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내리는 날 / 홍속렬
오늘은 겨울비가 내리는 어두운 날입니다
때를 맞춰 내려야 비도 제 맛이 나는 법인데 겨울에 내리는 비는 어찌 보면 비 같지 안 고 슬픔을 가득 담은 광주리 같습니다.
그 광주리 안에는 유년기부터 시방까지 어렵고 슬프고 가슴 아픈 사연들을 줄줄이 사탕으로 엮어 보관하고 있어 이것을 끄집어내는 이벤트성 비인 것 같아 더욱 마음은 슬프고 아려와 무거운 가슴이 됩니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경도 텅 비어버린 들과 앙상한 나뭇가지 그 위의 까치집 하나 동그라니 있고 요즘은 잘 드나들지도 안 는 까치 가족… 그래서 더욱 쓸쓸함을 더 하는 풍경은 마침내 창문을 닫고 굳게 커튼을 쳐 버리는 행동을 유발해 내게 합니다.
이제 사회 활동도 다 끝난 즈음에 그래도 직장이 있어 묶여 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 하고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어디 인간의 심리가 그렇게만 되는 가요?
현실에 불만족하고 막상 갈 곳 조차 없는데 시간이 주어진다면 점촌에서 경북선 열차를 타고 멀리 훌쩍 떠나가 버리고 푼 마음이니 ……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어디로 훌쩍 떠나버리고픈 마음이요 마음 맞는 친구 찾아 차 한 잔 하며 오래 묵은 회포를 풀고 싶은 생각이며 이젠 모든 것이 끝났다는 절망적인 한정감에서 헤어 나와야 하는 난제도 겹쳐 있어 만만한 일이 아닌 자신과의 대 타협을 시작해야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또 친구들도 1/3 정도가 먼저 저 세상에 가 만날 친구도 별로 없고 또 지방에 와 있기에 정말로 친구 하나 없습니다.
요즘은 도무지 기쁘고 가슴 설레는 일을 찾아볼 수 도 또 그런 기대를 가질 수 도 없는 매일이기에 더욱 안으로 오그라드는 심정이고요
내 안에 갇혀 운신을 할 수 도 없는 상황이고 보니 나의 한곗점을 더욱 뼈 속 깊이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화려하지도 않았던 과거로의 회귀입니다
육군 축구 감독 시절 지난 국가대표 감독들이 다 내 제자이었고 홍명보 감독도 상무에서 입대를 시켜 놓고 나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남에게 자랑으로 말 하고픈 심정이나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혼자 가슴에 품고 옛 추억에 잠겨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운동장에서는 호랑이 감독으로 호령을 한번 발 하면 효창운동장이 쩌렁 쩌렁 울리게 하던 그 기백을 여전히 간직하며 어떤 땐 아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음 호령한번에 꼼짝 못하는 그 기백은 여전히 간직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현실적 과제는 어서 빨리 과거로부터 헤어 나와서 현실을 직시하고 주어진 현실에 충실해야 그나마 늦게 유지하고 있는 직장에서의 일을 감당할 수 있고 젊은이들로부터 따돌림을 안당하며 대접받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을 텐데 ……
자꾸 생각은 이런 날 이 겨울비 내리는 참으로 자신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좋은 날에 멀리 멀리 도망만가 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깊은 생각 중에 왜 ? 이 세상에 태어나 이 쌩 고생을 하며 살아왔고 또 살아가야 하나 ?
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철학자나 선각자들이 해 왔던 질문이었지만 유난히도 나는 유년 시절부터 그런 질문을 자신에게 많이 해 왔습니다.
6.25 사변으로 산을 뚫어 방공호를 만들어 B-29가 떠 융단 폭격을 가해오면 온 식구가 방공호로 피신을 해 죽음의 공포의 시간이 다 지나가기를 학수고대 하며 두 귀를 막고 방공호 안에서 오들 오들 떨고 있었습니다. 죽음의 공포 안에서 맞는 시간들은 생명을 갉아 먹는 작은 쥐가 생명의 밧줄을 갉아 먹는 소리를 듣는 그 시간이었고 생(生)과 사(死) 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방공호에서 나오면 마을과 도시가 갈갈이 찢기고 파괴 돼 온통 폐허가 되어버렸고
여기 저기 처참하게 찢겨 널려있는 사체……불바다가 돼 버린 마을과 집……
일곱 살 어린나이에 감당하기로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방공호 안에서 어른들이 신문지에 담배를 말아 피우십니다.
냄새도 고약했지만 공기가 소통이 안 되는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담배피우는 어른들이 정말 싫었습니다. 그때 결심 했습니다 나는 어른이 되더라도 절대절대 담배 안 피우겠다.
그 결심이 아직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신앙적인 문제로가 아닌 유년시절에 체험 했던 그 시절의 결심을 아직도 굳건히 잘 지켜 나오고 있는 결과로 시방도 매우 건강하여 아이들과 축구 한 게임을 너끈이 뛰어 소화 해낼 자신이 있는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어린 나이에 체험을 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면에서는 어느 정도 해탈? 을 했다고 말 하 수 있는데 베트남에 파병을 해 갔을 당시 전투부대에서 수많은 전투를 수행하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첨병으로 중대의 맨 앞에 서서 임무를 수행 했는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관계로 많은 전과를 올렸고 부상 하나당하지 안 고 귀국해 오늘이 있고 국가유공자로 매월 조금이지만 수당도 수령하고 있습니다..
요즘 내가 읽은 책 중에“읽은 침묵 기도의 삶”엔 “거룩한 여가” 란 말이 나옵니다.
조용한 시간에 죽음을 깊이 생각해 보란 내용입니다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해 보다보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걸 느낄 겁니다.
정리가 된 마음 안에는 세상 모든 일들이 다 긍정적으로 보이고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한번쯤 우리 속마음을 깨끗하게 닦아내는 대청소를 해 내야하는데 이때 “거룩한 여가”를 가지며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철학자가 되며 누구나 가난한 마음으로 엄숙하게 죽음을 생각게 되는데 그렇게 깨끗하게 정리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삶이 될 때 우리는 모두가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인생의 개척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고희를 지나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 하나님께서만 아실일이지만 그동안 써 보아둔 글들을 정리하고 손을 보아 세상에 내어 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틈틈이 이렇게 지난 일들을 에세이 식으로 써 모아 한데 묶어 낼 생각입니다
남에게 귀감이 되거나 위대한 일을 했다거나 큰 족적을 남겨 그 일을 기리기 위함도 아니요 그저 평범한 아니 가장 불행한 환경과 여건을 헤치고 일어나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 이렇게 인생의 마지막 휘날레 선에 골인하기 직전 아주 평범하고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아 아 ⁈ 이런 인생도 있었구나. 그래 세상은 좀 살만한 곳이야 하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멧세지를 퍼뜨리기 위해 이 글들을 모아 한데 묶는 일을 해 낼 것입니다
산 넘어 또 산 넘어 멀리 갔지만 그곳엔 희망이 없다던 유년시절에 외워 두었던 시처럼 아무리 멀리 가 보아야 진리는 거기 없다는 걸 요즘 나이 들어 더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어 다시한번 인생무상을 깨달으며 이 겨울비 내리는 날 회색빛 하늘과 희망을 찾기 힘든 요즘의 나의 삶속에서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멀리 있지만 가족이 있단 사실이 나를 고무 시켜 줍니다.
나는 가슴이 뛰는 느낌을 갖기를 좋아 합니다
유년시절 소풍을 간다거나 축구대회를 나가기 전날, 밤을 새워 가며 가슴에 가득 흥분을 안고 밤샘을 했던 그 아름다운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6.25로 피폐된 고향 수복지구를 찾아 들어간 정착민들에게 당시 부흥부(정부기관)에서는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소년단 축구대회를 열어 줬습니다.
호적이 불에 타 없어진 관계로 나이를 확인할 자료가 없어서 키를 재는 방법으로 선수 자격을 부여해 줬습니다. 150 cm 가 넘으면 선수 자격이 박탈되는 기준입니다
키가 조금 커서 통과가 안 될 성싶은 어린이는 자전거 튜브로 어깨와 사타구니사이를 묶어 키를 몇 센치쯤 줄이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나중 이방법도 문제가 돼 칠판에 150센치를 재어 놓고 선수를 그 위에 눕히는 방법으로 선수 선발을 했던 웃기는 얘기를 전합니다.
그 당시 그때 조그만 고무공을 쫓아 뛰고 달리던 소년이 그 꿈을 이루어 육군 대표 감독이 됐고 시방 축구계에서 활동 하는 많은 훌륭한 지도자들을 양성해 낸 일을 이루어낸 업적을 남기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시방도 꿈을 가진 아이들이 좋습니다.
기계에 영혼을 빼앗긴 세대 기계의 노예가 된 세대의 아이들은 꿈도 없고 영혼도 빈약하며 특히 의지가 박약하여 아무것도 이루어 낼 수 없는 약질이 돼 버렸습니다.
25時에서 게오루규는 벌써 몇 십 년 전에 기계노예란 말을 사용 했습니다
유대인 작가 드라이안 코로카는 유대인 수용소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이렇게 말 합니다
옛날 잠수함에는 산소를 축정 할 수 있는 계기가 없어 토끼를 실었습니다. 토끼가 산소에 가장 민감해서 잠수함 안의 산소를 다 사용하고 산소가 희박해지면 토끼가 죽게 되는데 그 두 시간 안에 부상을 해서 새로운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 줘야만 하는데 현대는 그 토끼가 죽고 난 두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그 절망의 시간 24시를 지난 25시 ……
이것은 문명 탓입니다 문명이 발달되어가며 기계에 모든 걸 의지하다보니 의지가 박약해 진겁니다 기계가 모든 걸 해결해 주는 해결사가 돼 버린 겁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은 중학생들과 이제 내년에 고등학생이 되는 운동선수 들입니다
시방의 프로 선수에 해당되는 최고의 팀인 육군 선수들과 여자 대학생들과 남자 대학생 선수들을 지도하다가 이제 중학생정도는 어느 정도 쉬울 것 같다 생각했지만 오히려 중학생들이 더 지도하기가 힘이 든다는 걸 요즘에 더 깊이 깨닫게 되는데 그래서 더 많이 공부하고 기도 많이 하고 마음을 비우고 그 아이의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 친구가 돼 주고 아프면 만져주고 배고프면 먹여주고 해서 나중 성공한 선수가 되었을 때 옛 얘기 나눌 수 있는 그런 추억 쌓기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이 회색빛 하늘과 끊임없이 내리는 겨울비 때문에 “거룩한 여가”의 시간을 갖게 됨을 감사며………
( 2013.12.9)
첫댓글 삶은 이루지 못한 꿈의 갈등입니다
뉘나 할 것 없이 다 그렇습니다
남들은 나보다 낫겠거니 그건 착각입니다
그도 나를 그렇게 보고 갈등 속에 쪼그라든 삶을 삽니다
그래서 하늘은 공평합니다
그가 못 가진 것 내가 갖고 있고
내가 못 가진 것 그가 갖고 있습니다
한 달이 길면 한달이 짧듯이
인생은 공평한 것입니다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 얼마나 좋습니까. 무언가 끊임없이 시도하는 인생을 사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