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아스파탐' 발암물질로 분류 예정…'제로 슈거' 음료·주류 여파는
류난영
[서울=뉴시스] 펩시콜라 제로 슈거 제품 성분란에 인공감미료로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수크롤로스가 표기돼 있다.© 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설탕을 대체하는 인공 감미료로 쓰이고 있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식음료 업체들도 비상에 걸렸다.
제로 칼로리를 내건 탄산음료·주류 등이 히트 상품으로 그동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만큼 업계들도 다른 감미료로 대체하거나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경우 '무(無)아스파탐' 임을 강조는 등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30일 뉴시스 확인 결과 국내 주요 음료와 주류 제품 가운데 '펩시 제로 슈거'와 '서울장수막걸리', '국순당 생막걸리'가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챙기는 '헬시플레'저 바람을 타고 무설탕을 내세운 제품이 인기를 끌었으나 이번 일로 제로 열풍이 사그라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아스파탐의 발암 물질 지정을 앞두고 제로 음료에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는 식음료 업체들은 오전부터 대책 회의에 나섰다.
아스파탐은 아스파틱산과 페닐알라닌의 복합체로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가 낮고 가격도 저렴해 그동안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꼽히는 설탕의 대안으로 주목 받아 왔다.
아스파탐은 제로 탄산 등 제로 음료, 막걸리, 무설탕 껌 등에 사용되고 있다.
아스파탐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인공감미료 22종 중 하나다. 아스파탐의 1일 섭취 허용량은 ㎏당 40㎎으로 60㎏인 성인의 경우 2400㎎ 이하로 먹어야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아스파탐의 1일 섭취허용량 대비 국민 평균 섭취량은 0.12%로 매우 낮은 편이다.
대표 탄산음료인 제로 콜라 중 펩시콜라가 국내에서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펩시콜라로부터 펩시콜라 원액을 공급 받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는 '펩시 제로 슈거'와 '펩시 제로 슈거 라임향'에 설탕 대신 아스파탐과 아세설팜칼륨·수크랄로스 등의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펩시 제로 슈거 제품에 아스파탐이 사용되고 있지만 1일 권장 섭취량을 초과하지는 않는다"며 "펩시콜라로부터 원액을 공급받아 보틀링 하고 있기 때문에 아스파탐 대신 다른 인공감미료로 대체할지 여부는 글로벌 펩시 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아스파탐이 들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함량 자체가 적은 데다, 일반적인 수준인 하루 한 두 캔 정도를 마시는 것으로는 인체에 해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스파탐이 들어 있는 펩시 제로 등 제로 탄산음료를 한 번에 10~30개 마셔야 위험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로 음료에 들어가 있는 아스파탐이 문제가 되려면 10~30개 정도는 마셔야 하는 수준인데 그 정도로 마시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다"며 "아직 아스파탐에 대한 동물실험이 충분한 상황이 아니고, 위험에 대한 검증도 부족한 상황이라 아스파탐을 사용했다고 모두 발암 물질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IARC는 화학물질 등 각종 환경 요소의 인체 암 유발 여부와 정도를 5개군으로 분류·평가한다. 이 분류에서 위험도가 가장 높은 1군은 인체에 발암성이 있는 물질로 담배와 석면, 다이옥신, 벤조피렌, 가공육 등이 있다.
바로 아래 단계인 2A군은 발암 추정 물질로 붉은 고기, 고온의 튀김, 질소 머스터드, 우레탄 등이 해당한다. 아스파탐이 분류될 예정인 발암가능 물질인 2B군은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다.
반면 한국코카콜라는 2017년 출시한 코카콜라 제로슈거 제품부터 '아스파탐'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자회사 코카콜라음료는 2007년부터 한국코카콜라와 원액 구매 계약을 맺고 단독으로 코카콜라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제로 제품인 코카콜라 제로, 코카콜라 제로 레몬, 코카콜라 제로제로, 스프라이트 제로, 환타 제로 등 제로 음료에 아스파탐 대신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3대 주류 업체 가운데는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 없다. 일반적으로 소주의 경우 단맛을 내기 위해 아스파탐을 사용하진 않고 보통 스테비아를 사용하고, 맥주는 따로 단맛을 내기 위해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출시한 제로 슈거 소주 '처음처럼 세로'는 에리스톨과 스테비올배당제를 사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제로 슈거 제품 진로 이즈백에 에리스리톨로 단맛을 낸다. 오비맥주 역시 제로 제품에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막걸리 중에는 서울장수막걸리, 국순당 생막걸리, 지평막걸리 등 다수의 막걸리가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걸리 가운데는 배상면주가의 생막걸리가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았고, 뚜껑에 무(無)아스파탐을 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의 경우 유통기한을 늘리고, 쌀을 적게 넣고도 단맛을 낼 수 있어 설탕 대체제인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롯데웰푸드·크라운해태·오리온 등 제과 업체들도 아스파탐을 함유한 과자 제품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최근 큰 성장세를 보였던 제로 음료의 인기가 사그라들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세대를 중심으로 '제로 슈거' 열풍이 거세지면서 제로 음료 수요가 늘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판매 기준으로 음료 매출 중 제로 탄산음료 비중도 2021년 22.5%에서 지난해 32%로 상승했다. 제로 열풍에 한국코카콜라와 한국펩시콜라의 지난해 매출도 동반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설탕을 많이 먹으면 당 수치가 높아지는 등 위험이 커 대체제가 인기를 끌었는데 발암물질로 지정이 될 경우 제로 음료 전반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 들지 않을까 노심 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