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9일 불날 날씨 : 아침 하늘이 흐리다. 저녁 나절엔 가랑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다. 봄바람^^ 상큼하다.
아침 출근길 버스 안에서 규태와 윤태를 만났다. 두 형제의 야구 사랑은 엄청나다. 복잡한 버스 안에서도 야구 장갑을 꼬옥 끼고 있다. 규태 어머니가 묻는다. “선생님, 요즘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요.” 에고 2월, 3월 몸이 안 좋았는데 부모님들에게 까지 몸이 안 좋은 게 보였나보다. “지난주부터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대답을 하지만 아이들과 사는 자로 몸 관리가 참 중요한데. 미안하고 부끄러운 아침이다.
아침 걷기를 다른 날보다 5분 늦게 채비하고 지은이를 기다리는데 지은이가 오질 않는다. 아이들은 지은이는 어찌 하냐고 걱정을 하는데 줄곧 기다릴 수는 없다. 이제 정말 봄이 한가운데 왔다. 쑥은 쑥쑥 자라고 개나리 산수유 홍매화가 활짝 피었다. 한주와 본준이는 나란히 기타를 메고 숲속체험장으로 간다. 뒷모습이 친하다. 두 번째 누리샘무대도 한주와 본준이의 멋진 공연으로 빛났다. 다음엔 규태도 기타를 치겠다고 한다. 난 피리를 더 열심히 연주하거나, 못하는 해금 연주도 준비해야겠다. 아이들이 기타 연주만 공연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한주의 장난도 기타연주 앞에서는 멈춘다. 유장현 기타교실과 누리샘 무대가 만나 아이들에게 긍정의 기운을 가져다주고 있다. 성공하는 경험, 멋진 행동으로 주목받는 경험을 누리게 하고 있다. 긍정의 기운은 긍정을 낳고 그 파장이 아주 세다.
쉬는 시간, 다음 시간 수업을 준비한다. 오늘 콤파스로 원 그리기를 할 것인데... 흠, 교사실에 있는 콤파스가 제대로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 나사가 도망가고 없는 것도 있고, 부품이 빠진 것도 있고, 부품이 섞여 있기도 하다. 여섯 개를 모두 꺼내 정리하자니 시간이 꽤 걸린다. 모두가 쓰는 물건들은 쓰고 잘 정리했으면 좋겠다. 쓰고 난 뒤에 바로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잃어버리거나 고장 나기 일쑤다. 아무리 높은샘들이 쓰는 것이라도 정리한 뒤는 선생들이 꼭 확인을 했으면 좋겠다. 정리하는 손끝이 투덜거린다.
지난주 달날 5학년 아이들과 모종 내기한 토종씨앗(검은 완두, 울타리강낭콩, 어금니동부, 담배잎상추, 개파리동부,곡성초, 목화) 들이 곡성초를 빼곤 모두 고개를 내밀었다. 싹들 틔웠다. 아침 걷기를 마치고 수학 공부를 하더니 올라오던 아이들이 “우와, 싹이 나왔어.” 하더니 우르르 모종틀 앞으로 몰려간다. 아이들이 혀 밑에 머금고 자기의 기운 하늘의 기운 땅의 기운을 골고루 담았기 때문인가 보다. 아침마다 쪽마루에 내고 물주고 저녁엔 다시 마루로 들이고 정성을 들인 까닭인가 보다. 모든 씨앗들이 어쩜 그리 예쁘게 싹을 틔웠는지. 본준이는 자기가 심은 작두콩이 싹이 나오지 않았다고 “내 것만 죽었나 봐요.” 화를 내며 울먹인다. “본준아, 지금, 작두콩은 싹 틔울 채비를 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모든 씨앗이 싹을 틔우는 것은 아니야. 안 될 때도 있어. 그게 네가 심은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심은 것일 수도 있어.” 이야기를 나누니 본준이의 화남 속상함이 빠르게 누그러든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다른 아이들과 모종을 살피기에 푹 빠졌다. 수학 공부를 해야 하는데 모두들 모종에 달라붙어
"잘 자라라"
"사랑해" 라고 속삭이고 있다.
차마 빨리 들어오라고 하지 못하고 난 기다린다.
낮공부는 본디 우리나라 알기와 길찾기인데 지난주부터 만들던 직조틀을 요번 주에는 다 만들어야 해서 직조틀 만들기를 이어했다. 1학년 아이들과 공부할 땐 부모님들께 "만들어 주십시오." 하고 부탁드리는데 5학년과 공부하니 이것부터 스스로 한다. 물론 시간은 엄청 걸린다. 지난주에 자로 길이를 재고 톱질하고 드릴로 나사못 박아 바탕이 되는 나무틀을 만들고 요번 주엔 사포질 하고 줏대가 되는 위치 정해서 전체 선분에서 고르게 못 박을 자리 나누고 곱하고 더하고 자로 눈금 맞추고 나눈 간격대로 배운 적도 없는 소수 더하기도 하며~ 힘들다고 아우성치면서도 끈질기게 해낸다. 망치 들고 못 박는 연습까지 했으니 다음 시간엔 제대로 못을 칠 것이다. 못 박는 것 까지 마무리를 하려고 했으나 콘크리트 못은 나무에 박으니 나무가 갈라진다. 못 박는 것을 멈추고 오늘까지 한 것을 공책에 정리하는 것으로 했다. 20분 넘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 시간에 줄곧 이야기 삼매경에 빠진 한주와 본준이는 영어공부가 끝나고 정리하고 가기로 했다. 마침회 끝나고 한주가 묻는다. “선생님, 이번에도 검사 안 맞고 그냥 가면 어떻게 할 거예요. 그래도 지난번처럼 화내지 않고 이야기 할 거예요? 아님 화내고 이야기 할 거예요?” 그냥 하면 될 것을 요런 것 묻는 마음은 뭘까? “한주야, 그렇게 묻지 않고 그냥 네 할 일을 하고 선생님한테 확인 받고 가라. 난 그러길 바래.” 다행히 한주와 본준이는 제 할 일들을 마치고 나에게 확인도 받고 갔다. 아이들과 사는 시간들은 선생을 웃음 짓게 하는 시간들이 많다. 하루를 되돌아보면 참 즐겁다. 날 기운 나게 하는 아이들^^ 떠 올리면 힘이 되는 아이들. 오늘도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