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게는 나무에 올라 코코넛 열매를 잘라 땅에 떨어뜨리는데 그래도 단단한 코코넛 열매가 벌어지지 않으면 무거운 그것을 다시 들고 나무 위로 올라가 껍질에 금이 생길 때까지 계속해서 떨어뜨린다. 열매를 들고 이동하느라 한쪽 집게만 커지고 비대해져서 제 몸뚱이만 하다.
사람들에게서 어떤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은 손가락 끝에 지문이 지워진 후였다
사람들은 가슴마다 스피커를 달고 있는 것 같았고 마치 마이크와 스피커의 연결을 끄지 않은 듯 옷이 스치는 소리, 기기가 닿고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힘 있는 소리도 아닌 소리들을 쏟아냈다
생경한 소리는 대부분 엉켜 들렸고 낮은 음조였는데 마치 누군가가 녹음해놓은 소리를 듣는 것도 같았다
내 뒤에 꼬리가 자라고 있어서 이리도 음란해지는 건 아닌지
내 등에 솔방울이라도 맺히고 있어서 자주 솔깃해지는 건 아닌지 무심히 돌아보고 돌아봤지만 자꾸 사람들한테서 뭉툭한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내 몸에 들어오지 않고는 이 곤란에 이리 설득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에게서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은 남태평의 무인도에 가서 게의 엄청난 집게에 손가락을 물리고 난 후였다 손가락 하나를 물고 지금까지도 놓지 않는 게 한 마리 때문인 것이다 실은 물리고도 놓지 말아달라는 내 간절한 바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물리고 나서야 우리는 알게 되는 건 아닌가 또 사람들은 저마다 무인도로 향하는 파도에 몸을 실으려고 저토록 안간하게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닌가
나도 곧 이 세계의 꼭대기로 들어 올려진 다음 떨어져 마침내 모든 것을 흘리더라도
돌림병처럼 이 세상 모두를 꽉 물고 있는 집게가 잘리고 떨어져나가기만을 바랄 수는 없는 것은 호되게 물리고서야 나갔다가 들어온 정신이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