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혼합 처방 시 실비 보험의 적용을 제한하는 등을 포함한 의료 개혁안을 발표했다.
실비 보험의 적용이란 현재의 건강보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료 이용이 적정 규모로 통제되어야 했으나, 2007년 노무현 정부가 實損醫療保險 상품이 판매되는 걸
허용하며 이런 상황이 바뀌게 됐다. 흔히 실손보험이라 불리는 보험에 가입하면 본인 부담금을 보험사에서 내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의료 이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통제 기능이 무너진 건강보험 재정 지출도 늘어나게 됐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된 방식이 병원에서 청구한 의료비를 엄격하게 심사해 삭감하는 것이었다. 의료 서비스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자인 의사를 억죈 것이다.
방식은 이렇다. 실손보험 덕분에 환자는 본래 자신이 내야 할 본인 부담금을 민간보험사에서 내준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돈 걱정 없이 다양한 진료를 요구하고, 의사 역시 진료량을 늘리면 매상이 늘어나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그렇게 성의껏 진료를 본 다음 건강보험에서 갖은 이유
를 들어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고 제동을 걸면 어떨까.
병원 처지에서는 품은 품대로 팔고 아무도 진료비를 주지 않는 황당한 상황이 도래한다. 진료를 수행했는데도 청구한 진료비
를 주지 않는 삭감의 전형적 행태다. 건강보험공단이 의료량 증가에 의한 재정 압박을 일정 부분 민간 의료기관들에 떠넘긴 것이다.
이에 전공의,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사들의 파업(진료중단, 집단사직)이 진행되었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수술 또는 진료 일정들이 기한없이 연기
되는 환자들이 발생하게 되면서 의료법 위반 논란까지 벌어지는 뜨거운 상황을 볼 수 있다.
과거 2000년, 그리고 2014년, 2020년에도 3차례의 의료 파업이 있었으며 이때에도 상당수의 환자들로 하여금 피해를 입히게 되었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이 상당히 발생했다.
과거의 승소 판결사례들을 보면
첫 번째 사례로 2005년 의약분업 파업으로 인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여 언어장애, 간질 후유증이 생기게 된 7세 박 모 군의 가족이 경북 포항시 모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에 대해 일부 인용하여 해당 병원은 이들 보호자에게 5억 5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 근거는 병원의 응급치료 의무 위반과 아이의 후유증 발생된 것 때문이었다.
재판부 측은 판결문에서 해당 병원은 박 군이 병원으로 도착했을 당시에 적절한 검사를 통해서 응급치료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고 의사를 동행
시키지 않은 채 박 군을 2시간 정도 거리인 다른 병원으로 옮기게끔 해 적시, 적절한 치료 모두를 하지 못함으로 인해 수술 시기를 놓치게 된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해당 사례는 의료 파업이 환자에게 상당히 심각한 피해를 입히게 될 수 있으며, 2024년 2월 시작된 의사 파업 역시 손해배상이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 사례로는 2008년의 병원 노조의 파업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고 환자가 예정된 수술 시기를 놓치게 된 것은 실질적으로 병원의 책임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이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 15부는 병원 파업으로 간암 수술이 연기된 61살 김 모 씨가 Y 모 병원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김 모 씨에게 위로금 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화해 결정을 했다.
수술이나 진료 일정이 이미 정해졌던 환자가 이번 의사협회의 파업 주도로 인한 개별 병원의 소속 전공의 , 의사의 파업
(진료중단, 집단사직)으로 인해서 수술이나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한 경우, 민법 제 750조 불법행위 또는 민법 제 390조 채무불이행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손해배상의 핵심적인 요건은 환자 본인의 병세 악화 , 부상의 악화 등과 같이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 파업과 손해 사이에 실제 인과관계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 입증하는 것이다.
환자는 위의 요건들이 충족되었다면, 파업에 참여한 병원 및 전공의,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파업으로 인한 수술 진료 지연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 또는 공문, 문자메시지, 통화 내용 녹음파일 등과 병원 측에서의 파업 관련 안내문, 수술 진료 일정의 변경 또는 취소 관련 서류들, (만약 존재한다면) 파업 관련 문자 메세지나 카톡, 통화 내용의 녹취 등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병세 악화에 대해 입증하기 위해서 과거 진료기록, 검사 결과, 그리고 파업으로 인해 지연된 수술 진료 이후의 진료기록을 준비하면 된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응급환자들은 기존의 정상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물리적 피해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상당한 불안감에 시달릴 수 있다.
이러한 지금의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열려있는 유일한 법적 대응 방법은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청구다.
의사 파업(진료 중단, 집단 사직)으로 인해서 적시에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함으로써 건강 악화, 치료 기회를 완전히 상실된 상황이라면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민사소송을 통해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과 의사에게 의료 서비스 정상화에 대해 촉구하는 압박의 실질적 수단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