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는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그러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서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한국 대표 명시 1, 126쪽, 빛샘]===
이수복/李壽福
○ 출생:1924. 2. 16. 전라남도 함평
○ 사망:1986. 4. 9.
○ 데뷔:1954년 시 '동백꽃'
○ 수상:
1958년 제3회 현대문학상 시부문
1955년 전라남도문화상
○ 경력:
주암고등학교 교사
전남고등학교 교사
순천고등학교 교사
목포시 문태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예과(豫科)를 마쳤다. 1950년대 중반 무렵 조선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재직하다가 1963년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편입하여 1965년에 졸업하였다. 광주 수피아여학교, 순천고교, 전남고교 등에서 교직생활을 했다.
1954년 「동백꽃」(『문예』3월호), 「실솔(蟋蟀)」, 「봄비」(『현대문학』3월호)가 서정주에 의해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서정주는 추천사에서 “상(想)에 헷것이 묻지 않은 게 첫째 좋고 그 배치와 표현에도 성공했으려니와 요즘 시단 시인의 대부분이 뜻면을 찾다가 시에 감동이나 지혜의 움직이는 모양을 주어야 할 것까지를 잊어버리고 천편일률로 ‘이다’ ‘이었다’ ‘하였다’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상에 비해 자기 시의 몸놀림이나마 뜻과 아울러 같이 가져보려고 노력한 점도 요새 일로서는 귀한 작품이다.”라고 하였다. 한자어 대신 우리말을 실감있게 살려낸 「봄비」의 작품이 가진 음악성을 높이 평가하였다.
그의 작품세계는 1930년대 시문학파의 순수시의 시적 전통을 계승한다고 평가받았다.
그는 생전에 34편의 시를 묶어 단 한 권의 시집인 『봄비』(현대문학, 1969)를 발간했다. 이후 여러 문예지에 열심히 작품을 발표하였으나 작품집으로 묶지 않았고 장이지가 『이수복 시전집』(현대문학, 2009)을 펴낸 바 있다. 1994년 광주시 사직공원에 그의 대표시 「봄비」가 새겨진 시비가 건립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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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비가 내렸습니다.
봄비가 아닌 가을비였습니다.
부재하는 임 앞에서 피우는 향 연기가
봄에 아지랑이와 겹치며 애상적입니다.
비가 오면 아지랑이는 피어오르지 않으니
비가 그치기를....
아련한 그 추억을 그리는 마음을 봅니다.
봄비면 어떻고 가을비면 어떻습니까
나뭇잎을, 꽃들을 더욱 선명하게 하는
수 많은 빗방울이 고마운 것을....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