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BRT 횡단보도 놓고 둘로 갈린 지하·지상 상인들
중부경찰서~BIFF 광장 횡단보도 신설구간
부산 서면교차로~충무교차로에 BRT(간선급행버스 체계)가 설치되면서 새로 놓일 횡단보도를 둘러싸고 지하와 지상 상인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15일 부산시는 “서면교차로~충무교차로 BRT(8.6km) 구간에 총 24개의 횡단보도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버스 정류장을 세우면서 도로와 정류장 사이를 횡단보도로 통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구간에는 18개 횡단보도가 이미 설치돼 있었다. 올해 말 BRT 공사가 마무리되면 결과적으로 해당 구간에는 중앙 정류장 19곳과 총 42개의 횡단보도가 만들어진다.
서면~충무 구간 24개 신설 예정
남포지하도상가 “상황 더 악화”
자갈치시장 “관광객 유입 기대”
특히 이 가운데 중부경찰서~남포동 BIFF 광장 구간 대로에는 7개의 횡단보도가 신설된다. 이 구간은 도보 30분 거리로 그간 시민들은 횡단보도가 없어 지하통로를 이용해야만 했다.
신설되는 횡단보도와 맞닿은 자갈치시장 상인과 남포 지하상가 상인은 각각 환영과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구 자갈치시장 김재석 조합장은 "자갈치시장 일대 상인들은 지난 10년 넘게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해왔다"며 "광복로에서 자갈치시장을 잇는 횡단보도가 없어 길을 잘 모르는 외국인 등이 시장에 유입되기 쉽지 않았는데 앞으로 많은 관광객이 시장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남포지하도상가 문경채 상인회장은 횡단보도 신설에 우려를 앞세웠다. 문 회장은 “서면의 지하상가도 지난 2019년 횡단보도가 만들어진 뒤로 하루 10만 원 매출이 1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코로나19로 지하상가를 찾는 사람들이 가뜩이나 줄고 있는데,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상황이 악화할 수 있어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포 지하상가에는 285개의 점포가 있다.
지하와 지상 상인 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9년 서면 중앙대로 BRT 공사로 일대에 2개의 횡단보도가 신설됐다. 각각 동보프라자와 피에스타 앞 두 곳이다. 당시에도 서면지하도상가 상인들은 BRT가 완성되면 지하상가 유동 인구가 줄어든다며 부산시에 보상 방안을 요구했다. 해당 구간은 횡단보도 설치 이후 버스 정류장을 둘러싸고 점포가 늘면서 일대의 경기가 살아났다는 평을 듣는다.
부산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BRT 체계는 승용차 중심에서 사람과 대중교통 중심으로 이동하는 데 의미를 두기에 횡단보도를 설치했다”며 “보행이 편리해지면서 유동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지하상가 상인들의 애로를 청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