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독서실
김우섭*
겨울이 시작될 무렵
입구의 양철 간판이 기울어져 있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으므로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난간을 꼭 붙잡고 걸었다
독서실 복도에는 큰길 건너
신사복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따라
떨어진 실밥들이 둥둥 떠다녔다
열람실 출입문들은 십 년을 넘기면서
한꺼번에 관절염을 앓기 시작하고
아이들이 오갈 때마다
정숙하라고 꾸짖었다
겨울이 깊어가면서
한쪽 어깨가 기우는 건물 뒤편에선
견디기 힘든 것이 추위뿐이라는 듯
낡은 보일러 파이프가 터지기도 했다
칠판지우개를 털듯 창밖으로
희끗희끗 눈발이 날릴 때면
이불장에 쌓아두었던 책들을 꺼내
뒷장의 발행연도를 들춰보고
내게 희망이나 눈물이었던 적이 있었는지
애써 잊은 체 다시 제자리에
던져 넣곤 했다
아이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들을 지나
청춘이 꽃피기 전에 빠져나갔다
밤새 쌓인 눈 속에서
발자국은 자꾸만 미끄러지고
폭설의 예감만으로 길을 잃었을 때
창가에 말라붙은 나뭇잎들이
독서실과, 숱한 밤과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을 다 덮는
꿈을 꾸기도 하였다
『대중가요선집』, 북인, 2026년, 26~27쪽
*66. 인천
문예창작과, 국어국문학과
07. <시인시각>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