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중국의 한국 역사 탈취 음모가 또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외신에 의하면 지난 5년간 '동북공정'을 주도해온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변강사지연구중심(변강중심)’이 앞으로 최소한 2010년까지 '통일적 다민족국가론' 등에 입각한 동북(東北), 신강(新疆) 등 변경지역의 역사․지리에 대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사회과학원 11.5기간 사업발전규획' 자료집에 따르면, 변강중심은 이 기간(2006-2010년)중 ‘신강, 동북, 서남 및 영해에 대한 학술연구를 중점으로 삼아 계속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병행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 동안 전개해오던 동북공정이 한국 등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주춤한 것처럼 보였지만 기 실은 일부 연구 기능을 지방으로 이전하여 계속 추진해왔고, 이를 통해 2단계 동북공정을 보다 정교하게 시행할 것을 공표한 것이다. 이제 드러내놓고 동양 역사와 영토를 중국화 하겠다는 속셈이다.
한국과 중국은 주종관계다?
그런데 여기서 심각한 문제는 심화된 공정의 내용과 방법이다.
이제까지의 동북공정은 중국 동북지방의 역사가 중국의 변방지역 소수민족의 역사이기 때문에 속지주의(屬地主義)적 관점에서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포괄적인 ‘역사의 주체론’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공정은 동북지방 역사를 주종관계로 확정하는 한편, 현실문제까지 중국의 입에 맞게 재단하려는 본질적인 왜곡으로서 향후 심각한 갈등을 예상케 한다.
아울러 우리로서는 더 이상 식민사학의 범주에서 우리 역사와 민족이 중국의 입맛대로 다루어지는 것을 방관만 할 수는 없게 되었다.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에 억지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이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중국과 한반도의 주종 관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를 고대 중국의 변방정권으로 못 박은 중국은 특히 중국의 역대 왕조와 한반도에 나타났던 왕조들 간의 관계가 실질적인 지배와 복속의 종번(宗藩:주종)관계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연구에 더욱 주력할 것임을 공표했다.
특히 변강중심은 11.5 계획 확정을 위한 논증 보고에서 ‘역대 종번(宗藩) 연구는 중국과 한반도, 베트남과의 관계사에 집중됐다’며 ‘연구자들이 역사상의 주종 관계 형성과 변화를 정확하게 밝히고, 그 성질과 특징을 분석해 역사의 진실을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함으로써 한중간의 주종관계가 사실인 것처럼 전제하고 있다.
이 자료집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 변경 지역의 정치․경제․사회 발전과 변천에 관한 이론체계 구축이 연구의 근본 목표’라며 11.5 기간의 연구는 '중국 역사 영역의 법률적 지위'와 '변경의 안정 및 발전'이 그 중심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전자의 경우는 기미(羈縻)정책과 번속(藩屬.변방 속국)제도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국의 역사 시대별 변경 관리 및 시대별 강역 형성 연구에, 후자의 경우는 변경지역의 중요한 현실문제 연구에 중점이 놓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고대로부터 한국은 중국에게 재갈과 고삐가 물린 나라(羈縻)였고, 주인국을 보호하는 울타리 역할을 하는 속국(藩屬)이었다는 것을 확정하고자 시대별 영토와 국경문제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북지방을 필두로 중국의 변경지역의 현실문제를 연구하여 중국 내치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이다.
연구기관 총동원 해양공정까지 실시
이 중 번속제도 연구는 중국-유구(琉球), 중국-미얀마, 중국-일본 관계도 포함되지만 특히 고대의 중국-한반도 관계와 중국-베트남 관계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변강중심은 동북공정과 '신강역사 및 현상 종합연구항목(신강항목)' 등 양대 연구 프로젝트 추진 경험을 토대로 북부, 서남(西南), 시짱(西藏.티베트) 등 변경지역과 역사상의 영해(海疆)에 대한 학술연구를 주도하고 '중국해강연구중심'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서남지역 및 영해구역 종합연구와 관련, 변강중심은 동북공정과 신강항목의 전례에 따라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지정받아 대규모 연구계획을 시행하되 역사상의 영해 연구에는 남중국해, 동중국해와 함께 황해문제에 관한 특별연구도 포함돼 있다.
이들 과제와 기타 중요 연구과제 가운데 일부는 변강중심에서 맡지만 나머지는 전국 각지의 연구요원들이 나눠 맡게 된다. 일례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는 국가사회과학기금의 지원을 받는 변강중심 중요 연구과제중 '동북 역사지리 연구항목'을 맡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민족사와 가장 밀접한 부분은 중앙정부가 직접 관장하겠다는 속셈이다.
현재 변강중심의 연구파트는 종합 및 변경이론을 맡는 연구1부와, 동북․서북․북방을 맡는 연구2부로 돼 있으나 11.5기간에 연구3부를 신설해 이곳에서 티베트․서남․영해 연구를 맡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연구인원은 총 36명으로 알려졌다.
연구기관의 지방화라 정책에 따라 지난 3월 중국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역사센터가 옌볜대학에 '동북변강지구 국정조사연구기지'를 설립하여 활동 중이다. 그들은 역사문제가 아닌 동북지역의 사회경제 현황 파악을 주목적으로 한다면서 동북공정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한민족의 고대사가 있는 중요 지역에서 역사문제를 제외한 현실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이미 중국은 연변일대의 발해역사를 송두리째 망가뜨렸고, 백두산공정과 진달래문화공정으로 고유한 한민족의 역사를 탈색하기 위해 저력을 다해오고 있지 않은가. 또 조공도(朝貢道)라는 허무맹랑한 표지판을 만들어 발해가 당나라에 조공사절을 보낸 도로라는 표지를 세우고, 고구려 천리장성(비사성-부여성)이 진시황이 만든 만리장성의 끝이라고 허위로 선전하고 있지 않은가.
아울러 또 하나 주시해야 할 것은 서해(西海)까지 편입하려는 중국의 야망이다. 이미 수많은 어선들이 우리 수역에 불법 침입하여 쌍끌이 어법으로 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는 차제에 중국은 '중국해강연구중심'을 설립하여 서해의 각종 자원과 교통문제까지 들먹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육지에서 바다로 역사빼앗기의 그물이 연장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우리 민족이 어느 시기에 중국의 속국으로 번(藩 :울타리) 역할을 해왔으며 하인처럼 그들에게 고개 숙이며 살았던가. 우리는 중국의 속국으로 살아오지 않았다. 조공이란 관무역의 일종이며 중국측에서 더 원했던 무역방식이었다. 선린우호와 교린을 위한 일부 귀중 품목의 교환을 종이 상전에게 ‘살기 위해 바치는 진상’이었다는 허위 논리로 역사를 호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의 자강노력이 절실
강대국과의 외교에서 승리하는 길은 전 국민의 일치단결과 자강노력이다. 이집트의 거대 피라밋 문명이나 몽골의 대제국 건설 그리고 고구려의 글로벌 국가 건설의 요체는 국민의 단결심이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어떤 양태로 어디서 나타날지라도 국민의 단합된 의지와 우리 역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외국의 손찌검은 제 가슴에 칼 들이대는 짓이나 같다.
아울러 정부는 남의 나라 일이라고 수수방관하지 말고 중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역사왜곡, 영토 문제에 단호히 대처하고 역사에 대한 학술적 성과를 축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민간 차원의 역사정신 전파와 우리 역사 지키기에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