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이수지일(無題二首之一)
<鳳尾香羅薄幾重(봉미향라박기중)>
이상은(李商隱)
鳳尾香羅薄幾重(봉미향라박기중), 碧文圓頂夜深縫(벽문원정야심봉).
扇裁月魄羞難掩(선재월백수난엄), 車走雷聲語未通(거주뢰성어미통).
曾是寂寥金燼暗(증시적요금신암), 斷無消息石榴紅(단무소식석류홍).
斑騅只繫垂楊岸(반추지계수양안), 何處西南待好風(하처서남대호풍).
봉황꼬리 무늬의 향라(香羅) 얇게 몇 겹을 치고
푸른 무늬, 둥근 장식의 장막을 깊은 밤에 꿰맨다.
달 모양의 부채는 부끄러움을 다 가리지 못하였고
수레 소리 우레 같아 대화를 나누지 못하였지.
촛불 다 탄 적막한 어둠 속에서 보냈었는데
석류 붉게 핀 시절에도 소식조차 없구나.
그대의 반추마는 수양버들 언덕에 매어 있는데
어디서 서남풍 불어오기 기다릴거나.
[通釋] 봉황의 꼬리 무늬가 그려진 얇은 향라 휘장을 두어 겹 치고, 깊은 밤이 되자 푸른 무늬에 둥근 장식을 한 장막을 기우며 임과의 만남을 기대하였다. 전에 만났을 때 둥근 달처럼 재단한 부채는 부끄러움을 다 가리지 못하였고, 그대가 탄 마차는 우레 같은 소리를 내며 지나갔기 때문에 대화도 나누지 못했었다. 그대가 떠난 후 적막한 가운데 촛불이 다 타들어간 어두운 밤을 몇 번이나 지새웠던가, 석류꽃 붉게 피는 5월에도 소식이 없다. 얼룩무늬 말은 멀지 않은 수양버들 우거진 언덕에 매어두고, 나는 어디에서 서남쪽에서 불어오는 좋은 바람을 타고 그대에게 날아갈 수 있을까. 어느 곳에서 그 바람을 기다려야 하나.
[解題] 〈無題〉 두 수 가운데 첫 번째 시이다. 이상은(李商隱)의 대표작인 〈무제〉 시는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데 그에 대한 해석 또한 분분하다. 이 작품은 연인과의 아름다운 추억과 이별의 긴 고통을 노래한 시이다. 제1·2구는 향라와 혼례 때 사용하는 장막을 통하여 연인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모습을 그렸고, 제3·4구는 연인과 잠시 만났으나 자신의 속마음을 전달할 수 없었던 시간을 회상한 것이다. 후반의 네 구는 이별의 긴 고통과 함께 재회의 간절한 소망을 표현하였다. 풍호(馮浩)는 ≪玉溪生詩箋注(옥계생시전주)≫에서 이상은(李商隱)이 영호도(令狐綯)의 도움을 얻지 못하여 동천(東川)에 있는 유중영(柳仲郢)의 막부로 가 있을 때 지은 시로, 자신의 정치적 처지를 가탁한 시로 보기도 하나, 오늘날에는 연정을 읊은 작품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반부에는 예를 지킴이 근엄함을 말하였다. 봉황 꼬리 무늬의 향라(香羅)는 겹겹이 깊게 감춘 것이고, 달 모양의 부채는 부끄러움을 가린 것이고, 우레와 같은 수레 소리는 서로 떨어져서 말하였음을 뜻한다. 깊은 규방의 고운 자질이란 응당 이와 같은 것이다. 후반부에서는 소식을 전하기 어려움을 은근하게 표현하였다. 밖에서 안으로 통할 수 없으므로 꺼져가는 등불을 마주하며 적막하게 지냈고, 안에서 밖으로 통할 수 없으므로 석류꽃 피는 시절에도 소식이 끊어진 것이다. 반추마를 언덕 너머에 세워두고 좋은 바람이 불어오길 그저 기다리고 있음은 이른바 사람은 멀리 있고 하늘 끝이 가깝다는 것이다.
○ 〈李商隱이〉 장차 동천(東川)으로 가려고 영호도를 찾아가 이별을 고하였는데, 하루를 묵으면서 자신의 수심을 노래한 작품이다. 첫 번째 수에서 첫 두 구는 이불과 장막의 가재도구를, 3구는 스스로 부끄러워함을, 4구는 영호도가 갑자기 돌아가 아직도 만나보지 못했음을, 5·6구는 마음의 자취가 명확하지 않아서 기쁘게 만났음에도 절망하게 되었음을 비유한 것이고, 7·8구는 장차 멀리 떠날 것임을 말했는데, ‘수양버들 언덕’은 유씨(柳氏) 성을 가탁한 것이고, ‘서남쪽’은 촉(蜀) 지방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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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역주1> 鳳尾香羅(봉미향라) : ‘鳳尾(봉미)’는 봉황의 꼬리 깃털로 여기서는 뛰어나게 아름다운 문양을 지칭한다. ‘香羅(향라)’는 가벼운 고급 비단을 미화한 말이다. 두보(杜甫)의 〈端午日賜衣(단오일사의)〉에는 “가는 갈포는 바람을 머금어 부드럽고, 향라는 눈이 쌓인 듯 가볍다.[細葛含風軟 香羅疊雪輕]”라고 하였다.
역주2> 碧文圓頂夜深縫(벽문원정야심봉) : ‘碧文圓頂(벽문원정)’은 녹색 무늬에 둥근 장식을 단 비단 장막을 지칭하는데, 혼례를 치를 때 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縫(봉)’은 장막을 깁거나 또는 여미는 것으로 해석한다. 밤 깊어 이 장막을 깁거나 여민다는 것은 연인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역주3> 扇裁月魄(선재월백) : 여자가 사용하는 부채로, 달 모양을 본뜬 것을 지칭한다. ‘月魄(월백)’은 달이 기울어 빛나지 않는 부분이나 달 자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혹 도가(道家)에서 해는 양(陽)이므로 ‘혼(魂)’으로 칭하고, 달은 음(陰)이므로 ‘백(魄)’으로 칭했다는 설도 있다. 반첩여(班睫妤)의 〈원가행(怨歌行)〉에 “재단하여 합환선을 만드니, 동글동글 밝은 달과 같네.[裁爲合歡扇 團團似明月]”라고 하였다.
역주4> 車走雷聲語未通(거주뢰성어미통) : ‘雷聲(뇌성)’은 마차가 달릴 때 나는 소리를 천둥 소리에 비유한 것이다. ‘語未通(어미통)’은 마차와 수레 소리 때문에 서로의 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하였음을 뜻한다.
역주5> 金燼暗(금신암) : 등촉이 꺼져 어두워짐을 뜻한다. ‘金燼(금신)’은 ‘燈花(등화)’ 즉 불꽃이 타는 심지이다.
역주6> 石榴紅(석류홍) : 여름 5월 즈음 석류꽃이 필 시기를 뜻한다.
역주7> 斑騅(반추) : 청색과 백색이 섞인 준마를 지칭한다. 이상은(李商隱)의 〈春遊(춘유)〉 시에도 “높은 다리 위로 반추마 빨리 달리고, 긴 내에 흰 새가 높이 난다.[橋峻斑騅疾 川長白鳥高]”라고 하였다.
역주8> 何處西南待好風(하처서남대호풍) : ‘어느 곳에서 서남쪽에서 불어오는 좋은 바람을 타고 그대의 품에 날아갈 수 있을까.’라는 뜻이다. 조식(曹植)의 〈七哀詩(칠애시)〉에 “부침이 각자 형세가 다르니, 어느 때 만나 함께할 수 있을까. 원하노니 서남풍이 되어, 길이 그대의 품에 들고 싶어라.[浮沈各異勢 會合何時諧 願爲西南風 長逝入君懷]”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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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삼백수 이상은의 無題 시 <6수>
210.무제 : 昨夜星辰昨夜風(작야성진작야풍)
212.무제 二首之一 : 來是空言去絶蹤(내시공언거절종)
213.무제 二首之二 : 颯颯東風細雨來(삽삽동풍세우래)
215.무제 : 相見時難別亦難(상견시난별역난)
217.무제 : 鳳尾香羅薄幾重(봉미향라박기중)
218.무제 : 重帷深下莫愁堂(중유심하막수당)
[출처] [당시삼백수]無題二首之一(무제이수지일):鳳尾香羅薄幾重(봉미향라박기중)-이상은(李商隱)
[출처] [당시삼백수]無題二首之一(무제이수지일):鳳尾香羅薄幾重(봉미향라박기중)-이상은(李商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