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피천득 선생님
춘원 이광수 선생이 지어 준 호(號) 금아(琴兒)는 피리 부는 아이라는 뜻입니다.
선생님은 대학에서 교수 대신에 선생으로, 학교 밖에서는 시인으로
불러 주기를 원했습니다.
선생님은 세익스피어를, 장왕록 교수는 펄 벅을, 박남식 교수는 헤밍웨이와 체 게바라를 강의했습니다.
선생님의 방
책상 위에는 동서양 대가들의 사진이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옆에 장미 송이도 있었습니다.
고결한 영혼의 대가들과 교감을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영화배우 잉그리드 버그만, 헤밍웨이, 오드리 햅번의 사진도 여러 장 있었습니다.
소녀 인형도 있었습니다. 고명딸 서영이가 가지고 놀던 것이라고 합니다.
딸이 시집을 가자, 외로움을 달래려고, ‘난영’이란 이름을 붙여 수양딸로 삼았답니다.
인형에게는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히고, 머리도 빗겨준다고 합니다.
밤에 편히 잠잘 수 있게, 안대도 채워줍니다.
그리고 조석으로 인사말을 나눈다고 하시면서 껄껄 웃었습니다. 선생의 웃음 속에 잠시 외로움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웃이 소란스러울까 벽에 걸지 못하고, 바닥에 놓은 액자가 여러 개 있었습니다.
고명딸 서영
딸은 성적이 우수해서 스카우트가 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기여고가 아닌 이화여고를 다녔습니다.
큐리 부인처럼 되어라! 아버지의 바램으로, 미국 유학 때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이휘소 박사 아래서 양자물리학을 공부했습니다.
선생의 문학
선생의 수필(隨筆)은 주로 다섯 장 내외의, 간결하고 함축성이 있는 문장입니다.
그래서 짧은 음률(韻律)에 은유법(隱喩法)을 구사합니다.
선생의 수필이 돋보이는 것은, 비유, 절제, 함축, 그리고 미적인 요소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수필(隨筆)
수필은 심오한 지성(知性)의 문학이 아닙니다, 그저 수필가(隨筆家)가 쓴 단순한 글입니다.
수필은 마음이 산책(散策)하는 길입니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餘韻)이 들어있습니다.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것이, 수필의 행로(行路)입니다. 그래서 클라이맥스가 없습니다.
수필이란 제목의 수필
수필(隨筆)은 청자연적(靑瓷硯滴)입니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淸楚)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女人)입니다.
덕수궁 박물관 청자연적은, 꽃잎들이 가지런히 달려있는데, 하나가 옆으로 꼬부라져 있습니다.
어울리는 균형(均衡)에,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破格)이, 수필의 본질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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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pmHNaMoXt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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