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판사에서 변호사로 전직을 했을 때, 이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려나 하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창작 활동은 거의 못 하고 있다. 휴일을 포함해서 거의 반나절의 휴식도 어려울 만큼 바빠졌기 때문이다. 판사도 업무가 많지만 생활이 규칙적이어서 개인 시간을 정기적으로 낼 수 있는 반면, 변호사는 일이 부정기적이고 일주일 내내 이어진다는 점에서 좀 다르다.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게 결국 생업 때문인 셈이다. 요즈음 내린 결론은, 역시 창작에는 소질보다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라면 나는 창작자들 중에서는 윗줄에 속할 것이다. 그래도 형편이 이런데, 다른 작가들은 오죽하랴 싶다. 경제적 압박 때문에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억눌린 청춘도 많을 것 같다. 열정만으로 극복하라고 주문하기보다는 이들의 생계 걱정을 조금 지워주면 어떨까. 문득 이런 공상을 해본다. 르네상스 예술의 원천이 된 메디치 가문처럼, 한국에도 이런 후원자가 있으면 하고 말이다. 아마도 기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만약 '한국의 메디치가(家)'로 자리매김한다면 시가총액이나 매출 순위 같은 지표보다 더 영예로운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1년간 스페인 연수를 갔을 때 해외 문물을 관찰하는 게 주였지만, 거꾸로 해외의 한국에 대한 시선을 접할 기회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가정은 LG와 삼성 에어컨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 회사란 건 아무도 몰랐다. 아니, 제조사의 국적 따위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반면에 일본에 대한 우호적 관심은 대단했다.
먹고사는 문제라면 나는 창작자들 중에서는 윗줄에 속할 것이다. 그래도 형편이 이런데, 다른 작가들은 오죽하랴 싶다. 경제적 압박 때문에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억눌린 청춘도 많을 것 같다. 열정만으로 극복하라고 주문하기보다는 이들의 생계 걱정을 조금 지워주면 어떨까. 문득 이런 공상을 해본다. 르네상스 예술의 원천이 된 메디치 가문처럼, 한국에도 이런 후원자가 있으면 하고 말이다. 아마도 기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만약 '한국의 메디치가(家)'로 자리매김한다면 시가총액이나 매출 순위 같은 지표보다 더 영예로운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1년간 스페인 연수를 갔을 때 해외 문물을 관찰하는 게 주였지만, 거꾸로 해외의 한국에 대한 시선을 접할 기회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가정은 LG와 삼성 에어컨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 회사란 건 아무도 몰랐다. 아니, 제조사의 국적 따위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반면에 일본에 대한 우호적 관심은 대단했다.
일본 제품이 시장을 점령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럴까 의아했다. 주된 이유는 문화 상품에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게임이 특히 10대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내가 외출했을 때 일본인처럼 보이면 환대를 받았다. 한국인임이 밝혀지면 사람들은 흩어졌다. 입술을 깨물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감성을 사로잡는 게 이만큼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 제품 품질은 충분히 인정받았다. 이젠 '문화 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회사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