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7일 오후 10시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이 선종하셨다. 한국교회 두번째 추기경님이신 분이다.
한 평생을 그리스도인으로 살다가 가셨다. 사실 나는 가까이에서 늘 그분을 뵈어왔다.
청주교구 교구장님으로 계실 때 내가 견진성사를 받았다. 나는 청주 서운동 성당 어린이 신자이었고 추기경님은 내덕동 주교좌 성당에 계셨는데 천주교에서는 견진성사는 주교님이 집전하시는 교리에 따라 우리 성당에 오셨던 것이다. 아마 1974년으로 기억한다. 자주색 주교의를 입으시고 환한 미소와 때로는 엄숙한 모습으로 견진 미사를 집전하셨다. 한사람 한사람에게 덕담도 잊지 않으셨다. 그후로 어린 나에게 정진석 주교님은 근엄하신, 감히 말 한마디 드릴 수 없는 높으신 어른으로 각인되었다.
중학생이던 시절 이었다 청주 외곽 미호천(청주 북쪽을 흐르는 금강 상류) 포플러 단지에 청주시 소재 각 성당 신자들이 모여 합동 미사를 드리는 축제가 있었다.
사춘기 개구장이 였던 내가 우리성당 막사에 오신 정진적 추기경님을 가까이서 뵐 시간이 된 것이다. 늘 장난끼와 엉뚱함으로 가득찬 사춘기 소년인 우리들에게 주교님은 웃음 가득한 표정과 눈빛으로 격려를 해주셨다. 주교님 질문에 엉뚱한 개구장이 대답으로 일관 해도 그저 웃으시며 따듯한 사랑의 격려를 해 주셨다. 모든 말씀이 우리를 지지 해 주시고 편들어 주시는 말씀 이었다. 그 순간 이후 지금까지의 주교님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편안한 아저씨, 혹은 담임선생님 같이 생각 되었다.
늘 주교님으로 같이 하실 것 같던 분이 서울 교구장으로 발령이 나서 가신다는 소식을 전하려 우리 서운동 성당에 오셨을 때 많은 신자들이 아비 잃은 어린 애처럼 눈물을 흘렸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된다. 나도 많이 아쉬워 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2006년 추기경 서임미사가 교황(베네딕토 16세)님 주관으로 로마 성 베드로 성당에서 있었을때 한국에서 참여하는 일행과 출장 비행에서 같이 간 적이 있다. 사전 파견 사제단과 한국 신자들이다. 파견 사제단 중 한분이 내게 함께 할 수 있다고 특별한 허락(?)을 해 주셨다. 허나 나는 일정상 맞출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그것이 추기경님과 나와의 멀고도 가까운 인연이랄까! 뭐 그것의 전부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셨고 이해와 사랑의 눈빛을 주신 추기경님! 이세상에서 더 이상 함께 하실 수 없는 하느님 나라 가셨지만 온 몸으로 보여 주셨던 수도자로서의 청빈한 모습과 절대자에 귀의 하셨던 모습은 깊은 울림으로 내 가슴에 남는다.
당신의 모습을 옆에서 때로는 멀리서 뵈면서 살아 갈 수 있었음에 감사 드립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