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39개교에 `드라이비트 공법`이 일부 적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공법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제천ㆍ밀양화재 사건 건물들에서도 사용된 것이다. 일반 공법보다 단가가 20~30% 저렴하고 시공이 편리해 주로 4~5층 건물 외벽재로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재질이 인화성이 강하고 유독가스를 내뿜어 대형화재 참사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공법이다. 울산 각급학교 248곳 가운데 약 18%가 이런 공법을 외벽재 마감에 일부 사용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중에 유치원과 특수학교가 각 한군데 씩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가상해서 이런 곳에 화재가 발생하면 움직임이 재빠르지 못한 아이들이 어떤 곤경에 처할지 상상하고도 남는다. 초등학교는 무려 24곳이나 된다. 어린 것들이 뛰어놀고 공부하는 곳이 이런 악재(惡材)들로 채워져 있다니 기가 막힌다.
이유는 뻔하다. 외벽에 다른 마감재를 사용할 경우 관리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적 벽돌이나 시멘트로 처리할 경우 거의 매해 외벽을 도장(塗裝)하는데 만 한 학교당 수천만원이 들어간다는 게 관련업자들의 이야기다. 결국 한번 치장하면 `돈 들지 않고 오래 가는` 공법을 찾다보니 이런 최악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안전에 대한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울산 학교들에도 언제든지 인재(人災)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인명을 중시하는 사고가 사회 전반에 뿌리 내려야 한다. 지난시절 한 때 사람 목숨보다 돈을 더 중요시했던 풍토가 지금에 와서 하나둘씩 재앙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정 면적 이하는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든지, 방화벽 설치 의무에서 제외되는 것 등은 대개 건물을 짓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과가의 방식이었다.
병원이나 학교에 이런 규정을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앞으로 관련법 개정을 통해 예외 조항에 포함시켜야 함은 물론 당장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 교육청이 "교육부가 이번 화재사고로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며 조만간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매우 안일한 자세다. 나중에 정부지원금을 대체해 넣더라도 당장 예산을 마련해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옳다. 최소한 유치원 한곳과 특수학교 한곳만이라도 `드라이비트` 외장재를 제거하고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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