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도(生死島) 1-47
(우측!)
초유성은 오른쪽 어깨 너머에서 당황한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틀며 맹렬한 일격을 가했다. 그의 일검에 잘린 매화나무 가지들
이 우수수 흩어져 날렸다. 그 사이로 들릴 듯 말 듯한 신음성과
함께 한 줄기 선혈이 쭉, 뻗쳤다.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일검을 쳐낸 기세를 타고 도약한 초유
성이 다시 좌측의 매화나무를 향해 검기를 뿌렸다. 그의 검봉을
타고 쏘아져 나간 한 줄기 차가운 검기가 나무를 베어 넘기자 그
아래에서 다시 선혈이 솟구쳐 올랐다.
어느새 배후에서 소리 없이 덮쳐든 자의 검격을 돌아보지도 않
고 쳐낸 초유성이 음, 하는 신음을 흘렸다. 호구가 은은히 저려올
정도로 강한 검격이었던 것이다. 옆으로 몸을 틀자 그의 검이 물
이 흐르듯 유연하게 호선을 그리며 쓸어갔다.
『컥-!』
처음으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비릿한 혈향이 왈칵
그의 얼굴에 뿌려졌다.
『침입자다!』
『자객이다!』
비로소 사태를 파악한 매복자들이 날카롭게 외치며 밀려들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명!)
초유성의 유수검(流水劍)이 폭설 속에서 눈부신 빛을 뿌리며
부드럽게 정면을 쓸어 갔다. 일견 완만하여 아름답게 보이는 검
격이었다.
그의 검은 마치 스스로 흘러내리는 한 줄기의 차가운 물인 듯
했다. 저항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휘돌아 찔러가고, 장애가 있으면
더 큰 힘으로 응집되어 그것을 타 넘었다. 불가사의한 방위에서
까지도 자유자재로 꺾이며 쳐나가는 검의 화려함이 막아선 자의
넋을 빼앗았다.
얼핏 앞을 막아선 자의 눈에 어리는 경악과 공포를 보았다. 잠
시 주춤거리는 듯하던 초유성의 검이 그 자의 미간을 찍었다. 쓰
러지는 자의 어깨를 차고 한 번 도약한 그가 전각의 창문을 뚫고
들어갔다.
『양처량!』
외친 순간,
꽝-!
대답이라도 하듯 귀청을 울리는 폭발음과 함께 강한 초석 냄새
가 확 퍼졌다.
『흐윽!』
불에 달군 쇠꼬챙이가 갑자기 파고드는 듯한 통증이 가슴을 답
답하게 했다. 치켜 뜬 초유성의 눈에 놀란 얼굴로 서 있는 깡마
른 노인이 보였다. 양처량이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화승총의
총구에서 한 줄기 파르스름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놈이 단총(短銃)을 지니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
다. 가슴을 타고 뭉클뭉클 솟구치는 선혈과 함께 진기가 급속히
흩어지고 있었다. 초유성이 부드득 이를 갈았다.
『괜찮으십니까?』
뒤이어 달려 들어온 호위 무사들이 먼저 양처량의 모습을 살폈
다.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준 양처량이 담담한 눈으로 초유성
을 바라보았다.
『불나비 같은 놈. 』
양처량의 노안에 흐릿한 조소가 떠올랐다. 그것을 바라보며 초
유성은 절망하고 있었다.
『몽여란의 암살 소식을 듣고 조만간 네놈이 나를 찾아올 줄 알
았다.』
화승총에 장약을 재며 느긋하게 말하고 있는 양처량이었다.
『들어보자. 네놈이 조정의 중신들과, 변방의 무장들을 차례로
암살하고 다닌 이유가 무엇이냐?』
점점 초점이 풀려 가는 초유성의 시선이 힘겹게 양처량에게 향
해졌다.
『수, 수련. 그녀가... 이곳에 있나? 있다면... 한 번만 보게... 해
다오...』
『고작 그것이었던가? 네놈이 자객 노릇을 하게 된 이유가 말이
다.』
양처량이 비웃음을 띈 얼굴로 초유성을 바라보며 천천히 화통
속에서 불씨 하나를 뽑아 들었다.
『그간 네놈이 죽인 자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내심 짐작은 했었
다. 너는 그녀와 연관된 자들만 죽여 왔더군.』
『으으... 그녀를 만나게 해다오...』
초유성의 아름다운 얼굴이 애처로울 정도로 창백하게 탈색되어
갔다. 이제는 스스로 서 있을 힘마저 없는 듯, 검을 지팡이 삼아
의지하며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초유성이었다.
『네놈은 그녀의 정혼자였더군. 하하... 찾기는 바로 찾아왔다만
한 발 늦었다.』
양처량이 화승총의 심지에 불을 붙이며 유쾌한 듯 웃었다. 매
캐한 유황 냄새를 풍기며 치지직거리고 타 들어가는 심지를 바라
보는 초유성의 얼굴에 의혹이 떠올랐다.
『그게... 무슨 말...』
양처량이 화승총을 초유성의 이마에 겨누고 하하, 웃었다.
『하하... 안 됐다만, 그녀는 생사도(生死島)로 보내졌다. 지난 여
름에 말이다. 그러니 안심하고 눈을 감거라. 그녀는 그곳에서 지
상의 부귀와 영화를 모두 누리며 편히 지내고 있을 것이다. 황녀
가 부럽지 않은 처지지.』
타들어 가는 심지를 바라보는 초유성의 눈이 암울한 절망으로
잠겨갔다. 보석처럼 맑고 투명하게 반짝이던 그 눈빛이 이제는
칙칙한 죽음의 그늘로 어두워져 있었다.
『생... 사... 도...』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초유성이 꺼져 가는 의식을 필사적으
로 붙잡으며 양처량을 보았다.
『그, 그곳이 어디...?』
『미안하지만 나도 그것까지는 알지 못한다. 그럼 잘 가거라.』
양처량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렸다. 순간, 그 때까지 초점을
잃고 희미하게 꺼져 가던 초유성의 눈이 믿을 수 없게도 강렬하
게 빛났다. 그리고 양처량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동
시에 그의 몸이 용수철을 밟고 솟구치듯 퉁겨져 올랐다. 양처량
의 눈에 언뜻 경악이 어리고,
꽝-!
굉음과 함께 화승총이 다시 발사되었다.
(흑!)
초유성은 허벅지를 꿰뚫는 뜨거운 충격에 비명을 삼켰다.
『억! 저 놈이!』
경호 무사들이 사태를 파악하고 놀람의 외침을 터뜨릴 때 초유
성은 벌써 비조처럼 양처량의 머리 위를 타 넘고 있었다.
『타합!』
짧고 격한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초유성의 검이 양처량의 정
수리 위로 번개처럼 떨어져 내렸다. 검인이 뼈를 쪼개는 기이한
소리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양처량의 머리가 그 일격으로
두 쪽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허연 뇌수가 낱낱이 드러나 보였다.
비명도 없었다.
아직 서 있는 양처량의 어깨를 찬 초유성이 그 반탄력을 빌어
한 줄기 유성처럼 창 밖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양처량의 몸에서 터져 나온 선혈이 그가 부수고 사라진 창문에
선연하게 뿌려지고 있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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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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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감사
감사 드려요
*초유성* 다시 날아 올라라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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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짦아요.
조금 늘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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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결말를 보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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