
임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치즈의 본고장이 될 수 없었을 겁니다.
이십년전 물님이 익산 삼기교회에 부임해 오시고 나서 우리 학생들을 대리고
임실 제일교회 심상봉 목사님을 찾아뵙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곳 임실치즈 공장을 견학하고 덤으로 치즈도 공짜로 먹어봤던 추억...
그 당시 물님으로부터 전해들은 심상봉 목사님은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한 목회자가 아니라 현실의 한복판에서 한 사람 농부가 되어
아랫 마을 농부의 밭을 함께가는 분이요,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준 분으로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농민 신문을 만들고
함께 일하면서 사라질뻔 한 그들의 존엄을 깨운 분으로 각인되었습니다.
몇해전 화순군 도암면 개천산 이공 이세종 선생의 묘역을 순례하던 중
그 곳에 계신 목사님을 뵙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부유한 목사님으로 유지로
한 지역의 텃밭을 일군 장본인으로서 번쩍거리는 차를 몰고 거창하게 사실줄
알았는데 그 게 아니고 그 곳 돌아가신 스승 곁에서 남루한 한복을 입으시고
뜻을 기리며 여전히 절실하게 깨우침을 구하고 용맹정진하시는 모습,
이공李空의 묘역에서는 젊은 사람들은 진이 다 빠져 말로 일하고 쉬고 있는데
낫 한자루 들고 무덤을 두루 살피고 땀흘려 일하는 모습에서 스승의 뒤를
따르는 제자의 진면목을 뵐 수 있었습니다.
점점 어두어가는 이 시대에 희망의 빛으로 오신 님이여,
모든 존재가 하느님으로부터 나온 하나이며 한몸이라며
만물의 기다림에 흰수염 날리고 찾아온 님
젊은 날에는 신명을 다바쳐 이웃을 위해 일하고
이제는 님의 눈꺼풀에 앉아계신 하느님의 성스러운 영靈이 말씀하시는 노래
그 신령한 노래를 받아 돌판에 새기고 진달래의 가슴에 새겨주시니
쏟아져 내리는 성스러움의 향기에
오늘, 오ㅡ 기쁘다, 영혼이 기뻐 춤을 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